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살펴본 도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의 기능을 토대로 도시기본계획 과 도시관리계획간의 관계를 도시개발사업을 포함한 도시계획체제 전체의 관점 에서 논의한다. 1981년의 도시계획법 개정을 통해 도시기본계획 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체제는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도시 개발사업」의 수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도시기본계획이 수 립‧확정되면 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이 정한 사항에 대하여 기속(羈束)을 받게 되고, 도시개발사업 또한 도시관리계획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러한 하향 수직적 개념의 도시계획체제는 1991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대학교재용으로 출간한 책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 교재에 수록된 내용 일부의 <표 3-4>는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단계를 설명하면서 도시계획체제를
‘도시기본계획→도시계획(재정비)54)→도시계획시행계획(도시계획시설 및 사업
국 시‧군에 <그림 3-4>와 같은 도시기본구상도를 시‧군에 시달하면서 도시기본 계획수립을 지도한 바 있다.
<그림 3-4>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도시기본구상도 예시도면(1982년, 건설부)
그때에도 도시기본구상도에 대하여 도시기본계획 자체가 20년 앞을 전망하는 장기적 계획이기 때문에 도시기본계획의 중요성은 서술부분에 두어야 하고, 도 시기본구상도는 특정한 대지나 그 위치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세한 사항을 표현 해서는 안 되며 정확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국토개발연구원, 1982: 36). 이러한 개념하에 도시기본계획 도입 당시에
는 도시 장기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먼저 세워 도시관리계획을 이에 부합되는 것으로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시장 군수의 자의적 변경을 방지하 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관리계획 자체가 개별 시민의 사적 재산권을 구속할 수 있는 ‘힘 있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해당 시‧군으로서는 도시관리계획 입안의 정당성, 투명 성, 객관성의 근거를 도시기본계획에 미리 확보해 두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감사행정에서도 도시관리계획 입안 결정의 근거를 도시기본계획의 도시기본구상도를 가지고 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따라 서 도시기본계획 도입 당시의 취지에 불구하고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지난 20여 년 이상 도시기본계획의 도시기본구상도에 표시되는 토지이용 구분선 및 도로 선형은 도시관리계획에서 준수해야 할 엄격한 선(線)으로 되어 왔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체제를 운용하면서 사실상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고질화 되면서 이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다.
첫째는 기존의 체제 하에서는 ‘힘 있는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의 용도지역, 시 설 결정 등의 사항을 내부적으로 미리 정해 놓고 도시기본계획 도서에 옮겨 놓는 작업으로56) 도시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온 점이다. 현실적으로 ‘힘 있는 계획’의 도시관리계획으로 구현 될 도시기본구상도 내용만 의미를 가질 뿐, 정작 계획서 부분은 미사여구의 나열과 장황한 설명 자료로 그치고 미래계획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구조와 도시정책에 관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도 시기본계획 수립이 이렇게 원시적 상태로 방치되어 옴으로써 도시계획이 추구하 는 계획대상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왔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이론 또한 오래동안 ‘발육부진’ 상태에 있어왔다.57)
둘째는 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할 토지가 미리 상정
56) 도시기본계획은 2만5천분의 1( 또는 5만분의 1) 도면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도 시관리계획의 계획 도면인 5천분의 1의 도면을 그려놓고 이를 축소하여 표시하는 것으로 작업을 하 고 있다.
57) 이러한 토양에서 도시계획 전문가가 육성될 수 없고, 도시계획 관련 주요 정책들도 우발적으로 결정 되기 일쑤이다.
되어 우발이익 발생이 예상되는 토지가 사전에 낙점된다. 또한 특정 지역 일원에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더라도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고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지 일원의 소지가격이 앙등하여 이것이 사업자 토지취득비용 부담을 증대시키고, 결국 실수요자 부담, 국민경제적 부담으로 이 어지고 있다. 부분적으로 이를 피하기 위해 택촉법, 산입법 등 특별법에 의하여 개발사업을 시행하거나 특별지구에서 규제완화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도시전체 차원의 종합성이 결여되어 정책을 왜곡시키거나 갈등을 낳고 있다.
셋째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할 사항이 발생하면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또 특정 도시개발사업이 필요하나 도시관리계획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도시관리 계획을 먼저 변경해야 하고,58) 이를 위해서도 도시기본계획 또한 변경해야 한 다.59) 앞에서부터의 모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시계획, 도시개발 행정의 단절을 가져오고 시간도 많이 소모된다. 이러한 잘못된 개념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또 다시 도시기본계획의 상위계획으로 광역도시계획이 제도화되면서 이제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이전에 광역도시계획 또한 사전에 변경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예견되기도 한다.
도시계획체제의 이러한 문제점들은 앞에서 상술한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 획 각각의 기능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과 함께 근본적으로 개선해 가지 않으면 안 될 과제이다.
58) 2003년 1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제정으로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이 하나로 통합되 기 전에는 국토이용계획 변경 또는 도시계획 변경으로 행하여졌었다.
59) 최근에도 청계천 복원사업을 한창 추진하던 서울시가 중앙정부로부터 청계천 복개로 사용해 오던 간선도로의 폐지를 도시기본계획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서둘러 도시기본계획 변경절차를 마치게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