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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명료화 접근 및 가치분석 접근과의 비교

않는 이상은 어떤 특정한 입장을 취하더라도 그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롤즈가 말한 중첩적 합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더라도 다른 사람 의 사상과 의견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바탕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 교육에서 다원주의는 민주주 의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전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과 가치교육 방안에 관한 논의는 다원주의를 수용 하는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 입장은 이러한 가치주입의 방식에 반대하여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판단을 존중하는 접근으로 가치명료화에서 시작하여, 가치추론과 가치분석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의 논증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논증과 사고력을 강조하는 가치교육이 정작 학생들의 가치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세 번째 흐름이 나타 났다. 이것이 바로 배려와 감사의 윤리, 친사회적 행동을 강조하는 주장이 라고 할 수 있다.

① 배려와 감사의 윤리 및 친사회적 행동의 배제

이러한 흐름에서는 먼저 세 번째 측면 즉, 배려와 감사의 윤리 그리고 친사회적 행동을 강조하는 교육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 번째 가치교육의 접근은 1980년대 후반 들어 기존의 가치교육 방법 들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만을 강조했던 것을 반성 하며 등장했다(차경수·모경환, 2008: 325-330). 배려와 감사의 윤리 교육 은 기존의 도덕적 추론이 보편적 규칙을 중시했던 것에 반해 타자와의 관 계를 중시하고 공감과 배려를 통해 타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중시하 는 접근이다. 친사회적 행동 교육은 범죄행위와 같은 반사회적 행동과 대 비하여 사회규범에 맞고, 다른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교육에서 주목할 것은 이들 모두 개인을 중심으로 하 는 기존 가치교육의 내용 범위를 공동체로 넓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공감이나 배려, 감사, 친사회적 행동 등을 도입함으로써 나타났던 다양한 교육적 효과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배려와 감사의 윤리 그리고 친사회적 행동으로 지칭되는 이러한 가치교육의 사조가 앞서 본 연구자가 규정한 가치교육 방법론의 두 가지 구도(사회적 가치의 주입을 강조하는 입장과 학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와 별개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내용적으로 배려와 감사의 윤리는 기존의 가치들을 보완하는 것으 로 별개의 가치교육 방법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규범윤리의 전통에서 볼

때 ‘배려’ 윤리는 기존의 보편적 성격을 지닌 ‘정의’ 윤리가 다루지 못했던 특수한 도덕적 의무의 영역에 주목한다. 즉, 내용적으로 정의 윤리가 공적 영역을 중심으로 한 공적 관계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배려 윤리는 사적 영 역을 중심으로 한 사적 관계에 적용되는 것이 더 적합하다(Kymlicka, 2002: 521-577). 하지만 우리가 논의하는 가치성찰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아우르고 특히 시민교육이라는 관점에서는 공적 영역에 무게 중심 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배려 윤리가 주된 가치교육 내용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정의 윤리와 배려 윤리를 적용되는 영역과 내용의 차이로 받아들일 때 사실상 배려 윤 리에 방법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공감과 배려, 친사회적인 행동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이들 가치를 주입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들 가치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과 판단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 이다. 결국 논의는 다시 앞선 두 흐름으로 돌아오게 된다.

둘째, 만약 배려와 감사의 윤리 그리고 친사회적 행동을 가치교육의 내 용이 아니라 방법을 중심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이는 가치주입이나 교화의 방식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방법론적으로 구체적인 행동과 덕 목을 강조한다. 즉, 배려의 윤리는 논리성만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 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를 비판하면서 개인들 간의 다양한 관계적 맥락에 서 필요한 다양한 헌신을 요청한다. 친사회적 행동의 경우 구체적으로 사 회규범에 부합하는, 다른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행동을 하도록 실천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은 사실상 개인의 주체적인 판단과 사고보다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수용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앞 서 언급한 첫 번째 흐름 즉, 가치주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친사회 적 행동의 경우에는 그것이 지향하는 긍정적인 함축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넘어 실제 행동까지 강요하는 것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② 가치주입과 교화를 긍정하는 가치교육 방안의 배제

이렇게 볼 때 우리의 논의는 결국 본 연구자가 강조하는 두 가지 구도 즉, 사회적 가치의 주입이냐 학생의 자율적 선택과 판단을 존중하느냐로 좁혀진다. 하지만 앞선 논의 즉, 민주시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사회과의 가 치교육이 민주주의의 전제로서 다원주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은 현재 논 의를 제한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즉, 사회과의 가치교육 방안은 민주주 의 사회의 교육 방안으로 다원주의를 긍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어떤 가치가 바람직하고, 어떤 가치가 근본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 을 일차적으로 내려놓을 것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원칙적으로 사회과 의 가치교육 방안은 가치주입 형태의 가치교육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유, 평등, 인간존중 등 사회적 기본가치는 주입되어야 한다는 생각 역 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런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과 이들 가치를 주입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에서 학습자에게 특정 가치를 주입하고 이런 가치들에 대한 존 중의 태도를 심어주고자 할 때 나타나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엄밀한 의 미에서 자유와 평등, 인간존중과 같은 기본가치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개방적인 개념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정작 가치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본가치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며, 그러한 기본가치들이 갈등하거나 충돌하는 상황에서 가치들을 타협하고 그 비중을 달리해서 최종적인 자신의 선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만약 어떤 식으로든 특정한 해석을 바탕으로 어떤 하나의 입장이나 주장을 강요하고 주입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다원주의를 억압하는 비민주적 가치교육으로 귀결되게 된다. 만약 이런 특정 해석을 배제한 채 추상적인 차원에서 이들 가치에 대한 존중을 교육하려고 한다면 많은 교사들은 사실상 가치교육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회적 기본가치는 말 그대 로 ‘뻔한’, 그리고 ‘공허한’ 울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서 교육 현 장에서 가치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실질적인 의미에서 가치교육을 실행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생각 하는 가치를 인정하되 이를 주입하지 않기 위해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하

는 가치교육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자는 명시적으로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맥락에서 가 치교육을 실천하고자 했던 사회과 가치교육 방안인 가치명료화 접근과 가 치분석 접근에 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두 가지 접근은 명시적 으로 언어적 교훈주의 형태의 가치주입에 반대하는 동시에 학생의 자율적 사고와 판단을 중시한다. 이 점에서 최소한 다원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가 얼마나 잘 받아들 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전제에서 본 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가 치성찰 부족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이후 두 장에서는 각각 가치명료화 접근과 가치분석 접근 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의의와 한계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대안적 가치교육 방안을 위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