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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율적 선택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교육 방안

가치 주관론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가치판단이 존재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11)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Dewey가 개인 외부의 절 대적 가치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설명을 배제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에 서 개인의 수단-목적 관계를 통해 가치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Dewey, 1939: 24; Dewey, 1965: 132-134). 이런 근거에서 Rath 등은 가치판단 의 기준이 개인의 삶과 경험이라는 점을 가치명료화 접근의 네 가지 중요 한 요소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Rath et al., 1978: 17-19).

첫째, 가치명료화 접근에서 가치는 ‘생활에 초점을 둔다.’ 이것은 이미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존재하며 여기에 관심이 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가치교육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둘째, 가치명료화 접근에서는 일단 각 개인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무비판적 태도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가치명료화 접근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가치에 대해 ‘더욱 심사숙 고하게 한다.’ 즉,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서 더 많은 사실에 입각 하여, 자신이 존중하고 애착을 갖는 것에 대해 더 잘 인식하고, 선택한 것 에 대해 존중하며 실천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넷째, 가치명료화 접근은 가치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능력을 증진시킨 다.’ 스스로의 가치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그들의 선택, 존중, 행동을 잘 통 합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려 깊은 자기 결정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다.

즉, 가치명료화 접근은 개인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 더욱 심사숙고하고 이를 존중하고 실 천하는 개인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Rath 등은 가치라는 것이 결국 개인 경험의 산물이며 변화하는 개인의 삶 속에서 판단되어야 할 문제라

11) Dewey는 가치판단이 사회적, 상호적 현상이며, 사실 판단과는 구분되지만 충분히 경험적으로 확인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객관성을 지닐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어 떤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이 개인의 수단과 목적의 관계를 통해 확인될 때 가능해 진다. 이 점에 대해서는 Dewey(1939: 24) 참조.

고 보았다(Rath et al., 1978: 56-57). 이것은 가치를 순전히 ‘개인적’ 차 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Simpson, 1986: 272-273; 정호범, 1997a: 71 에서 재인용). 이처럼 가치를 개인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가치명료화 이론에서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즉, 가치가 개인적이라는 것 은 개인이 특정 가치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게 생 각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존중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삶과 경험, 그 경험을 검토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Rath et al., 1978: 57).

②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교육

개인의 삶과 경험에서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은 외부의 가치를 주입하는 것에 비해 가치혼란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치교육을 이렇게 개인적 차원에 서 바라볼 때 당장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학생들의 삶과 경험 에 기반한 많은 것들이 가치가 될 수 있는가?’, ‘학생들이 소중하다고 생 각하는 것들 중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치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결국 학생들의 모든 것을 우리가 다 가치로 인정해줄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은 사실상 가치명료화 접근의 본질적 측 면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가치교육의 대안으로서 가치명료화 접근의 의미 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 좀 더 상세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Rath를 비롯한 가치명료화 접근의 주장자들은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인 식하고 있다. 그들은 “분명히 모든 것이 가치가 될 수는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Rath et al., 1978: 49)라고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 의 삶과 경험 속에서 학생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아직 가치라고 부 를 수는 없는 것으로 이것은 가치징표(value indicators)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치징표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Rath 등은 가치징표로 8가지의 사례를 제시한다(Rath et al., 1978:

49-52). ① 목적 또는 목표(Goals or purposes), ② 포부(Aspirations),

③ 태도(Attitudes), ④ 이해관심(Interests), ⑤ 감정(Feelings), ⑥ 믿음과 신념(Belief and convictions), ⑦ 활동(Activities), ⑧ 근심 걱정, 문젯거

리, 장애물(Worries, problems, obstacles)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징표는 학생들이 자기 삶 속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된다는 점에 서 가치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가치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가치징표가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이론들은 가치교육에서 학습자 중심의 입장을 취 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삶과 경험을 단지 가치교육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에 그치고 있다. 즉, 이런 이론들은 적어도 가치를 교육할 때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치 명료화 접근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처럼 학생들의 삶과 경험 밖에 있는 어떤 목표 지점을 설정한다면 이 때 교육 방법은 결국 그 목표 지점까지 학생들을 이끄는 것으로 가치주입이나 교 화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Rath 등은 가치교육에서 중요 한 것은 최종적인 목표나 결과로서 나타나는 특정한 가치가 아니라 그러 한 가치를 선택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Rath et al., 1978: 45).

