아니라, 학교 곳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포스터를 여전히 목격할 수 있다 는 사실이 그런 낙인을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었다.
[그림 11] 학교 안 포스터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제작된 포스터들이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반영해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의 중국인 지인은 연구자와의 통화 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의 방역을 믿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그만 큼 중국인들도 중국 밖의 사람들이 중국에서의 방역 효과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은 ‘억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소절에서는 이처 럼 ‘중국 방역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비자 신청이 복잡한 편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사이트로의 접속이 제한적이어서 가상사설망 (VPN)을 이용해야지 가능하며, 중국의 언론이 국가 기관 산하에 있는 등등의 사례에서 사람들의 비판적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초기 리원량(李文亮) 의사를 선두로 하여, 감염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위험성을 경고한 의사들이 우한시 공안국으로 부터 징계 처벌을 받은 사실은 중국 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중국 정치체계에 대한 외부 의 평판이 어떠하든, 대다수 중국인들은 대체로 중국 밖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을 실천하며 삶을 영위해간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 에서 만큼은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치체계가 중국 내의 질병 확산을 보 다 빨리 제압한 요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진행됨에 있어서 중국은 늘
‘수치 조작’이라는 의혹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는데 중국에서의 사태가 많이 진정되어 때로는 본토 확진환자 0명을 기록하면 이 같은 의혹은 더 욱 제기되었다. 비록 중국에서 무증상감염자를 확진환자로 분류하여 기 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내부와 중국 밖 국가들 사이의 차이가 존 재하긴 하지만, 많은 경우 중국에 대한 불신이 단지 무증상감염자의 분 류 때문에 제기되는 것은 아니었다.
김휘준(韓): 아무도 안 믿죠. (웃음) 명백히 안 믿죠. 왜냐하면 거기 우한 이 제가 알기로는 남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그 아무리 중국 정부가 열심히 통제한 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일테고. 그리고 일단은 사람들이 중국이 한 번은 속였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발표는 안 믿겠다.”라는 것이 명확히 있었고. 되게 여러 가지 그걸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들이 많았어요. 여러 나라들이 뭐 어 떤 그래프의 양상을 띠는데 “중국만 확진자의 추이 양상이 다르 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가야 하는데 중국은 다르게 갔다”, “이 거는 조작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그리고 뭐 “중국이 분명히 확진자가 없다고 했는데 다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게 말이 되
냐?”, 그런 글들이 많이 있죠. 그냥 기본적으로 중국은 인구가 많고 한국보다 훨씬 많은 나라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조금 있는 게 퍼져 나가고 퍼져 나가고 아직도 못 잡고 있는 실정인데 중 국이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그게 쉽겠냐? 그건 믿을 수 없다.”라 는 입장인거죠.
한국인 연구참여자 김휘준이 전해 준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믿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코로 나19가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중국에서 의도적으로 사태를 은폐했다 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중국 의 기본적인 인구수와 국가의 규모로 봤을 때 현실적으로 중국이 주장하 는 만큼의 방역을 구축하기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참여자들은 중국의 방역을 불신하는 이 같은 주장에 중국 이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 쏟아부어야 했던 사람들의 희생이 그 자체 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리슈잉: 얼마 전에 우한에서, 지금 우한은 괜찮아졌잖아요. 그래서 대형 맥주 축제98)를 열었고 사람이 엄청 많았잖아요, 몇 날 며칠을 노는 그런 식이요. 사실 한국뉴스를 안 봤다면 “아, 우리는 지금 괜찮고 오랫동안 답답하게 있었으니 떠들썩하게 경축해야지.”, 아주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 기사의 댓글에서
“아, 너희들이 지금 괜찮아졌지만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 히 겪고 있는 걸 생각할 순 없겠냐?”고. “이 문제는 아직 존재하 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가족을 잃고 아직 슬픔에 잠겨 있는데 너희들은 축제를 하냐?”고. 음… 그런 것도 같더라고요.
