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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획과정 논의의 배경

오늘날의 도시계획은 신도시 개발에서와 같은 청사진 제시의 마스터플랜을 수 립하는 것에 한정되지만은 않는다. 도시계획(urban planning)은 물리적 측면의 토 지이용계획이나 도시설계 등의 계획대상에 대한 기술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나 방법론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는 1950년대 중반 이후 도시계획 이론이 걸어온 길에서도 알 수 있다(Healey저, 권원용‧서순탁역, 2003:54-63; 朴載吉, 1992: 9-11).31) 도시기본계획도 그 이전까 지 가치와 사실, 정치와 행정의 이분법적 패러다임 하에서 청사진 제시적 계획으 로 수립되던 데서 벗어나 앞으로 수행할 정책에 대한 합의 형성과 그 결정 및 집행을 전제로 하는 정책계획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정책계획은 정치와 행 정, 혹은 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를 구분하여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류 조정하면

29) 토지이용에 대한 공공규제가 유럽 국가들보도 훨씬 덜하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나 일본보다는 토지이용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30) 본 연구와 협동연구로 수행한 André Sorensen은 연구결과물(Local Planning Governance and Socail Equity Issues: Approaches in Britain, the United States, Japan, Canada, France, and Holland)을 통해 계획 및 토지재산권 체계로 볼 때 연구대상의 6개국 중 가장 공공 중심적인 국가로 영국, 네덜란드를 들 고 있고 가장 민간중심적인 국가로 미국, 일본을 꼽고 있다.

31) 제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1945~1960년에 도시기본계획(general plan) 수립활동이 최고조로 달한다.

한편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하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며 실현수법이 결여된 점 등을 비판하면서 계획 수립 및 집행 과정의 과학화를 주장하는 논의들도 활발해졌다. 1955년 Banfield에 의한 대안평가 선 택법, 1956년 Meyerson의 중기프로그램(middle-range bridge) 등을 그 최초로 보고 있다(朴載吉. 1992.

p10.).

서 행하여가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朴載吉, 1992: 11,34).

한편, 도시계획가의 역할은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각종 모형을 활 용하여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합리주의적 계획사조 (計劃思潮)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전통적 계획사조나 합리주의적 계획사조 모두 계획과정의 참여 주체는 관료 및 전문가나 정치가, 그리고 소수 이익집단에 한정 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합리주의 계획사조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사무실 에서 정치가들을 지원하는 분석 및 평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Healey 저, 권원 용‧서순탁역, 2003: 295, 305).

이러한 계획과정은 그 자체가 폐쇄적일뿐 아니라 개별 전문가의 한정된 지식 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또 계획결과로 영향을 받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따 라서 계획과정이 보다 개방적이어야 함과 동시에 주민 및 이해관계자 모두에 공 정한 것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었다.

(2) 계획과정의 개방성(openness)

도시계획이 대상으로 하는 물리적‧공간적 요소의 실질적 가치가 '삶의 질' 제 고에 있으며, 이는 하버마스의 ‘생활세계’와 기든스의 ‘삶의 정치’와도 개념적으 로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이미 논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도시계획은 생활환경의 제반 문제에 대한 장소적 해결뿐만 아니라 세계화된 경제, 사회, 환 경의 제반 사안들과 연결고리를 다루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장(場)이 되지 않 으면 안 된다(Healey저, 권원용‧서순탁 역, 2003:120). 도시계획은 토지이용이나 도시설계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주변의 사회정책이나 사회복지 등 다른 부문과 넓게 관련되어야 하고(Greed, 1993:5-7),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생활 주체자의 주민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도시를 만들고 가꾸어감에 있어서는 도시계획 활동을 법정 도시계획의 테두리 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법정 도시계획이전의 주민운동이나 주민에 의한 자 발적 계획수립 및 지자체의 비법정(非法定) 행정계획 등을 망라한 넓은 의미의

‘도시계획(=도시를 계획하는 활동)’이 요구된다. 일본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활 발히 전개되어 온 주민 주도형 도시가꾸기의 ‘마찌즈꾸리(まちづくり) 운동’은 이러한 의미에서 보다 개방된 도시계획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田村 明, 1988:52-53).

개방적 도시계획 과정에 대한 이론적 기반은 협력적 계획(collaborative planning)을 주장하는 팻치 힐리(Patsy Healey)등의 상호작용적 전략형성 (interactive approaches to strategy planning)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계획을 주도하 는 내부세계가 바깥의 외부세계와 연속적이고, 다면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전제 로 한다. 제도론적 접근방법을 통해 한 장소 내에서 사회적 결절점과 그 연결망 의 범위 및 이를 통한 관계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가면 신뢰와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어 협력이 이루어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한다. 결국 상호작용적 접근에서는 전략과 정책이 객관적, 기술적 과정의 산출물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능동적으로 생산될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Healey저, 권원용‧서순탁역, 2003: 298,305).

