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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에 관한 사실

어떤 교육에서든 특정한 내용이 학습되었다는 것은 그 내용이 개인의 삶에 있어서 유의미한 기제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가 어떤 가치를 학습했다는 것은 그 가치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개인적 차원에서 볼 때 가치교육의 성과는 바로 나에게 의미가 있는, 나의 가치로 나타나야 한다. 이것은 가치교육이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가치교육 과정

에서 학습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어떤 가치입장에 서있는가를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확히 가치명료화 접근의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판단 의 정당화에 주력하는 가치분석 접근과 달리 가치명료화 접근은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 다. 본 연구자는 가치명료화 접근의 가치화 과정에서 ‘가치사실’이 핵심적 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각 개인은 ‘가치사실’을 통해 자신의 가치입장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성찰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때 자기 이해를 위한 자원으로서 ‘가치사실’은 내가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외부의 사실까지도 포함한다. 이것은 가치명료화 접근이 단지 개인의 사고와 경험만을 참조했던 것과 달리 ‘가치사실’ 중심의 접근 은 자기이해와 탐색에 있어서 훨씬 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가치사실’ 중심의 접근은 가치주입으로 나아가지 않 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명료화 접 근의 근본 취지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다.

① 자신의 인식 범위 내에 있는 ‘가치사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가치에 관한 사실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가치상황에 대한 판단과 해석, 그것에 따른 행동 선택 등에서 자신의 가치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인식하는 행동으로 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우 리 일상의 많은 부분은 철저하게 의식되고 계획되기보다는 다소 무의식적 이고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으로 채워져 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 회적인 비난이나 그로 인한 수치심, 죄책감 등을 이유로 자신의 가치입장 에 직면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애써 회피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내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가치사실’부터 직시하고 이를 성찰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치사실’의 하나는 나의 가치입장 그 자체이며, 다른 하나는 나의 가치입장을 둘러싼 배경이다.

첫째, 내가 인식할 수 있는 ‘가치사실’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나의 가치입장 바로 그 자체이다. 즉, 나는 내가 헌신하고 있는 나의 가치 입장이 무엇인가를 하나의 ‘가치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 은 특정한 관점과 그에 따른 인식에 기반하여 특정한 사태를 해석하고 자 신의 행동을 선택한다. 따라서 가치와 관련해서도 개인이 특정 상황을 가 치문제로 인식하거나 가치행동을 하고 있는 이상 개인의 특정한 가치입장 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자신의 가치입장을 보여주는 사실은 개인의 직접적인 행동과 의식 두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

먼저 나는 내가 헌신하고 있는 나의 가치입장이 무엇인가를, 나 자신의 드러난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개인의 행동이야말로 자기 자신 의 가치입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가치사실’이다. Ryle(1984: 30) 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의 특성은 “마음속에 숨겨진 사건들을 지칭하는 것 이 아니라 우리 눈에 드러난 행위나 발언들 그 자체를 지칭하고”(Ryle, 1984: 30)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앎’이라는 인지적 측면을 위주로 한 논의에서 비롯된 것이나 인간의 가치·도덕적 측면에서도 그 함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자유에 대한 나의 가치입장은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확인할 수 없는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 니다. 오히려 이것은 자유를 보장하거나 침해하는, 자유와 관련된 다양한 사태에서 나의 행동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다음으로 나의 가치입장이 무엇인가는 자신의 가치입장에 대한 나의 생 각과 판단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나는 ‘~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다.”라는 진술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사실’이다. 이 때

‘나’라는 1인칭 주어가 ‘~고 생각한다.’의 형식으로 진술되고 있음에 주목 해야 한다. 보통 가치토론의 장면에서는 ‘~이 중요하다.’, ‘~해야 한다.’,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형식의 가치주장이 더욱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아닌 일반인을 주어로 하는 것으로 정작 ‘나’의 입장을 가리 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가치교육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에 게 해당되는 당위에 앞서 먼저 ‘나’의 입장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진술은 나의 입 장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기술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스스로의 가치 또는 입장을 자신과 분리하여 바라보고 기술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입장에 대한 일종의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인지 속에서 내가 바라보는 나의 가치입장은 하나의 ‘가치사 실’로 기술된다.

둘째, 나는 나의 가치입장 그 자체와 더불어 이러한 가치입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중요한 ‘가치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내 가치입장 의 배경으로 현재의 가치입장에 서기까지 내 삶의 궤적이자 개인사(個人 史)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가치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가치입장이 어떤 배경에서 형성되었는가에 따라 각각의 가치입장이 갖는 무게나 의미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자유를 중시하 는 가치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자유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자유가 억압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한 사람, 또는 자유가 없 는 사회에서 태어나 자유를 얻기 위해 망명한 사람의 가치입장을 단순히 동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내 가치입장의 배경을 살피는 것은 나의 가치입장을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현재 나의 가치입장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 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가치입장에 대한 삶의 궤적을 살피는 것은 이 속에서 나의 가치선택을 되짚어 보면서 다른 선택의 가능 성에 대해 탐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내 가치입장의 배경을 검토 하지 않고 앞으로의 가치선택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현재 자신의 가치입장 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재 자신 의 가치입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 서 가치교육의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입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가치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내 가치입장의 배경을 살피는 데 있어서 유의할 것은 내 가치입 장의 ‘원인(cause)’과 ‘이유(reason)’를 구분하는 작업이다. 흔히 이 둘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사전상의 의미로 원인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이나 사 건’을 뜻한다. 이에 반해 이유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를 뜻한다. 즉, 이유가 특정한 결론이나 결과를 정당화하는 근거임에 반해 원인은 내가 특정한 가치입장에 서게 된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일이 나 사건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내가 ‘최저임금 상승에 찬성한다.’는 가치입 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때 이러한 입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이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 현재의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생활문화 수준을 향유하는 데 부족하다는 것, 최저임금이 높아져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도 더 늘어난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들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일 뿐 실제 내가 이러한 가치 입장에 서게 된 원인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내가 최저임금을 올 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원인은 과거 아르바이트할 때의 어려웠던 우연 한 경험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유와 근거가 나를 포함하는 일반 대중에 대한 정당화를 위 한 것인 반면 원인은 내 가치입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원인은 나의 가치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더욱 핵심적인 역 할을 할 수 있다.

② 자신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 있는 ‘가치사실’

스스로의 가치입장에 대한 최고의 관찰자가 나 자신이라는 점이 분명하 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관찰자가 오직 ‘나’ 자신뿐인 것은 아니다. 나의 가치입장은 나뿐만 아니라 타자에게도 드러난다. 더욱이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가치입장이 타자에게 더욱 분명하게 인식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런 점에서 타자에 의해 인식되고 기술되는 다양한 사실 역시 자신의 가치 를 탐색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가치명료화 접근처럼 자신의 경험과 사고에만 의존하여 자기를 탐색하는 것은 진정한 자기 이해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사실로 나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것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의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