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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발생의 계기 및 문제 해결의 실용적 근거 제공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가치사실’은 일반적인 주장과 구분되는 사회적 조건으로서 나의 관점을 명료화시킬 수 있다. 또한 나와 타자가 갖고 있는 가치와 사실 각각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탐구를 가능하게 하여 더 넓은 공통의 기반을 찾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도 우리는 여전 히 ‘가치사실’ 중심의 접근이 궁극적으로 가치성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수많은 논자들 은 가치명료화 접근이나 가치분석 접근을 인지중심적 가치교육으로 규정 하면서 이러한 접근이 사실상 가치교육으로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물론 그러한 비판이 가치의 주입이나 교화의 형태로 이어지는 보수적인 형태의 인성교육으로 귀결되었음은 이미 설명하였다. 하지만 같 은 맥락에서 ‘가치사실’이라는 것이 단지 사실이라면 이것이 어떻게 가치 에 대한 참된 존중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 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가치성찰을 위한 ‘가치 사실’의 기능을 Dewey의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Dewey는 사회 전 방면에 걸쳐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저술을 남겼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교육에 있었다. 그는 오늘날 처럼 다원화된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이러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공중의 형성을 위해 교 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특히 Dewey는 교육을 개인의 이해관심의 확장을 통한 성장이자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보았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가치성찰에 있어서

‘가치사실’의 내용과 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 을 줄 수 있다.

① 개인의 이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으로서 ‘가치사실’

Dewey의 교육을 개인의 성장으로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 가 바로 이해관심(interest)이라는 개념이다. 사실상 Dewey 이론가들은 Dewey의 이해관심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노력의 핵심 중 하나는 이해관심(interest)이라는 개 념이 단순히 좁은 범위에서 개인의 즉흥적인 감각적 필요나 물질적인 이 익의 추구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해관심 이라는 단어는 어원상으로도 ‘사이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인과 사회, 개인과 환경 사이에 있는 것으로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개념이다.

이해관심은 학생 내부에 내재된 본능이나 경향성 등의 힘을 교사가 목적 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와 이어준다. 그리고 이때의 이어줌은 앞서 언어적 교훈주의나 주입식 교육에서와 같은 강제적인 연결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 기지만 개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의 욕 구 추구는 사회적 환경을 토대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보다 잘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해관심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가치성찰 의 부족과 정반대에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이 교수자가 가르치고자 하는 개념이나 가치에 이미 이해관심을 갖고 있다면 교육의 많은 어려움이 사라지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치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면 가치에 대한 참된 존중으로서 가치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핵심적인 문제는 학생들이 도대 체 어떻게 이해관심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고 그래서 말 그대로 무관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에 대해 어떻게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할 수 있을까?

Dewey(1916: 40-68)는 이해관심이라는 것을 개인의 내부에 있는 어떤 본질적인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물론 개인 내부에는 어떤 본성이나 성향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본성이나 성향 자체는 이

해관심과는 다르다. 이것은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만나면서 문제 사태의 발생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 으로 들어가면서 비로소 이해관심이 된다. 그렇다면 결국 가치성찰의 부족 상태에서 벗어나 최초의 이해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개인 의 본성이나 성향을 조작하거나 아니면 환경을 조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분명 전자가 아니라 후자가 대안적 가치교육의 선택지가 될 것임 을 함축한다. 즉, 개인의 본성이나 성향을 조작하는 것이 가치주입이나 교 화의 방식이라면 바로 환경을 조작하는 것이 ‘가치사실’을 통한 접근이라 고 할 수 있다.

