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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본가치의 주입 가능성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 중 하나는 가치분석 접근이 가치 교육의 내용으로서 사회적 기본가치에 대한 학습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 다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가치분석 접근이 강조하는 합리적 사고라든지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강조가 사람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합 의는 사실상 도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때 강조되는 가치는 주로 인 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정의, 관용 등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치분석 접근을 비판하는 이들은 가 치명료화 접근은 물론이고 가치분석 접근처럼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 하는 의사결정을 통해서는 이러한 핵심적인 가치에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지적한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가치교육은 학생들이 사회적 기본가 치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자가 보기에 이처럼 사회적 기본가치의 측면에서 가치분 석 접근을 비판하는 것은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 된 것으로 사실상 적절한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치분석 접근 은 이론적으로 강조하고 있지 않을 뿐 이미 그 이론 내에 사회적 기본가 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본 연구자가 보기에 가치분석 접근 의 기본적인 구조는 오히려 세련된 형태의 가치주입이나 교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기본가치를 강조하며 가치분석 접근을 비판하 는 것은 앞서 가치명료화 접근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가치주 입이나 교화를 긍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가치 분석 접근에 사회적 기본가치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기존의 비판과는 다른 방향에서 가치분석 접근이 세련된 가치주입과 교화로 나아 갈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해 본 연구자의 주장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① 사회적 기본가치를 다룰 수 없다는 비판의 부적절성

비록 윤리적 상대주의라는 혐의까지 제시되었던 가치명료화 접근만큼은

아니지만 가치분석 접근 역시 명시적으로는 가치의 주입이나 교화를 반대 하면서 사회의 기본가치조차도 일방적으로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을 취한다. 실제 가치분석 접근은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판단에 이르는 논 리적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치결론의 최종 내용에 대해 큰 비중을 두 지 않는다. Coombs(1971: 41)는 가치분석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평가 대 상을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교육목표로 정당 화될 수 없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것은 가치판단의 두 가지 특징에서 유래한다. 첫째,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평가적 추론의 과정이지 평가적 추론 의 결론이 아니다. 둘째, 합리성의 기준들은 무엇보다도 평가적 결정을 내 리는 데 있어서 가치준거들 속에 포함되어 있는 평가자 자신의 태도와 선 호를 사실들과 결부시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Coombs, 1971: 41-42)

즉, 가치분석 접근에서 특정한 가치결론 그 자체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 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사 회적 기본가치를 중시하는 특히 이런 가치의 경우 주입이나 교화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 한 비판자들에게 사회적 기본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은 가치교육에서 반드 시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가치명료화 접근에서 논의한 것처럼 사회적 기본가치에 대 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한 가치 결론에 도달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치교육을 바람직한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 타당한 지는 의문이다. 특정한 해석을 바탕으로 내려진 가치 결론을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가치주입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치교육에서 중요 한 것은 단순히 사회적 기본가치의 절대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 다. 우리는 사회적 기본가치를 가치교육의 내용으로 다루되 이를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가치분석 접근이 가치명료화 접근에 비해 사회적 기본가치를 다루 는 데 있어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가 치명료화 접근이 순수하게 개인의 태도와 경험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가 치분석 접근은 사회적 정당화의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분명하다.

첫째, 원칙적으로 가치분석 접근에서는 사회적 기본가치를 가치교육의 중요한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차단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가치분석의 과 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최초의 가치준거가 갖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즉, 가치분석의 과정에서 최초에 확립하는 가치준거들의 상당수는 우리의 개인적 성찰의 결과라기보다 외부에서 주어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Coombs(1971: 36)는 가치준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매우 어려서부터 가치준거를 받아들이거나 확립한다. 따라서 초 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상당히 많은 가치준거를 갖게 된다. ... 속이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하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나쁘다. 약속을 지키 는 것, 은혜를 갚는 것, 건강한 것은 좋다.”(Coombs, 1971: 36)

이러한 가치준거들은 가치명료화 접근에서 말하는 가치화 과정의 산물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아주 이른 시기부터 우리가 많은 가치준거를 갖고 있다는 것은 가치준거의 많은 부분이 성찰되기 이 전에 개인의 외부에서 주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어린 개인 이 제시하는 다수의 가치준거는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가치일 것이 분명하다. 이는 Coombs가 언급하는 사례들에서도 분명 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가치분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치준거에는 상당 히 많은 사회적 기본가치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개인은 이러 한 가치준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조직화하고 가치원리를 구성하는 과정에 서 사회적 기본가치를 다루게 될 것이다.

