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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질적(substantive) 가치로 ‘삶의 질’ 제고

일반적 의미에서 말하는 ‘도시계획’의 대상은 권태준(1982:50), 니시야마(西山 卯三),19) 와다나베( 渡辺俊一, 1985:7)등이 언급하듯이 도시의 생활공간, 또는 인 간 정주공간의 물적 요소로 본다.20) 그런데 생활공간 또는 정주공간으로서의 도 시는 단순히 균질한 공간(space)으로가 아니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

조).

19) 梶秀樹外. 1986. p149.

20) 최근 사회‧경제부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물적 요소를 계획하기 위하여 사회‧경제부문을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하여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도시계획이 물적 요소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임에는 변함이 없다.

로 의미(meaning)를 가지고 생활해 가는 장소(place)의 개념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도시계획을 통해 물적 요소를 계획함에 있어서는 인간의 장소적 활 동을 총체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장소(place)로서 도시를 계획한다는 것은 인간이 거기에 존재하여 활동하고 있 음을 전제로 한다. 생존적 차원의 욕구를 충족하면 인간은 장소적 활동에 있어서 자신을 포함한 특정 대상이나 사실과의 의사소통행위(communicative action)에 적 극적 의미를 찾게 되며, 그러한 행위를 담는 그릇의 공간(space)이나 의미체로서 의 대상물이 도시계획활동의 조작적 대상요소가 된다. 따라서 도시계획은 장소 적 존재의 인간이 영위할 의사소통행위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인간 의 장소적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독일의 사회철학자 하버마스(J. Habermas)가 주 장하는 발화자 인간의 의사소통행위가 자연 및 문화경관으로 확장되는 것이어야 한다. 의사소통행위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짐으로써 행위자로서의 인간 개개인의 '생활세계'는21) 그만큼 향상되어진다(朴載吉, 1992:40-44).

한편, 도시계획은 사회의 경제‧문화 및 환경적 구조 변화를 물리적‧ 공간적 측 면에서 대응하거나 이를 수용하는 활동도 포함하여야 한다. 당연히 사회의 구조 적 변화와 그 흐름의 핵심을 파악하여 변화 맥락에 맞게 대응함이 필요하다. 더 구나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와 같이 ‘세계화’에 따른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일과 ‘삶의 질’ 제고의 중요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시계획 활 동의 지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 이러한 것들 이 사회철학 분야의 커다란 담론이기는 하나 도시계획이 추구하는 계획대상의 속성을 논구하는 본 연구에서도 중요한 논의 주제에 해당된다.

도시계획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는 근대 도시계획 탄생 당시의 19세기 중반 영국의 사회적 상황에 거슬러 올라가 보면 쉽게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18세기의 산업혁명으로 경제적 부(富)는 크게 늘었으나 그로 인해 극도로 불량한

21) 독일의 사회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는 사회를 체계(system)와 생활세계의 두 가지 방향으로 분화 되어가는 것으로 밝히면서 체계가 합목적적 합리성에 근거하는 것이라면 생활세계는 이해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전제한다(ユルゲン‧ハーバーマス저. 藤澤賢一郞역. 1990. pp129-130 ; 윤평중.

1992. pp209-212.).

위생환경에 처하게 된 공업도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것이 되 어 버렸다. 주거지역의 위생상태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곳이 많 았다. 심각한 물의 부족과 오물처리의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으며, 골목마다 오물 과 쓰레기가 쌓여있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당연히 사망률도 증가했다. 1840년경 영국 국민의 평균 수명은 29세였고, 신생아 여섯 명중 한 명은 생후 일 년 이내에 사망했다. 도시는 전염병의 온상이 되었다. 특히 1832년에는 콜레라가 크게 유행 하여 계층의 구분 없이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손세관, 1993:227-228).

도시계획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거주할 만한 장소로 도시를 되찾고 자 하는 사회적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도시계획제도는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1848년)22)의 토지이용 및 건축 규제로부터 출발하여 주택및도시계획 법(Housing, Town Planning etc. Act, 1909년), 도시계획법(Town Planning Act, 1925 년), 도시농촌계획법(Town and Country Planning Act, 1932년)으로 발전해 왔고, 그러한 과정에서 1900년을 전후하여 하워드(E. Howard)에 의한 전원도시(garden city) 건설 또한 성공을 거둠으로써 쾌적한 도시환경 형성이 도시계획의 사회적 기능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도시계획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도시계획이 대상으로 하는 물적요소의 실질 적 가치(substantive values)는 사회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 및 기든스(Giddens) 의 현대성에 관한 담론들과 일맥상통한다. 즉, 도시계획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자 하는 대상의 가치는 ‘삶의 질’ 제고에 있으며, 이는 곧 하버마스의 ‘생활세계 (life world)’ 및 기든스의 ‘삶의 정치’와 개념적으로 방향을 같이 한다.