“이 책에서 내리고 있는 정의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관행적으로 사용되 고 있는 의미가 아니라 가치화 과정(process of valuing)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가장 가깝다.”(Rath et al., 1978: 24)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보다는 ‘그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우리에게는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다.”(Rath et al., 1978: 24)

“우리는 어떤 사람이 절약하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관심 이 없고 그가 절약하는 생각을 어디서 가져왔느냐에 관심을 더 갖고 있 다.”(Rath et al., 1978: 24)

Rath 등은 이처럼 결과로서의 가치보다는 개인이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를 ‘가치화 과정’이라고 명명한다.

이것은 한 개인이 스스로의 삶과 경험을 통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관심을 중요시하는 동시에 그러한 관심이 진정한 가치가 되기 위해서 필

요한 것들을 포함한다. 즉, 여기에는 “어떤 한 사람이 어떠한 가치를 획득 하든, 그 가치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내적, 외적 세계를 만족스럽고도 이 성적인 방법으로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관련시킬 수 있어야 한다.”(Rath et al., 1978: 45)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가치화 과정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단계 - 선택하기, 존중하기, 행동하기 - 의 7가지 조 건으로 제시된다(Rath et al., 1978: 45-48).

선택하기

1) 자유로이 선택한다.

2) 여러 대안들 중 선택한다.

3) 각 대안의 결과를 신중히 고려한 후에 선택한다.

존중하기 4)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

5) 공언한다.

행동하기 6) 선택에 따라 행동한다.

7) 반복해서 행동한다.

표 1. Rath 등의 가치화 과정(1978: 45-48)

먼저 ‘선택하기’ 단계에서는 자유로이, 여러 대안들 중에서, 신중히 고려 하여 선택할 것이 요청된다. 여기서 자유로운 선택은 강제성 없이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실제 개인이 선택을 할 때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다면 그 때의 선택은 선택으로서 의미 를 지니기 어렵다. 이 점에서 대안은 충분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경 솔하고 충동적인 판단은 개인의 제대로 된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각 대안의 결과를 살피는 신중한 고려도 요청된다. 이러한 ‘선택하기’의 세 단계는 개인에게 있어서 가치 있는 것은 개인의 진정한 선택에서 비롯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존중하기’ 단계에서는 앞서 선택한 가치징표들을 존중하는 과 정을 거친다. 이 때 존중은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즉, 앞서 선택한 가

치징표들은 개인적 측면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사회적 측면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 앞 에서 공언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개인적 측면과 사 회적 측면으로 나누어 기술했으나 이 ‘존중하기’ 단계의 의미는 결국 개인 이 이 가치징표를 진정으로 소중하고 좋은 것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가치징표는 개인 의 가치로는 부적합한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행동하기’ 단계에서는 앞서 선택하고 존중한 가치징표를 실 천으로 옮기게 된다. 즉,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넘어서 행동으로 이 어질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은 가치징표에 따라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행동해야 하며, 이러한 행동은 여러 가 지 상황에서 지속성 있게 나타나야 한다. 이 ‘행동하기’ 단계는 직전의 ‘존 중하기’의 단계가 확장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선택하기’ 단계에서 선택된 가치징표가 지속적인 행동으로 실제 생활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를 개인의 가치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행동하기’ 단계 역시 개인이 진정 으로 받아들이는 가치인지를 확인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단계와 7가지 조건으로 이루어진 가치화 과정은 결국 논의되는 가치징표가 개인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 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한 개인에게 있어서 A라는 가치징표가 충 분히 고려하여 강제 없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고, 이러한 선택에 대해 개 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거리낌이 없이 소중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생활에서 계속해서 실천할 수 있다면 그 개인에 게 A는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명료화 이론은 바로 이러한 가치화 과정을 통해 개인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해서 질문하고 개인이 이러한 질문에 계속해서 대답할 수 있도록 자극하 는 가치교육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