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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갈등의 합리적 해결 추구

① 가치교육의 핵심문제로서 가치갈등

Metcalf(1971)의 『가치교육: 가치분석의 이론적 근거, 교수전략, 교수과 정』의 머리말에서 당시 미국사회과교육협의회(NCSS) 회장이었던 Jarolimek은 가치갈등에 대한 해결 방법이 수십 년 동안 거의 발전하지 않았음을 준엄하게 비판한다.

“인간이 수많은 세월을 통해 가치교육과 갈등해결에 기울여 왔던 그 많 은 관심에 비해 가치교육과 갈등해결의 문제에 있어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 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달에 사람을 안전하게 보내고 귀환시킬 수 있는 이 나라에서는 서로 두개골을 부수는 것보다 가치갈등을 좀더 받 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국민에게 가르칠 능력을 확실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Jarolimek, 1971: 5-7)

이처럼 가치분석 접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교육의 과제는 바로 가치갈등의 해결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존중받 을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때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의 경쟁이나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치갈등의 발생을 당연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치갈등을 그냥 내버려두어도 된 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러한 가치갈등 을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시민교 육에서의 가치교육은 가치갈등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치분석 접근의 이론가들이 보기에 가치갈등의 해결과 관련하 여 기존의 가치교육 방법들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일단, 언어적 교훈주의 를 비롯한 가치주입의 방법은 사실상 가치갈등 자체를 부정한다. 즉, 가치 주입의 방법은 옳은 가치를 미리 상정하고 이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이 때 상정되는 가치는 대부분 사회 주류의 가치가 되고 여기에 대한 어 떤 이론(異論)이나 문제제기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가치갈등 자체는 표면적으로 사라지고 억압될 것이며 기껏해야 주류 가치를 받아들 이는 한에서 비교적 사소한 의미의 가치갈등만이 인정될 수 있다. 이것은 가치 면에서는 진정한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교 육을 위한 가치교육 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치명료화 접근은 어떠한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가치명료화 접근은 가치주입과 달리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를 미리 상정하지는 않는다.

각 개인에게는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으며 이를 존중하도록 돕고 지 원하는 것이 바로 가치명료화 접근이 추구하는 가치교육의 모습이다. 문제 는 각 개인이 스스로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명료화하게 되었을 때 사회 적 차원에서는 서로 다른 가치들이 충돌하고 갈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 지만 이미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가치갈등의 상황은 가치명료화 접근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가치를 소중히 여길 때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가치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와 관련하여 가치명료화 접근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는 거의 없다.

이 점에서 가치명료화 접근 역시 가치갈등에 대한 바람직한 교육적 대응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치분석 접근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가치갈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한다. Meux(1971: 209-213)는 가치분석 접근을 통해 비록 서 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가치판단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 더라도 다른 입장들 간의 의견 차이를 줄이고, 이후에 일어날 타협이나 흥 정, 교섭과 관련하여 더 나은 해결을 지향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에 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목표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것이다.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치교육은 수 많은 개인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과 함께 이러한 가치들이 충 돌하게 되었을 때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주 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물론, 빈부, 세대, 지역 등 다양한 차원의 사회적 가치갈등이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치분석 접근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치갈등 해결은 여전히 가치교육의 중요한 목표 라고 할 수 있다.

② 가치판단의 정당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교육에서 가치교육이 지향할 목표가 가치갈등의 해결이라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교육의 방법이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가치주입의 방식이나 가치명료화 접근의 방식은 가치갈등을 다루 고 해결하기 위한 교육방법으로는 부적절하다. 그렇다면 가치분석 접근은 가치갈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Coombs(1971: 24-27;

41-49)는 가치분석 교육의 정당한 목표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가치결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가장 합리적이고 정당화될 수 있 는 가치판단을 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능력과 성향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합리적이고 정당화 가능한 가치판단에 도달한다면 이것은 결과적으로 가치갈등을 줄일 수 있는 효과 적인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당화 가능한 가치판 단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Coombs(1971: 21-24)는 가치와 가치판단의 의미를 분 명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가치분석 이론과 관련하여

가치란 결국 가치판단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가치판단은 어떤 대상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중립적 평가를 내리되, 그 평가가 다소 불명확 하다 하더라도 평가한다는 자체로 평가 대상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 다는 것, 즉 다양한 관점 또는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판단은 사실판단과 같은 방식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Coombs, 1971: 27-31). 일반적으로 사실판단은 관찰진술이거나 연역논 증의 결론이거나 일반화를 표현하는 진술 중 하나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 험을 통한 확인이나 논리적 추론을 통해 검증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가치 판단은 사실판단을 검증하는 어떤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먼저 가 치주장은 관찰진술처럼 사실의 경험적 확인을 통해 검증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차가 좋은 차라는 것은 단순히 그 차를 관찰하는 것으로 검증 될 수 없다. 이는 기초적으로 관찰가능한 조건에 관한 진술에 의해 일반화 를 이끌어내는 세 번째 방법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치 주장은 연역논증의 결론으로서 사실진술로부터 연역될 수 있는 것이 아니 다. 사실로부터 가치주장이 연역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자연주의의 오류’로 설명가능하다. 즉, 가치주장은 가치주장으로부터 나올 뿐 사실에 서 가치가 도출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치판단은 사실판단 과 다르다. 가치판단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의 문제를 다 루고 있으며 사실판단 자체는 이러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가 치판단은 사실판단과 다르며, 사실판단과 같은 방식으로 가치판단을 정당 화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일부로 이모우티비즘 의 입장에 있는 이들은 가치판단은 그러한 진술을 한 사람의 태도나 감정 을 단순히 표현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가치판단은 개인의 태도나 감정의 표출에 불과하며, 상대방 역시 같은 태도나 감정을 가지도록 종용하는 역 할을 할 수 있을 뿐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Coombs(1971: 31-39)는 이러한 이모우티비즘에 반대하며 가치 판단에 나타난 태도는 이유를 통해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차가 좋다.’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단순히 차에 대한 나의 태도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태도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동의를 구하는 것은 단순한 종용과 달리 이러한 판단이 정 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일상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가치판단은 보통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는 가치판단을 내리고 이를 정당 화하는 이유를 댈 수 있고 또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내가 그러 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태도를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정당화하는 이유를 제시하 는 것은 단순히 내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하는 부당한 시도와는 다르 다. 우리는 가치판단을 내리고 가치를 결정할 때 제시되는 이유가 정당하 고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져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가치판단 즉, 평가적 판단은 태도의 표현과 상대방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가치분석 접근에서는 가치판단이 사실판단과는 다르지만 이 모우티비즘에서 말하는 것처럼 개인의 단순한 태도나 감정의 표현을 넘어 서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 과정에서 우리는 그러 한 태도나 감정의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가치판단을 상대방에게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때 제시되는 이유나 근거는 개인의 합리적 가 치판단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개인들 간의 가치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가치교육 방법과 달리 가치분석 접근은 학생들로 하여금 정당화 가능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