이해가 돼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내적 갈등 중이에요. [왜냐하 면] 또 다른 심리로는 “그게 뭐가 어때서. 우리가 컨트롤 잘 했 고 우리가 아주 빨리 이 사태를 진정시키고 잘 했는데, 그렇게 98) 2020년 8월에 개최된 우한시 맥주 축제는 한국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뉴스화 되었
다. 그 중 하나로, JTBC가 8월 24일자에 보도한 “중국 우한, 수영장 파티 이어 '맥주 축제'…10만 명 몰려,” 뉴스를 참고할 수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 n?mode=LSD&mid=sec&sid1=001&oid=437&aid=0000245885>.
많은 의료진들이 고생하고 전국의 힘을 동원해서 그렇게 오랫동 안 수고했는데 왜 축제를 못해? 왜 안 돼? 너희들은 지금 매일 확진환자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그건 너희들이 아직도 호텔, 예 를 들면 식당에서 마스크 마음대로 벗고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여전히 다 하니까, 그때 우리가 치렀던 대가만큼 치르지 않았잖 아.”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국은 대구에서 확진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때도 대구를 봉쇄하지 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킬 때까지 우한시와 후베이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실시하였고, 중국의 기타 지 역에 대해서는 봉쇄에 버금가는 ‘반’봉쇄 조치를 실시하였다. 공항을 폐 쇄하지 않았지만, 시내에서의 대형 쇼핑몰, 마트, 공공 교통 그리고 공공 장소들을 모두 폐쇄하고 식재료와 일상 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들 만 운영하도록 하였다. 일반 음식점이나 주점 같은 자영업자들의 영업도 일체 정지하였고 회사도 무조건 비대면으로 운영하도록 요구하였다. 말 그대로 중국은 늘 제기되어 왔던 강력한 국가권력을 이용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행사했고,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 아래 중국인들은 여러모로 희생을 감수하며 오로지 확진환자 감소에 전력을 다해 되도록 빨리 안정 적인 상황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므로 중국인들한테는 이 모든 것이 사태의 전선에서 밤낮없이 일 하는 의료진, 관계자들 및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가계를 닫음으로써’ 정 부의 방역을 ‘협조’한 자영업자들의 살 깎는 희생으로 얻어낸 소중한 일 상이었던 것이다. 확진환자 감소를 바라보며 중국인들이 다른 측면의 희 생을 감수했다는 사실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방역에 대한 세간의 불 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2020년 8월 15일 한국 광복절에 열린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한국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 러나 이 시기가 마침 한국이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해지한 8월 10일과 며칠 차이가 나지 않다 보니, 일각에서는 입국금지를 해지했 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또 번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타났다.
이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한국의 공영방 송국 KBS [팩트체크K]99)에서는 2차 대유행이 후베이성과 관련 없는 2 가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첫째로 8월 10일부터 8월 19일까지 우 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및 외국인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 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열흘 동안 우한에서 입국한 총 13명의 한국인은 모두 의무적 14일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이고 이때까지 이들 중에서 확 진자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광화문 집회가 열릴 당시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은 14일간의 의무적 자가격리 때 문이라도 현장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2차 대유행 이 중국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었다.
장강하: 어이없고 정말 화가 났던 게, 8월에 한국 정부가 [후베이성에 대 해] 제한을 풀어서, [한국 사람들이] “우리 이번에 폭발한 게 우 한이 그래서 그렇다.” 그건 보고 진짜 거리에 나가서 욕하고 싶 은 심정이었어요. 그때 국내에는 다 좋아졌잖아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어불성설(颠倒是非) 이잖아요.
특히 장강하는 우한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여론을 지켜보기가 더욱 답답하였다. 실제 우한에 사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들이 이제는 많 이 안전해졌다고 호소하는데 외부에서는 계속 아니라고, 안전할 수 없다 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Ⅱ장에서 후베이성 유학생들의 이야 기를 통해 말한 바 있듯이, 이들은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며 6월에 제일 빠른 날짜를 예매해도 9월행이었다. 이처럼 한국으로의 입국에 시간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입국 해지가 풀 리자마자 한국에 2차 대유행이 일어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케이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강력한 조치 들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아파트에 확진환자 한 명이 나타나도 아파트
99) KBS, 2020.08.21., “‘정부가 中후베이 입국 제한 풀어 코로나 폭발’…정말일까?,” <htt ps://news.kbs.co.kr/news/view.do?ncd=452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