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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갈등 해결의 어려움

가치분석 접근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바로 가치갈등의 합리적 해결이 라는 점은 이미 언급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들은 다양한 이익과 가 치관에서 비롯된 갈등을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가치교육이라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타인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그리고 나와 다 른 가치를 갖고 있는 개인과 가치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합의를 만 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가치분 석 접근의 장점은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즉, 가치분석 접근은 서로 다른 입장들 간의 의견 차이를 줄이고, 더 나은 해결을 지향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Meux, 1971: 209-213).

이 때 가치갈등 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당화 가능한 평가적 추론이다. 이것은 가치원리를 대전제로 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을 소전제 로 하여 도출되는 연역추론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가치판단은 정당화될 수 있고, 이는 곧 가치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합의가능한 부분이 늘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분석 접근의 장점은 가치명료화 접근과 비교할 때

상대적인 장점일 뿐 사실상 가치갈등의 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가치분석 접근이 효과적인 가치교육 방안인지는 의문이다. 가치명 료화 접근이 순수하게 개인의 경험과 사고 내에서 스스로의 가치 선택을 공고화하는 데에만 주력했다면, 이와 달리 가치분석 접근은 그러한 개인의 가치판단이 타자에게 정당화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는 가치준거와 관련된 사실, 형식적으로는 추론적 논증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당화 기제가 타자와의 가치갈등을 해결하는 한 가지 필 요조건일 뿐 가치갈등의 해결에는 여전히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점 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치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 는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진 타자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이해와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족은 가치갈등을 해결하기는커 녕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며,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갈등의 경우 더욱 해결이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분석 접근의 과정은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바로 이 측면에서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다. 본 연구자는 바로 이 점을 중심으로 가치갈등 해결에 있어서 가치분석 접근의 한계를 좀 더 상세히 밝히도록 하겠다.

①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과 타자의 가치에 대한 무관심

가치분석 접근은 정작 이 방법이 해결하고자 했던 가치갈등 문제를 해 결하지 못하고 이 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교육의 목표로서 가치성 찰을 이끌어내는 데 부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분석 접 근이 가치명료화 접근과 달리 가치갈등의 해결을 명시적인 목표로 내세웠 고 특히 정당화의 과정을 통한 ‘합리적 해결’을 지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 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은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다. 가치갈등 해결에 있어서 가치분석 접근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분석 이 내세우는 목표보다 그것의 절차와 방법이 함축하는 실질적인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본 연구자는 크게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 가치분석 접근에서는 당사자의 가치관심이 오직 자기 논리의 정당 화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타자와의 소

통이나 타자의 가치에 대한 공감이 작용하기 어렵다. 즉, 가치분석 접근에 서의 정당화하는 대상으로서 타자는 정확히 말해 내 앞에 있는 구체적인 타자가 아니다. 이것은 보편적인 논리와 이성을 지닌 보편적 자아로서의 타자에 호소한다. 물론 이러한 호소는 합리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가치교 육의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다만, 가치분석 접근이 이렇게 보편적인 논리와 이성만을 강조하게 될 때 정작 내가 마주하고 있는 타자에 대해서 는 무관심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곧 타자에 대한 존중의 부재를 뜻하기도 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치분석 접근에서 당사자는 이미 갖고 있는 가 치준거를 통해 사실들을 모으고 확인한 다음 이를 통해 가치판단을 내린 다. 그리고 이 가치판단에 담겨 있는 가치원리를 도출하고, 도출된 가치원 리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가치 수용성 검사를 수행한다. 이것은 결국 한 개인이 도출한 가치원리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수용될 수 있는 가를 스스로의 관점에서 검사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은 가치원리가 개인에게 있어서 내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시험만 통과한다면 가치판단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치분석 접근에서의 가치판단은 기본적으로 자기 논리 내에서 가치에 대 한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가치분석 모형에 대한 설명이다. 사회 적인 측면에서 가치분석 접근은 다르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 서 Meux(1971: 161-216)는 가치분석 접근을 활용하여 가치갈등을 해결하 기 위한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1. 가치문제의 해석에서 의견차이를 줄이기 2. 수집된 가능적 사실들에서 의견차이를 줄이기 3. 가능적 사실들의 참을 평가할 때 의견차이를 줄이기 4. 사실들의 관련성에서 의견차이를 줄이기

5. 잠정적 가치판단에서 의견차이를 줄이기

6. 가치원리의 수용성 검사에서 의견차이를 줄이기

표 4. 가치분석 접근에서 가치갈등의 해결(Meux, 1971: 164-196)

이렇게 제시된 전략들은 굳이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원래 가치분석 접근의 기본 절차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가치갈등 을 다루는 가치분석은 원래 가치분석 접근의 기본절차를 동일하게 진행하 되 각 단계에서 가치갈등을 겪는 당사자들 간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물 론 이처럼 각 단계에서 차이를 줄이는 과정은 가치갈등의 해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가치분석 접근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서로의 차이에 주목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이 차이에 주목하게 만드는 주체는 가치 분석 접근의 외부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이다. 실제 Meux(1971:

161-216)의 설명에서 교사는 각 단계에서 갈등 당사자 간의 차이를 직접 적으로 지적하거나 표현하고 있다. 즉, 가치분석에서 당사자들의 차이에 주목하게 하는 것은 가치분석의 기능이 아니라 바로 교사의 역할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가치분석 접근이 정서적 측면을 포함하여 자신의 가치를 제대 로 탐색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치관심 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면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탐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타자의 가치를 탐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자의 가치가 나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타 자가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가치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 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탐색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나

타나는 것이고, 이해와 공감이 뒷받침될 때라야 당사자들 간의 소통도 가 능해진다. 그러나 가치분석 접근에서 타자와 그가 가진 가치에 대한 탐색 의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것은 가치분석 접근이 가치갈등 해결 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 가치분석 접근에서 분석의 대상은 가치의 내용이 아니라 가치판단 의 형식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치교육에서 합리성 이나 논리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합리성이나 논리성 역시 가치교육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치분석 접근이 이러한 형 식적 요소 외에 정작 가치의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가치 원리에서 가치판단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굳이 이것 을 가치교육이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 일반적인 사실이나 개념 학습에서도 충분히 이러한 논리적 과정은 활용될 수 있다. 가치교육에서 논리적 과정 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이 논리적 과정이 가치내용에 대한 관심 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내용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상태에서 형식적 논리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 이는 가치교육으로서 본 연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타자의 가치주장이 담고 있는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고 타자의 가치주장이 어떤 형식적 논리를 띠고 있 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논리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 논리로만 갈등이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본 연구자는 이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소위 학교 현장의 각종

‘토론대회’라고 생각한다(옹진환, 2012: 147). 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은 자신 들의 진정한 생각과는 관계없이 절차에 따라 주어지는 임의의 입장에서 상대방과 토론하고, 이 과정에서 누가 정당화되는 근거를 더 유려하게 많 이 제시하는가를 두고 경쟁한다. 이러한 ‘시합’에서 제기되는 가치주장은 실상 숙고에서 비롯된 자신의 진정성 있는 입장이 아니다. 또한 상대방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내용이 아니라 가치주장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심지어 토론대회를 통해 학생들은 소위 말만 잘 하면 어 떤 가치 논쟁이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