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의사소통’은 중첩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공감을 표현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의사소통의 시작으로 공감적 경청이 요구된다. 공감적 의사소통 역량을 기능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2장에서 밝힌 공감과 의사소통의 하위 요소를 재탐색하겠다. 이를 위해 긍정적 상호 작용과 휴머니티 감성 능력을 높이는 공감 기능을 살펴본 뒤, 다음으로 의견 전달과 갈등 조정과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 기능의 세부요소와 내용을 제시해보겠다. 공감적 39) 림랭은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공감 능력을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한다고 주
장한다. 세계 유명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으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가르치고 있다(Lim-Lange & Lim-Lange, 박선 령 역, 2020: 149). 이는 인간 중심적 접근과 메타인지적 기능을 접목해야 함을 함의한다. 해결전략을 모색할 때 반드시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공감 능력을 활용 할 수 있는 기제를 수업 설계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인권에 대한 감수 성을 학생들에게 삶의 나침반처럼 제공해야 한다. 늘 목표나 가치관에 일치하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인식 과정을 메타인지 차원에 서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40) 유의미한 학습은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해 지식을 전이하는 과정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맥락적 지식이자 절차적 지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의사소통 역량을 두 가지 기능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표 4-7>과 같다.
<표 4-7> 공감적 의사소통 역량의 의미와 하위 요소
(1) 공감 기능
많은 학자들이 공감을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로 나눠 설명하나 어디까지나 편의적 구분이지 공감을 발휘할 때는 각 요소가 다차원적으로 작용한다. 즉 공감은 단일 차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적 차원의 개념이다(Feshbach, 1975; Davis, 1980, 1983, Barret-Lennard, 1981; Baron-Cohen & Wheelwright, 2004; 박성희, 2004). 공감의 인지적 요소는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능력이며, 정서적 요소는 동일 감정이 전염(contagion)되고 공명(resonance)하는 상황을 말한다. 가령 우는 사람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권투 경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물거나 주먹을 꽉 움켜지는 것은 정서 감염 현상의 증거이다(박성희, 2004: 53-54). 이러한 공감 능력은 충분히 학습 가능하고 잘 배우고 연습하면 엄청난 힘을
역량 의미 기능적
하위 요소 세부 내용
공감적 의사 소통 역량
협력 및 갈등 상황(맥락) 에서 의사소통 절차(지식) 에 따라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태도)하며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 로 전달(기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태도)하며 갈등을 조정 (기능)하는 능력
ú 공감 기능
- 타인의 감정 인지하기 - 관점 채택하기
- 타인에 대한 감정 이입 하기
ú 의사소통 기능
- 경청 및 수용하기 - 전달 및 표현하기 - 비판 및 갈등 조정하기
발휘한다. 보통 공감에서 10퍼센트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며 나머지 90퍼센트는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Lim-Lange &
Lim-Lange, 박선령 역, 2020: 157).
데이비스는 공감의 네 가지 요소로 상상하기, 관점 취하기, 공감적 관심, 개인적 고통을 제시한다(Davis, 1980, 1983). 그는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인지적 요소로 ‘역할 채택’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하고 공감적으로 ‘관심’을 취하며 상황에 따라 부정적 감정에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공감의 과정을 대화자 사이의 심리적 흐름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바렛-레너드의 공감 순환 모형이다(Barret-Lennard, 1980, 1981). 이 모형은 공감의 인지적, 정서적, 의사소통 측면이 종합적으로 드러난다. 1단계는 ‘공감적 상황’으로 청자가 화자에게 집중하고, 2단계는 ‘공감적 공명’으로 화자의 경험을 청자는 생생하게 함께 느낀다. 3단계는 ‘표현된 공감’으로 청자가 화자의 경험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의사소통적으로 표현하고 4단계는 ‘지각된 공감’으로 화자는 청자가 이해한 정도에 대해 충분히 응답과 피드백을 해준다.
5단계는 ‘새로운 표현 및 공명’으로 화자는 청자에게 자기표현을 계속하거나 재개하며 다시 1단계로 돌아간다.
이밖에도 공감을 위한 다섯 가지 요소로 ‘몸짓언어, 공감적 경청, 감정 인식, 언어 반응, 행동 반응’이 있다(C. Lim-Lange & G.