계획주체인 해당 기관의 외부로 연결망을 넓혀가는 이러한 개방성은 계획과정 에 참여하는 내부 및 외부 관계자들이 상대를 아우르는 논쟁(inclusionary argumentation)을 하여 합의를 형성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논쟁을 통하여 참여자 들 간에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고, 전략에 관한 공유의식을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 가 의미를 지닌다 (Healey저, 권원용‧서순탁역, 2003:300). 논쟁은 단계별로 진행 되며, 초기의 담론은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것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데 집중되지 만, 새로운 담론이 생산되고 구체화되면 현재까지 합의된 원리에 정당성을 부여 하기 위해 보다 공식적인 공론(公論)의 장으로 옮겨가게 된다(Healey, 권원용‧서 순탁역, 2003:324).

한편 브라이슨(J. Bryson)과 크로스비(B. Crosby)는 상호작용적 전략형성(inter- active approaches to strategy planning)은 세 가지 과정을 내재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Bryson and Crosby, 1993: 175-194). 즉, 의사소통(communication), 의사결정 (decision-making), 사법적 중재(adjudication)의 역할을 각각 분담하는「포럼

(forum)」-「어리나(arena)」-「코트(court)」의 세 가지 무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다. 먼저「포럼」은 각종 분야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 는 무대이다.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 개방하여 의견이 포괄적으로 제시 되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의「어리나」에서는 정책입안 및 실행에서 구 체화할 내용들을 정리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해 관계자들이 적극적으 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의 세 번째 무대 인「코트」에서는「어리나」에서 파생된 불만 및 마찰과 갈등, 그리고 미해결 과제들을 조정하고 조치하는 중재(仲裁)의 장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상호작용적 전략형성(interactive approaches to strategy planning)이 뿌리내릴만한 여건이 형성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청사진 제시의 장기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책(bundles of policies) 체계화를 위한 계 획 수립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작용적 전략형성은 하버마스의 ‘생활세계’ 및 기든스의 ‘삶의 정치’를 도시계획 과정에 접목시키면서 발전해 온 것으로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계획과정이 앞으로 지향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계획수립 및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으나, 19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운동 이후 민주화가 일상화된 시민사회로 성숙해 있고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지식정보화 시대를 펼 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계획과정의 합리화도 크게 진전될 것으로 예견된 다.

(3) 계획과정의 공정성(fairness)

도시계획을 포함한 공공계획은 계획결정에 따라 이해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 으키고, 관계자들 사이에 새로운 사회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리 그것을 완전히 예측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획과정을 통해 마련될 계획안 내용을 사전에 알고 미리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며, 또 사후에 호소할 사법적 구제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이해관계자를 100% 만 족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획 주체의 당사자인 공공이 계획과정을 통

해 적정하게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공정하게 계획을 진행시키도록 일반적 기준을 마련함이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된다.(兼子‧椎名, 1995:105 ; 高見沢実 1998:176).

일반적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절차를 규정하는 일과 객관적 입장에 설 수 있는 제 3자 기구를 설치 운용하는 일이 포함된다.

다까미자와(高見沢実, 1998: 175)는 계획과정과 관련하여 절차 규정을 마련하 는 일이 불가피한 이유로 사법적 구제의 한계, 입법적 통제의 한계, 행정 전문성 의 한계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사법적 구제의 한계란 계획이 일단 결정되 고 나면 사후적 사법구제가 곤란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사전에 절차적 통제가 있 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입법적 통제의 한계란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해 관계 조정을 입법 과정에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전문성에 맡겨 행정권한으로 위임된 범위에서 적정하게 재량권을 행사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의 행정전문성의 한계란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을 행정적 판단만 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 형성의 절차 위에서 계획의 공공성이 확보되도록 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과정을 거치면서 관련 정보들이 많이 모아

다까미자와(高見沢実, 1998: 175)는 계획과정과 관련하여 절차 규정을 마련하 는 일이 불가피한 이유로 사법적 구제의 한계, 입법적 통제의 한계, 행정 전문성 의 한계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사법적 구제의 한계란 계획이 일단 결정되 고 나면 사후적 사법구제가 곤란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사전에 절차적 통제가 있 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입법적 통제의 한계란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해 관계 조정을 입법 과정에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전문성에 맡겨 행정권한으로 위임된 범위에서 적정하게 재량권을 행사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의 행정전문성의 한계란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을 행정적 판단만 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 형성의 절차 위에서 계획의 공공성이 확보되도록 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과정을 거치면서 관련 정보들이 많이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