즉, 이해관심에 대한 Dewey의 설명은 적어도 교육의 상황에서 학생들 을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습자를 둘러싼 환경의 조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것의 목표는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 사태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가치사실’의 중요한 내용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즉, 우리가 가치성찰의 부족으로 부르는 많은 현상들 은 사실상 학생들의 문제의식 없음에서 비롯된다. 어떤 이유로든 지적인 사고 없이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이라는 것은 생기기 힘들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개인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편안한 것이라면 이 속에서 새로운 관심이나 그로 인한 변화는 나타나기 힘들다. 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문제 사태로 인식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학생들에게 익 숙하지 않은 사태이며, 때로는 불편한 사실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다양한 유형의 문화적 소수자의 삶의 행태와 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제시한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치사실’로 제시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어떤 가치지향을 직접적으로 의도 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가치사실’을 통해 우리가 의도하 는 것은 이것을 보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인식 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이를 자신의 가치틀 내에서 해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제시된 ‘가치사실’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때로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적어도 평온한 익숙함을 깬 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각자가 갖고 있는 가치틀 내에서 하나의 문제로 인 식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가치사실’은 학생들에게 문제 사태를 인식하게 하는 다양 한 사태들을 포함한다. 이것은 개인이 익숙하게 경험해온 것들을 다른 관 점에서 인식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관점에 직면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 사태의 제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제시 없이 단순히 학생들이 가치에 대한 이해관심을 만들 것이라고 내버려두는 것을 교육이 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치교육의 적극적인 역할은 학생들을 특정한 가치 입장에 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현재의 가치 입장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조성 의 많은 부분은 ‘가치사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② 문제 해결의 실용적 근거로서 ‘가치사실’

앞서 가치성찰의 부족이 가치갈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치성찰을 이끌 어내는 대안적 가치교육은 이러한 가치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물론 이미 우리는 Weber적 접근을 통 해 가치와 사실을 구분하였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을 인정 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진정한 가치명료화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한 Putnam의 논의는 우리가 인식하는 가치와 사실 각각에 대한 더 깊이 있 는 탐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더 넓은 기반 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서로 다른 개인이 궁극적인 가 치갈등의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다면 이 때 가치교육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Dewey의 실용주의적 접근은 ‘가치사실’의 또다른 요소를 잘 보여준다.

가치와 관련하여 Dewey는 기본적으로 가치실재론을 거부한다. 이것은 앞서 Dewey의 가치론이 가치명료화 접근의 토대가 되었던 배경이기도 했 다. 즉, Dewey에게 있어서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 본래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Dewey(1939: 20-28)에게 가치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서부 터 가치가 생긴다. 즉, 다소 투박하게 표현하자면 Dewey에게 가치는 주관 적인 것이고, 그래서 주체인 개인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 게 가치를 단순히 주관적인 것으로만 해석하게 되면 이것은 앞서 제기되 었던 상대주의에 대한 수많은 반발을 피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려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Dewey는 가치실재론뿐만 아니라 가치를 전적으로 상대적인 것으로 보려 는 시도에도 반대했다. 먼저 Dewey는 개인이 좋다고 느낀다고 해서 그것 이 가치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즉, 개인의 단순한 감 정 상태는 가치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확히 가치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Dewey는 앞서 언급한 문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을 주는 것이 가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Dewey의 접근은 잘 알려진 것처럼 정확히 실용주의적 접근이라 고 할 수 있다. 실용주의적 접근에서는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상정하는 것 이 아니라 문제상황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나 도구를 가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바로 가치교육을 가치라는 하나의 목적의 차원이 아니라 ‘가치사실’이라는 수단이나 도구에 대한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하 는 기반이 된다. 실상 우리는 기존의 가치교육의 과정에서 가치에 대한 논 의를 목적에 대한 것으로만 생각하여 수단에 대한 고려를 등한시한 경향 이 있다. 그래서 가치에 대한 이해만 이뤄지면 그것을 향한 나아감만이 중 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은 사실상 개인 외부에 있는 어떤 목적으 로서의 가치 그 자체를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이에 대한 수단의 선택을 테크니컬한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것은 Dewey의 생 각과 전적으로 어긋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Dewey에게는 외부의 절대 적 목적이나 가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 판단된다. 이 때 개인의 입장에서 판단된다는 것은 경제학적 표현을 빌리 면 개인이 그러한 목적을 추구할 때 포기하게 되는 것(비용)과 얻게 되는 것(편익)의 비교에 의존한다. Dewey에게는 어떤 목적이든 그것을 달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