Lim-Lange, 박선령 역, 2020: 164-172).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기 위한 시작단계로 몸짓언어와 공감적 경청41)이 중요하다. 리스와 네포렌트는 41) 공감적 경청은 ‘듣는 척하기’, ‘선택적 청취’, ‘집중적 경청’보다도 상위에 있는 가
장 수준 높은 듣기의 단계이다. ‘듣는 척하기’는 누군가가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 지만 사실 마음은 딴 곳에 있다. ‘선택적 청취’는 특정 소재가 들릴 때만 귀를 기 울이고 일부분만 듣는다. 심지어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고 자신이 대화를 이끈 다. ‘집중적 경청’은 ‘선택적 청취’와 달리 중간에 말을 끊는 행위를 하지는 않지 만, 여전히 자신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경우로 공감에 해당하 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공감적 경청’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경청하 는 것으로 표면적 단어 이상의 의미를 감지하고 대화 이면에 숨겨진 참뜻을 발견 한다. 상대방의 준거 틀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Covey, 김경섭
‘공감'을 의미하는 영어 ‘EMPATHY'에서 머리말을 따와 공감을 위한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눈 맞춤(Eye Contact)', ‘표정 근육(Muscles of Facial expression)', ‘자세(Posture)', ‘객관적으로 감정 읽기(Affect)', ‘어조(Tone of Voice)', ‘사람 전체에 귀 기울이기(Hearing the Whole Person)', ‘당신의 반응(Your Response)'이다(Riess & Neporent, 김은지 역, 2019: 72-90). 이중 ‘눈 맞춤, 표정 근육, 자세’는 몸짓언어에 속하며 공감적 의사소통 과정을 원만하게 이끈다. ‘사람 전체에 대한 귀 기울이기’는 공감적 경청에 해당한다. ‘객관적 감정 읽기’는 감정 인식, ‘어조’는 언어 반응,
‘당신의 반응’은 적절한 공감적 행동 반응에 속한다. 위의 논의를 정리해 도식화하면 [그림 4-14]와 같다.
[그림 4-14] 공감의 구성 요소
역, 2010: 341-342).
공감 순환모형 (Barret-Lennard, 1980)
공감의 네 요소 (Davis, 1980)
공감 레시피 (Lim-Lang, 2019)
EMPATHY 기술 (Riess, 2019)
공감적 상황 - 상상하기 - 몸짓언어 -
눈 맞춤(E) 표정 근육(M)
자세(P) 어조(T) 공감적 공명 - 공감적 관심 - 공감적
경청 - 사람 전체에 귀 기울이기(H) 표현된 공감 - 관점 바꾸기 - 감정 인식 - 객관적으로
감정 읽기(A) 지각된 공감 - 개인적 고통 - 언어 반응
행동 반응 - 당신의 반응(Y) 새로운 표현 및
공명
종합해보면 공감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방적인 태도로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공감적 경청을 보여준다. 이때 몸짓언어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요청된다. 그다음 역할 교환이나 관점 채택과 같은 인지적 추론 과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탐색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이해한 바를 언어로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공감적 감정이입을 보여주되, 상대방의 감정에 지나치게 휩쓸려 객관적 태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한다. 이를 정리하면 <표 4-8>과 같다.
<표 4-8> 공감 기능의 세부요소와 내용 역량의
구체화 세부요소 내용
공감 기능
타인의 감정 인지하기
∘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 상대방에게 눈을 맞추고 있는가?
- 하던 일을 멈추고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있는가?
∘ 공감적으로 경청하기(상상하기)
- 대화 이면에 숨겨진 참뜻을 찾아낼 수 있는가?
-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가?
관점 채택하기
∘ 역할 교환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 추론하기 - 상대방의 관점을 채택할 수 있는가?
-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가?
- 상대방의 입장에서 추론할 수 있는가?
감정이입 하기
∘ 감정 인식하기
-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 타인의 감정에 대해 언어 반응하기
- 상대방 감정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
- 상대방 감정과 합치되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
- 어조와 얼굴 표정을 조절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
공감 기능에서 타인의 감정에 대해 언어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공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얼마나 상대방의 감정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며 경청하는지에 따라 대화의 질이 달라진다. 지각된 공감에 관한 적절한 표현은 의사소통의 전달요소와 밀접하다. 또한, 의사소통의 시작이 공감적 경청이라고 볼 때, 공감과 의사소통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하겠다.
(2) 의사소통 기능
인간에게 대화와 의사소통은 존재 이유이자 본질이다. 이러한 관점은 소크라테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와 담론이 진리 추구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파이드로스』에서 대화를 통해 나눈 말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지켜줄 수 있는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다양한 토양으로 옮겨가 다른 씨앗이 자라나는 토대가 된다고 본다. 이로써 인간은 최대한 행복을 누린다(Plato, 천병희 역, 2013: 126-127). 고대 그리스 철학가가 강조한 대화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이 윤리적 시민교육에 중요한 토대이다.
앞서 의사소통을 범주, 행위의 목적, 행위자의 기준으로 세분화하였다. 행위의 목적 차원에서 ‘수용과 이해’를 위한 의사소통과 ‘전달과 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비판과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으로 나눌 수 있다. 의사소통이 단순한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 윤리적 시민으로서의 역량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수용과 이해’를 위한 의사소통의 과정이 먼저 선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시대 이후 직접 만나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고, 디지털 문명으로 인해 모든 것을 디지털 공간에서 해결함에 따라 의사소통이 점차 단순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와 경제를 구성하는 사회 공간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