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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진정성 있는 가치 선택과 추구

는 가치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자는 명시적으로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맥락에서 가 치교육을 실천하고자 했던 사회과 가치교육 방안인 가치명료화 접근과 가 치분석 접근에 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두 가지 접근은 명시적 으로 언어적 교훈주의 형태의 가치주입에 반대하는 동시에 학생의 자율적 사고와 판단을 중시한다. 이 점에서 최소한 다원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가 얼마나 잘 받아들 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전제에서 본 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가 치성찰 부족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이후 두 장에서는 각각 가치명료화 접근과 가치분석 접근 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의의와 한계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대안적 가치교육 방안을 위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치성찰은 ‘나는 어떤 가치를 의미 있게 여기는가?’,

‘가치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표현될 수 있다. 즉, 자신의 가치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면 수많은 가치들이 자기 자신에게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의미 있게 여기는 가치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나에게 갖는 의미가 불분명 하다면 이것은 적어도 나의 ‘가치’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나에게 있어서 어 떤 것이 가치라면 그것은 내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일차적으로 “왜 우리가 도덕적이어 야 하는가?”보다 “왜 내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 는 것이다.

실제 오늘날 가치교육에 대한 많은 논의들은 개인에게 있어서 가치가 갖는 의미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한상욱, 1983; Lickona, 1992; 노영란, 1997; 이병호: 1999; 김해성, 2003). 하지 만 이러한 논의들은 개인적 측면에서 가치성찰의 부족을 문제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들을 주입하거나 교화하는 인성교육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즉, 인성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은 가치에 대한 단순한 탐구를 비판하면서 가치를 받아들이 게 만드는 특수한 상황 설정과 인위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강제성을 포함하고 가치주입이나 교화의 성격을 띠게 된다면 이것 은 결코 학생의 진정성 있는 가치 선택을 장려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 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째, 강요된 가치는 가치의 본래적 의미 자체를 퇴색시킨다. 흔히 가치 를 강요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은 특정한 가치가 본래 가치 있다 는 점을 가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들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교육의 결과가 가치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에 부합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한 개인이 가치를 진정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가치를 습득 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Locke(1689)가 종교의 자유에 대해 논의했던 취지와 유사하다.9) 즉, 종교적인 믿음은 강요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강요된 믿음은 사실상 ‘믿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교육에서 말하는 가치 역시 다르지 않다. 만약 어떤 학생이 지속적인 강요로 인해 실제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억지로 가치를 수용하고 겉으로 이를 신봉한다고 진술하고 있다면 이러한 사례를 두고 우리는 가치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 실상 이런 경우 학생들은 가치에 헌신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그러한 가치를 내팽개치게 될 것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 의해 강요된 종교가 내가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종교가 될 수 없듯이 어떤 경우에도 강요된 가치는 학생이 진정으로 헌신하는 가치가 될 수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부분이 있다. 즉, 바로 이 문제에 있어서 우 리의 실천적 경험 사례들은 현재의 논의 초점을 흐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 이다. 다수의 반론들은 강요를 통한 가치교육의 방식을 통해 진정으로 가 치를 내면화하고 수용한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드는 경향이 있다. 종교 사례만 하더라도 모태신앙을 통해 어릴 때부터 종교적 신념이 주입되고 강요되었지만 이 아이가 진정한 종교인으로 자라는 경우는 많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한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자랐지만 그러한 종교적 믿음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존재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본 연구자가 강요나 강제에 의한 가치교육이 개인의 진정성 있는 가치 내면화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단순히 후자의 사례만을 수용하고 전자 의 사례를 부정하기 때문은 아니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이론과 실천의 괴 리라는 점에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 어떤 경우에든 이론은 드러나는 현 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그 존재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자는 강제적인 가치교육과 가치의 진정한 내면화 간에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엇 9) “가장 믿음직해보이고 가장 훌륭해보이는 치료약도 환자의 위장이 그것을 받아들이 자마자 거부하면 그 환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중략)… 자기 교 파에 억지로 가입시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중략)… 겉으로 드러 난 선의와 자비심과 인간의 영혼 구원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인간의 의 지와 상관없이 인간을 강제적으로 구원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결국에는 자 기의 양심의 명령에 따르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Locke, 1689: 92)