둘째, 가치화 과정을 순수하게 개인의 사고틀 내에 위치지었던 가치명료 화 접근과 달리 가치분석 접근은 가치분석의 과정에 이미 사회적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즉, 가치분석에서는 가치판단을 정당화하고 가치갈등을 해 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비록 논리적인 측면에 국한되지만 어쨌 든 가치판단을 하는 상대방이라는 존재가 가치분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어떤 개인이 제시하는 가치준거에서 특정 사회적 기본가치가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치갈등의 해결을 위해 상대방과 가치준거를 비교하는 과정을 떠올린다면 그 빠져 있는 사회적 기본가치가 논의에 포함될 가능 성은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정당화 과정이다. 상대방에게 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사실에 대해 동등한 값을 가짐으로써 쉽게 합의되 고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준거란 어떤 것일까? 비록 가치분석의 주장자들 은 특정한 결론보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논리성과 합리성이 그 기준이 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합의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가치분석 접근이 사회적 기본가치를 무시한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② 세련된 가치주입의 가능성

본 연구자는 가치분석 접근이 이 방법에 대해 쏟아지는 일반적인 비판 과 달리 오히려 상당한 범위에서 가치주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하고자 한다. 앞서 가치분석 접근에 대한 많은 비판은 가치분석 접근이 합 리적인 사고와 의사결정만을 강조하면서 정작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 자의 주장은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논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 가치분석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제시되는 가치판단의 논리구조, 그 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치원리와 가치준거의 성격을 보다 자세히 검토해 보도록 하자.

가치분석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이 가진 가치준거와 이에 호응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두고 가치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의 타당성은 가 치판단에 내재된 가치원리를 검토함으로써 확인될 수 있다. 즉, 가치분석 은 가치원리를 대전제로 하고, 이에 적합한 사실을 소전제로 하여, 가치결

론을 이끌어내는 삼단 논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삼단 논법이 논리적 과 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연역추론 결과의 타당성은 바로 전제의 타당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대전제인 가치원리와 소전 제인 사실들이 참이어야 한다. 이 때 소전제인 사실들이 경험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전체 가치판단의 타당성은 대전제인 가치원 리의 타당성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치분석에서는 가치판단을 내리 는 개인이 비슷한 사례에서 기존의 가치원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가에 대한 타당성 검사를 수행한다. 이러한 가치원리의 수용성 검사는 분 명 유의미하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가치원리 자체가 결국 구체적인 가치상황에 적용되는 다양한 가치준거들을 조정한 결과라 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치원리의 도출이나 가치원리의 수용성 검사에서 가 장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결국 가치준거의 타당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준거의 기원은 무엇일까? 앞서 본 연구자는 가치 준거가 많은 부분 사회를 통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가치준거 자체가 개인의 주관적 성찰과는 무관하게 이미 사회를 통해 개인에게 주입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 진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가치준거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는 쉽게 결정되는 것이 아 니다. 어떠한 가치준거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쟁은 없다. 각 준거는 하나씩 따로따로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어떤 가치 준거들은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정당한 근거가 있지만, 어떤 가치준거들은 가르칠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Coombs, 1971: 42)

가치분석 접근이 가치주입과 교화를 반대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 진 술은 분명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즉, 도대체 정당한 가치준거와 그렇지 않은 가치준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 당한 가치준거라면 가르칠 수 있고 또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결과적으 로 어느 정도의 가치주입을 허용하는 것 아닌가? 특히 Coombs는 가치준 거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쟁에 관하여 Peters의 『윤리학과 교육』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