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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채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해

제4절 가계부채의 발생과 파급효과

4. 과중채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해

최근에는 각국의 가계부채 대책에서 네 번째 원인, 즉 채무자들의 금융 관련 지식과 태도를 강조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불합리한 소비태도에 주목하여,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빈곤층 의 과중채무나 부채 상환 연체가 상환능력의 부족보다 상환의지의 부재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국 정부는 금융교육을 통해 소 비와 관련된 빈곤층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이 과중채무 예방대책 중 가

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보다 강한 주장은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로 많은 국가는 과중채무 예방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금융교육을 확대하 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에는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 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 보고서의 제3장에 서 다루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저소득층 가계부채 대책에서도 확 인되고 있다.

하지만 빈곤층에 대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국가와 금 융기관의 책임을 묻기보다 금융소비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 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이는 빈곤층이 금융문맹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빈곤층은 맹목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 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고유한 추론방식과 표현체계 그리고 평 가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금융문맹이라는 표현은 그 자 체로 빈곤층이 속한 공간이 갖는 고유한 회계방식과 사고 그리고 소비태 도에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 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인류학적 관점에 기초한 이러한 분석들은 시간에 대한 관점,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도덕적 의무에 대한 태도 등이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과 가치는 부채와 금리 그리고 상환 의무와 관련해서 다른 정책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거래란 단순한 화폐거래가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현대화된 금융지식에 기초한 교육훈련이라도 빈곤층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곤층은 저축과 부채에 대한 다른 프레임 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고전경제학이 가정하는 물질적 편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

는 데 더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금융거래는 사회적 정체 성을 구축하는 기능 중 하나인 셈이며 빈곤층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그 들의 선택은 이성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적 금융지식과 태도는 권 력을 가진 어떤 집단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빈곤층에게는 그리 적절하 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Perrin-Heredia, 2009, pp. 100-110 ; Guéin, 2012, pp. 19-21).

빈곤층에게 가계부채 탕감, 금리 인하 그리고 채무 조정 등의 지원대책 은 필요하다. 그리고 금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교 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과 대책을 선의로 간 주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서벳(Servet)의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21세기의 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착취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소액대출사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 다. 새로운 금융산업은 빈곤층이 기회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득이나 사회보장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는 데 보잘것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치경제학적 접근 법은 금융교육에 대한 강조가 암묵적 또는 명시적으로 개인채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부와 대주(貸主)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가의 협력이나 지원을 받은 대출기관의 무 책임성을 충분히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즉 과중채무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은 말하지 않고, 개인채무자 의 가계관리 능력 부재로 문제를 호도한다는 것이다. 금융교육은 금융규 제의 문제점을 흐리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이다(Servet & Saia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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