갈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이론적 구성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 한다. 즉, 우리는 진정한 가치의 내면화를 돕는 교육 방안에 대해 보다 심 층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강제적인 가치교육을 통해서 가치의 내면화가 더 효과적으로 일어났다면 여기에는 아마도 초기 아이들의 인지 구조 내에서 가치의 정합성과 일관성 문제, 가치교육을 하는 이가 갖는 열 정과 헌신 등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Merry, 2005).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강제나 강요 그 자체가 가치 내면화를 돕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은 추가적인 이론적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 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어 도 현재의 이론적 틀 내에서 볼 때 강요된 가치는 내면화된 가치라고 볼 수 없다. 가치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발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이다.

둘째, 가치주입이나 교화가 진정성 있는 가치 선택을 방해한다는 점은 가르치는 가치와 가르쳐지는 방법 사이의 논리적 정합성의 문제를 통해서 도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다양한 가치교육 방법들은 그 자체가 특정한 가치론적 입장을 전제한다(정원규, 2011: 101). 따라서 가치교육 방법을 선택할 때는 해당 방법의 가치론적 특성과 수업 내용이 정합적인지를 추 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의 모습을 떠 올리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즉,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가르치 면서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것은 수업 방법이 함의하고 있는 가치 태도와 가르치고자 하는 수업 내용이 충 돌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렇게 가르치는 가치와 가르쳐지는 방법 사이의 불일치는 단순히 효과성의 문제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라는 형태가 갖는 도덕교육적 함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정원규, 2011:

101). 즉, 명시적인 수업 내용이 아니라 수업 내용 외적인 요소, 즉 교사 의 태도라든지 수업 분위기, 학교의 구조 등이 학생의 가치 인식과 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가치교육의 영역에서 이 러한 잠재적 교육과정의 영향은 매우 크지만 그 영향의 정당성에 대해서

는 충분한 반성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바로 이점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가치에 대한 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가치에 담긴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교육 방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치교육의 방법은 가치의 내용과 수업의 방법이 정합성을 갖는 방식이어야 한다. 즉, 우리가 가르치고자 하는 가치들이 민주주의 사 회에서의 기본적인 가치라면 이러한 가치들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다원주 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 다. 따라서 가치교육의 방법 역시 이러한 다원주의와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가치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사 회의 기본가치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 구성주의 교육 이론의 성과에 근거하여 오늘날 일반화되고 있는 학습자 중심 교육의 취지는 가치주입과 교화에 의한 가치교육을 반대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과거 교육은 교사가 학생에게 특정한 내용을 전 달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것은 학습자 외부에 절대적인 지식의 존재를 상정하고 이러한 지식이 학생의 마음에 그대로 투영되고 주입될 수 있다 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구성주의 교육 이론은 이러한 주장을 전 적으로 반박한다. 구성주의 교육 이론에 따르면 배움이란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토대로 외부의 사실에 직면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즉, 외부 의 어떤 지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학습자에게 그대로 주입되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교육의 과정에서 이러한 지식은 반드시 학습 자가 가진 경험이나 가치관 등의 독특한 렌즈에 의해 새롭게 이해되기 마 련이다. 이처럼 구성주의적 입장에 기반할 때 교육은 학습자 중심일 수밖 에 없다. 이는 가치교육도 다르지 않다.

언어적 교훈주의를 비롯하여 가치의 주입을 긍정하는 교육 이론들은 특 정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사회의 기본가치에 한해서는 학습 자들이 수용하고 내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교육이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가라는 당위의 측면이 아니라 교육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사실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학습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