하버마스는 도구적 합리성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질서(시장)와 정치적 질서(관 료제)를 체계(system)로 규정하고, 생활세계(life world)는 그 반대 개념으로 의사 소통적 합리성 영역에 해당하며 상호이해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사회생 활의 합리적 구성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지반 위에서만 가능하며, 생산력의 증

22) 여기서 말하는 공중위생은 매우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것으로 하수설비, 청소, 도살장, 공동 숙박소, 지하실 거주, 가로포장 및 관리, 공원, 상수공급, 매장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공공규제와 공공서 비스를 말한다(渡辺俊一저. 배청 편역. 1997. p23.).

가가 반드시 좋은 삶의 실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생활세계 합리 화의 절실한 필요성이 재확인된다. 하버마스에 따른다면 체계(system)와 생활세 계(life world)로 분리되는 사회의 진화에서 갈수록 강대해지고 복잡화된 체계는 생활세계의 고유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하위체계로 전락시키려 하며, 생 활세계의 원칙들을 종식시키고자 할 때 체계와 생활세계의 분리는 ‘생활세계의 식민화’로 까지 악화된다고 한다.23) 이 과정에서 비대 성장한 도구적 합리성이 생활세계의 영역을 침범하여 그 정합성을 파괴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구 산업사 회의 위기가 초래되며, 그것이 바로 현대성이 역리하는 현상의 진정한 원인이라 고 본다(윤평중, 1992: 206-210).

한편, 기든스(Giddens)의 ‘삶의 정치’ 는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보다 실천적인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 기든스는 자아의 성찰적 기획과 그에 기반한 ‘삶의 정치’

를 통해 사회규칙과 자원을, 그리고 행위자의 존재조건을 지속적으로 교정하며 이러한 과정을 매개로 한 개인적‧집합적 행위를 통해 사회구조를 변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여기에는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생태학의 주장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도 여겨진다(김호기, 1999:54).

사회철학적 성찰을 통한 하버마스의 ‘생활세계’와 관련된 ‘의사소통 행위’의 진작과 기든스의 ‘삶의 정치’는 도시계획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24) 물리적‧공 간적으로 수용함에 있어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보다 나은 수준으로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여야 함을 말한다. 이는 곧 경제성장이나 소득수준 향상은 생활환경 수 준을 높여주는 필요조건은 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25)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근대 도시계획제도가 탄생한 19세기 당시의 유럽의 사 회적 상황이 이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산업혁명과 경제자유주의로 국가가

23) 권태준도 생활세계와 유사한 개념으로 거대도시들의 한 측면을 서술하고 있다: “거대도시들은 어느 곳이나 전체로서는 아주 역동적이고 극히 불안정하고 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수많은 개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세계(lebenswelt)’가 전면적이고 역동적인 변화의 큰 물결 가운데 표류하고 있는 셈이 된다(권태준. 1992. p90.).

24) 산업화‧도시화‧정보화‧핵가족화‧노령화 등을 들 수 있다.

25) 예로서, 경제성장이나 소득수준 향상만으로는 도시과밀화‧자연경관훼손‧교통체증 발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번영하고 도시 경제가 풍족해지더라도 전염병을 초래하는 열악한 도시 위생환경 과 노동자들의 주거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도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버마스의 ‘생활세계의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전제로 기든스의 ‘삶의 정치’를 실천해가는 역할을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삶의 질’을 제고하는 기능으로 서 화답해가야 한다.

(2) 토지이용자유의 제한

도시계획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토지를 대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활동이다.

도시계획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도시공동체의 삶의 질 제고를 위 해 물리적, 공간적 요소를 계획하고 제어하고 있는데, 특히, 토지이용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것은 근대 도시계획제도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고 있다.

토지이용자유의 제한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혁명 후 19세기 유럽 공 업도시에 만연된 도시공해와 노동자 계층의 불량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渡辺俊一, 1993:62). 아담 스미스(Adam Smith) 의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 이후의 '자유방임주의' 26) 및 산업혁명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비판을 받게 되고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발전하였기 때문이다(Mumford저, 김영 기역, 1990: 486-492).

영국의 「공중위생법(1848년)」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 근대 도시계획 제도는 가로의 폭, 건축선 위치 및 건축물 높이 등을 포함하는 토지이용규제 제 도로 출발하였다. 이는 자유방임적 사회에서도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공중위생법(1848년)」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 근대 도시계획 제도는 가로의 폭, 건축선 위치 및 건축물 높이 등을 포함하는 토지이용규제 제 도로 출발하였다. 이는 자유방임적 사회에서도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