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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사실 인식을 통한 자기 가치의 명료화

앞서 ‘가치사실’의 의미와 관련하여 가치교육에 있어서 가치를 다룸에 있어서 특정한 방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치를 ‘사실’로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즉, 가치를 다룸에 있어서 태도 나 주장을 내려놓고 이와 구분되지만 가치와 관련된 사실들을 다루는 것 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구자는 가치와 관련된 사실로서 ‘가치사실’의 이론 적 근거를 Weber에서 찾고자 한다. Weber는 직접적으로 가치교육에 관 한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그가 생존했던 당시 사회학 과 경제학의 학문적 체계를 정초하는 과정에서 가치중립성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본 연구자는 가치와 사실을 구분하려고 했던 Weber의 취지 가 바로 가치 주장과 ‘가치사실’을 구분하고자 하는 ‘가치사실’ 중심 접근 에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① 가치 주장과 ‘가치사실’의 분리

흔히 Weber는 근현대 사회의 성립에 많은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학자

로 알려져 있다. 합리성과 근대성에 관한 논의를 필두로 하여 사회학, 경 제학, 법학, 정치학 등의 학문의 핵심적인 주제와 이들 학문을 다루는 방 법론적 논의에 이르기까지 Weber의 논의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 영 향을 미쳤고 지금도 큰 범위에서는 이 체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우리 주변 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Weber의 수많은 기여들 중에서 이 글 의 논의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바로 Weber의 ‘가치중립성’ 논의이다.

Weber(1917)는 우리가 학문적으로 세계를 탐구함에 있어서 철저히 가치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Weber(1917: 126)는 사 회학 및 경제학에서의 가치중립의 의미를 밝히면서 논리적, 경험적 사실의 영역과 실천적, 윤리적인 가치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 실판단과 가치판단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Weber는 우리 세계가 실제 가치함축적이고 가치연관적으로 존재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 한 세계를 탐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연구에 나서는 동기나 연구의 최종 적 의의를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의 견해나 주장이 개입되는 것이 불 가피하다. 하지만 Weber는 적어도 그러한 연구의 진행과정 및 탐구과정 에는 가치가 개입되어서는 안 되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사실과 가치를 구분할 때라야 우리는 부인할 수 없 는 사실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 리의 가치주장 역시 진정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실과 가치의 구분은 교육에서도 이어진다. 즉, 교 육적 의미에서 Weber는 대학의 강단을 배경으로 하여 교수자가 학생들에 게 자신의 가치입장을 풀어내고 설득하는 입장에 서지 않아야 한다고 주 장한다. 이는 교수자가 가진 권위와 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진리 탐구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가치판단에 있어서 옳고 그름은 밝혀질 수 없으며 이 점에서 교수자는 학생에게 자신의 가치판단을 강요하지 않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가치판단을 언급할 때조차 이것이 하나의 의견이며 사실 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치중립성에 관한 Weber의 생각은 오늘날 가치교육 및 가치논

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로 기능해왔다. 즉, 이미 살펴본 것처럼 가 치명료화 접근이나 가치분석의 접근은 기본적으로는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특정한 가치를 옳은 것으로 전달하는 형태의 가치주입 및 교화 형태의 가 치교육에 대해 반발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가치교육 방법이다. 교육은 개인 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가치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는 분명 Weber의 아이디어와 일치한다.

하지만 Weber가 주장과 사실을 구분한 것은 가치주입과 교화를 반대하 는 것 이상으로 가치교육에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Weber는 가치와 사실을 구분함으로써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우리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실부터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과의 대면은 우리 내면의 관점을 드러내고 이 사태를 해석하여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드러낸다.

