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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의사소통 역량

4차 산업 혁명에서 개방형 의사 결정 플랫폼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고 있다. 플랫폼(Platform)은 기차역의 플랫폼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개방된 추상적인 공간으로 어떤 사상이나 제품 등을 교환하거나 확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소”로 “어떤 관점이나 의도를 표현하는 출발점”을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은 열린 공간이자 지속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플랫폼 방식의 핵심은 결국

의사소통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김인숙・남유선, 2016: 80-81). 플랫폼에서 하나의 문제를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진 주체들이 만나 협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다. 3차 산업혁명이 클래식 음악이라면, 4차 산업 혁명은 재즈 음악에 비유할 수 있다. 상호 작용에 있어 3차가 중앙 집중형 오케스트라라면, 4차는 유연하고 주어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속에서의 상호접점을 추구하는 재즈이다. 재즈 음악에서는 연주자 상호 간 지속적인 주의력이 더욱 요청된다(김인숙・남유선, 2016: 237).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에게 많은 편리함과 여가를 선사하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상대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단절되거나 약화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 역량이나 의사소통 역량과 같은 시민적 인성역량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더욱 대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과 위기의 상황은 인간과 자본의 탐욕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요구한다. 위기 속에서 문제 인식 및 분석뿐 아니라 불의한 구조를 바로 잡는 기회로 활용하려면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집단지성의 가치를 발휘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다한다.

의사소통에는 당신의 메시지를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전달하는 말하기, 당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쓰기,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경청하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협력을 촉진 시켜주는 연료이다. 이와 동시에 의사소통은 협력을 기반으로 구축된다(Golinkoff & Hirsh-Pasek, 김선아 역, 2018:

118). 따라서 협력적 의사소통 역량이란,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의 상호 작용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공감의 자세로 수평적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이혜진, 2020a: 168)7). 이때 수평적 대화는 의사소통의 행위로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청 및 존중하고 그들과 합리적으로 소통하며 균형 잡힌 관점과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정창우 외, 2016: 45). 협력적 의사소통 역량은 서로 묻고 답하는 방식이나 단순한 협력과는 다른 것으로 협력과 의사소통의 상호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 사회에서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성공의 핵심 잣대로 부각하고 있다. 소프트 스킬은 협력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유연한 사고방식, 힘든 문제에 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해결방법을 찾는 능력을 말한다. 보통 수학, 읽기, 타이핑 등과 같은 하드 스킬에 비해 소프트 스킬은 측정이 훨씬 어렵지만, 하드 스킬보다 학문적인 성공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이다(Golinkoff & Hirsh-Pasek, 김선아 역, 2018: 57-58). 주지하다시피 주목받고 있는 21세기 역량으로서 4C인 비판적인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은 주로 소프트 스킬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정서적 능력을 말하며 홀로 고립상태에서는 발현될 수 없다. 소프트 스킬은 다른 분야의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발전이 가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성취하는 가능성을 높여준다(Golinkoff

& Hirsh-Pasek, 김선아 역, 2018: 67-69).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 의하면, 가장 생산적인 아이디어는 평등, 관용, 팀원의 아이디어에 대한 호기심, 공감, 감성 지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을 갖춘

7) 협력과 협동이라는 말은 주로 혼용해서 사용되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구조를 강 조함에 따라 두 용어의 의미가 차이를 보인다. 김성은과 그 동료(2019: 69)는 협 동은 ‘구조화된 환경’에서 협력은 ‘비구조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렇 게 서로 다른 뿌리에 기초를 하고 있는 이유는 협동 및 협력 학습을 연구하는 학 자들의 지역이 나뉘기 때문이다. 보통 협동은 미국학자인 존슨 형제(D. W.

Johnson & R. T. Johnson), 슬라빈(R. E. Slavin), 케이건(S. Kagan) 등이 발전 시킨 교수학습방법론의 측면이 강하고 협력은 유럽을 중심으로 구성주의 학자 의 교육 철학적인 담론을 교실 속에서 실천하면서 사용한 개념에 속한다(정문성, 2002; K. Topping et al., 2017; 김성은 외, 2019, 70에서 재인용). 여기서는 교실 수업과 같은 구조화된 환경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비구조화된 환경에서의 상호 작용의 능력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협력적 의사소통’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정창우, 2019: 223). 종합하자면, 미래 사회는 하드 스킬만으로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없으며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대표적인 소프트 스킬로 미래 시민으로서 핵심역량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의사소통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의 풍경을 묘사하는 단어로

‘뷰카(VUCA)’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뷰카는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을 의미한다(Lim-Lange & Lim-Lange, 박선령 역, 2020: 37). 뷰카 시대에는 복합적이고 문화적인 협력에 업무의 초점이 맞춰지고 기술적인 역량보다 공감, 의사소통과 같은 소프트 스킬을 추구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Lim-Lange & Lim-Lange, 박선령 역, 2020: 59).8) 실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는 상호 작용은 TV 스크린을 청취했던 그룹에 비해 타인의 표정을 읽어내는 사회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며 상호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Golinkoff & Hirsh-Pasek, 김선아 역, 2018: 76). 상호 의사소통의 경험은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 구성원들은 과제를 완수하고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변화의 중심을 이끌 수 있다. 즉 협력과 의사소통은 다른 모든 기술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궁극적인 기능이자 사회 감정적인 통제력을 길러줘 충동을 조절하게도 도와준다(Golinkoff & Hirsh-Pasek, 김선아 역, 2018: 76-77). 따라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혼자서 일할 때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 때가 많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는 더욱이 사회적 능력으로서 협력이 필수적이고 이를 원활하게 하는 8) 크리스탈 림 랭과 그레고리 림 랭에 따르면,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 소프트 스

킬이 중요한 시점으로 소프트 스킬에 대해 하드 스킬에 비해 다소 가볍고 추상적 의미가 은연중에 가미되어 휴먼스킬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Lim-Lange & Lim-Lange, 박선령 역, 2020: 61). 여기서는 사회 정서적 능력으 로서 일반적인 표현인 소프트 스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의사소통의 중요하다.

셋째, 의사소통을 통해 확증 편향을 방지하고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9)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고 손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지만, 디지털 공간에서는 오히려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열과 단절이 증가하고 있다. 림 랭(Lim-Lange)은 가상의 플랫폼이 갖춰진 디지털 사회에서는 관점과 이야기의 다원성이 증가할수록 의견과 태도가 더욱 양극화되는 현상이 심화 된다고 진단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블루 피드와 레드 피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이슈에 대한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반응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가 속한 집단의 기존 세계관과 일치하는 게시물만 보고 심지어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이러한 사고방식에 대해 사람들은 전혀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다(Lim-Lange & Lim-Lange, 박선령 역, 2020: 51-52). 이와 같은 경향성을 극복하고 다른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른 생각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본인이 보고 싶은 정보와 의견만 받아들여 다양성이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안감은 오히려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기보다 기존 생각을 강화하는 기제가 활발히 작동함을 알 수 있다. 구본권(2020:

118)은 개인이 지니는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이 불일치할 때 생기는 심리적 불편함은 확증 편향(Confirmatory Bias) 또는 선택적 인지(Selective 9) 확증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 의사소통만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메타인지 역량은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고 부정적 느낌과 파괴적인 감정을 객관화시킨다 는 측면에서 확증 편향에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절에서는 토론 과 문제해결과 같은 적극적 의사소통이 확증 편향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의사소통을 통해 확증 편향 을 방지하고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객관화하고 오류가 없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메타인지의 능력이 추가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