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교육 방법으로서 가치분석 접근에 쏟아진 찬사의 대부분은 이 방법 이 개인의 자율적인 가치탐색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합리성이라는 사회과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Coombs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가치분석의 목표는 바로 “합리적이 고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판단”(Coombs, 1971: 24)이다. 가치판단이 주 관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합리성인 것이 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비판은 이 방법이 지 나치게 합리성만 강조한다는 점에 맞추어져 있다. 즉, 가치분석 접근의 비 판자들은 가치분석 접근이 합리성, 논리적 사고라고 지칭할 수 있는 영역 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외 가치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판자들이 보기에 이러한 정서적 측면은 가치교육에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며 특히 정서적 부분을 포함하지 않는 가치교육은 실제 개인의 가치 있는 행동을 유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본 연구자는 가치분석에 대한 이러 한 비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① 정의적/행동적 측면을 근거로 한 비판의 부적절성
가치분석 접근이 합리성과 논리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익숙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자들은 가치분석 접근이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정서적 측면을 무시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비판자들의 중요한 포인트는 합리성에 기반한 가치분석 접근은 가치화 과정에서 정서적 측면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가치를 내면화하고 행동하도록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차경수·모경환, 2008: 324-325). 이에 대해 한상욱(1983: 26-29)은 가치분석 접근의 합리 성은 개인의 이기심이 전제되는 한 사회적인 측면에서 올바른 가치판단과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즉, 가치분석 접근은 가치 있는 행 동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치교육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자는 가치분석에 대한 이러한 비판이 대안적인 가치교육 방안을 고려 하는 데 있어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비판이 보다 유 의미하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비판의 초점을 정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본 연구자는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현재의 비판이 잘못 해석될 가능성 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먼저 이러한 오해의 가능성부터 차단하고자 한다.
첫째, 가치분석 접근이 정서적 측면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 은 가치분석 접근이 이성적 측면만 강조하여 정작 가치 있는 선택과 행동 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즉, 정서적 측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이것이 가치교 육에 있어서 합리적·논리적 판단과 같은 부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것 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알 수 있다. 기 본적인 산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1=2’라는 것에서
‘100+100=200’이라는 논리적 추론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 다. 이 논리적 추론과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가치분석 접근이 이성적이고 논리적 측면만을 강조하더라도 우리의 가치 선택과 가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 비판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가치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학 생들이 어떤 특정한 결과를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 결과에 따른 가치 행동을 선택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이것은 도출된 가치가 학 생들이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것은 정확히 이 논문의 문제의식인 가치성찰의 부재로 인해 가치에 대한 진정 한 존중이 없는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에 대한 참된 존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많은 경우 정서적 측면을 도외시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분석의 과정과 별개 로 마음속에서 또 다른 합리적·논리적 과정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 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가치분석 접근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거짓말하 는 것이 나쁘다.’는 여러 가지 사회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해보자. 가 치분석의 결과로 이 학생은 거짓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 이 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앞의 정당화 과정과 별개로 적어도 특정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성적‧논리적 판단이 자신에게 더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의 정당화 과정에서 학생의 가치분석은 스스로를 탐색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런 점에서 가치분석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가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순전히 정서적 측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 가치교육 분야에서 공감을 강조하고, 사고보다 습관이나 행동 을 강조하는 이들은 흔히 가치명료화와 가치분석과 같은 가치교육 방안이 정서적 측면을 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심각한 결함으로 받아들 인다. 물론 가치교육에서 정서적‧행동적 측면은 중요하며, 이 정서적‧행동 적 측면이 어떻게 포함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 하다. 다만 본 연구자가 보기에 가치분석 접근이 정서적‧행동적 측면을 포 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가치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며 초점을 빗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가치분석 접근은 분명 합리적·논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렇다고 하여 정서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
급한 것처럼 정서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이 때 충분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서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가치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가능 한지도 의문이다. 실제 Coombs(1971: 49)는 학생들의 합리적 판단을 돕 는다는 가치분석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하여 설명한다.
“합리적인 가치판단에 도달하는 데는 한 사람의 정신구조에서 인지적, 정의적 측면이 모두 작용한다. 합리적 가치판단에는 사실들에 대한 지식과 그것을 검사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평가자의 인지구조가 필요하다.
가치판단은 감정, 태도, 선호를 나타내고 있는 가치준거와 가치원리를 언명 하는 것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가치판단에는 평가자의 정의적 구조가 필요하 다.”(Coombs, 1971: 49)
이러한 진술은 가치분석 접근이 정서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즉, Coombs 등은 가치준거와 가치원리의 언 명에 이미 평가자의 감정, 태도, 선호와 같은 정의적 측면이 반영되어 있 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Coombs 등이 이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본 연구자는 가치분석의 과정이 정서적 측면을 포함하고 있 다는 것을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미 본 연구자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가치분석의 첫 단계인 가 치문제의 명료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문제 상황이 가치문제로 받 아들여져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이미 특정한 가치준 거를 통해 사태를 해석하고 있어야 한다. 즉,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 태도, 선호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가치태도를 바탕으로 특정한 상황을 바라보았 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치문제라는 것은 애초에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가치분석의 마지막 단계인 가치결정 및 원리수용성 검사에서 가치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를 생각해보자. 이 단계에 앞서 다양한 가치 준거와 이에 따라 긍정적‧부정적 값을 갖는 다양한 사실들이 제시되었고, 방법적으로 보면 ‘가치준거-사실-가치판단’을 조합한 수많은 증거카드를
두고 이제 가치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가치준거에 대 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한 가치준거 를 다른 가치준거에 비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이것은 바로 판단하는 개인의 주관적 선택이며, 여기에는 개인의 감정, 선호, 태도가 반영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은 가치분석의 과정이 실질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합리적·논리적 과정뿐만 아니라 정서적 측면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분석이 정서적 측면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사실이 아니다. 정서적 측면이 결여되었다면 사실상 가치분석 자체 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결국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비판은 이 방법이 가치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 점이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중요한 비판 점이 될 수 있는지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가 가치 있는 행동 을 하면 가치교육의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여기에도 역시 몇 가지 의문이 뒤따른다.
먼저, 가치교육이 가치 있는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사실 상 가치분석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가치교육 방법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비판이다. 실상 학생들의 실제 가치 있는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발하는 가 치교육 방법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불일 치 문제로 실제 가치 있는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경험적으로 확인 하고 증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교육 방법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는 가치교육의 방법에 대한 불만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상 가치의 형성과 관련해서 진정 성 있는 가치 수용을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확증하는 이론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특히 가치 있는 행동의 유발이라는 것 이 가치교육에 있어서 거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 한 목표는 기존의 가치교육 방법은 물론이고 앞으로 제시될 어떤 가치교 육 방법이든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치 분석 접근이 가치 있는 행동 유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