이것은 바로 이 ‘가치사실’이 우리를 가치문제로 끌어당기는 촉매의 역할 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의 가치중립성을 주장했던 Weber는 적어 도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형성해가는 맥락에서 가치연관이 불가피함을 지적한다(김용학·장덕진, 1995). 즉, 사실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러한 사실을 직면할 때 각 개인이 갖게 되는 의미는 가치함축적이다. 이는 가치 성찰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보여준다. 즉, 우리는 굳이 가치주장을 제시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치 관련 사실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함으로써 그 사실에 대한 학생들의 참된 가치입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것은 가치 상 황에 대한 학생들의 진정성 있는 초기 입장으로서 가치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② 가치판단의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가치사실’

Weber의 주장을 통해 가치 주장과 ‘가치사실’이 분리되며 이 점에서

‘가치사실’이 가치 주장과는 다른 사실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은 분명해졌 다. 이러한 ‘가치사실’은 우리가 특정한 입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객 관적인 사실이다(Weber, 1917: 139). 그래서 이러한 ‘가치사실’은 가치문 제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사실로서 우리가 가치판단을 내릴 때 우리 의 선택을 제약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가치사실’의 의미는 Weber의 가치합리적 행위를 통해 잘 드러 난다. Weber는 가치합리적 행위에 대해 “궁극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자기에 대한 의식이 분명해야 하며, 궁극 적 가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일관성 있고 계획성 있는 정향을 가져야 한다”(Elster, 2000: 55)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지향성이 분 명함에도 불구하고 Weber가 말하는 가치합리적 행위는 일반적으로 생각 되는 정서적인 행동 즉, 감정적인 행위와 다르다. 즉, 감정에 따르는 물불 가리지 않는 행위는 가치합리적 행위가 될 수 없다. 가치합리적 행위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가치지향성이 아니라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 서 고려해야 할 객관적인 조건에 대한 충실한 검토라고 할 수 있다. 감정 적인 개인은 문자 그대로 그 순간의 열정에 사로잡혀 위험한 행위가 초래 하는 비용을 무시할 지도 모르지만, 가치합리적인 개인은 그 비용을 완전 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열정이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내버 려두지는 않는다(Elster, 2000: 55). 이 점에서 Weber가 가치 선택을 둘 러싸고 그 가치 선택에 앞서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조건은 물론, 그러한 가치 선택에 수반되는 다양한 비용과 결과들을 객관적인 사실로서 직시하 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Weber가 말하는 사회적 조건에는 우리 사회의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이념이나 가치 토대까지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본질적인 특징에 국한해서 말하면 이들 저술에서 베버의 입장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다른, 심지어는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삶의 질서”

또는 “가치 영역”들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질서나 가치 영역들은 그들 나름의 내적 원칙에 따라 구성되었고, 법칙적인 성격을 띠 며, 자율적인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다. ... 우리는 그러한 질서와 영역 이 우리에게 자율적인 목적과 분명한 수단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 구조건에 의해 우리 자신이 구속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이 그 질서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Scaff, 2000: 163).

예를 들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이념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지향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자 유와 평등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법적, 사회적 제재가 행해진다. 이런 것들은 모두 중요한 사회 적 조건으로서 ‘가치사실’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념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객관적 조건을 무시한 채 우리가 어떤 가치판단을 내리고 있다면 이 러한 가치판단은 적어도 Weber적 의미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 다.

실제 Weber는 이렇게 사회적 조건으로서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 데 가치판단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스스로의 글을 통해 모범적으로 보여준 다. Turner(2000: 24-29)는 Weber의 두 직업 논문(직업으로서의 정치와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즉, 두 논문에서 Weber 는 정치와 학문의 윤리적 의의를 논의하기에 앞서 그러한 행위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제약 등을 상세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적 인 부분을 확고하게 난 이후에야 바로 가치선택지로서 진지한 대안에 대 해 논의한다. Weber가 보기에 정치와 학문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 주장을 펼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러한 가치 주장이 학문적으로나 사회적 으로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제약 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펼쳐지는 가치 주장들은 객관적인 조건을 외면하는 공상이나 상상에 불과한 것으로 가치판단으로서의 의미 를 지닐 수 없다.

이처럼 Weber가 가치판단의 사회적 조건으로서 ‘가치사실’이 갖는 중요 성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가치교육 논의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즉, 지 금까지 가치교육 논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던 자유, 평등, 인간 존중과 같은 사회적 기본가치들은 대부분 사실이라기보다는 가 치로 생각되었다. 이것은 가치교육의 장에서 벌어지는 가치논의들의 결론 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가치논의 자체를 협소화시킬 뿐 아니라 정작 그 러한 기본가치들에 대한 진정한 존중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 가 있다. 반면 ‘가치사실’ 중심 접근은 이러한 기본가치나 우리 사회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