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3-1> 비판적 사고의 특징 에니스
(R. H. Ennis)
믿어야 할 것과 행동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데 초점을 둔 합당하고 반성적인 사고
맥펙 (J. McPeck)
어떤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떠오를 수 있는 사고
시걸
(H. Siegel) 근거에 의해 적합하게 움직여진 사람들의 사고 폴
(R. Paul)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을 극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사고, 사고에 관한 사고
(출처: Lipman, 박진환・김혜숙 역, 2005: 86-87)
정리하자면, 비판적 사고는 문제해결을 위해 적절한 증거와 논증을 바탕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평가하는 것이다. 니커슨(R. S.
Nickerson)은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 좀 더 정교한 설명을 제시하며 비판적 사고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음을 밝힌다.
그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는 이유를 대는 것과 합리화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신념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본다. 또한, 논쟁에서 이긴다는 것과 옳은 것의 차이를 이해하고 관련 없는 말다툼을 피하고 핵심을 말한다고 제시한다. 결국, 비판적 사고는 다양한 견해들을 왜곡, 과장, 고정 관념화시키지 않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Lipman, 박진환・김혜숙 역, 2005: 89-90).
여기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가 논리적 추론의 측면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차원을 내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도덕과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교육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추론 능력 개발과 기능 교육에만 치중하고 비판적 사고의 비이성적 측면인 성향과 태도의 측면을 강조한 성향 교육은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있다(윤영진, 2012: 42).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비판적 사고가 윤리적 시민교육으로 제대로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 비판적 사고의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딩스와 브룩스는 의미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비판적 사고과정에서 참을성과 인내가 요청됨을 이야기하며 비판적 사고의 정서적 측면을 함께 강조한다. 그들은 섣부른 비판적 사고는 오히려 편견을 갖게 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이해를 막아 실수를 유도한다고 본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를 통한 상호 이해는 동료 간 협업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상대방의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한 논의를 이해할 때 상대방과 타협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Noddings & Brooks, 정창우・김윤경 역, 2018: 96-97).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는 더 수준 높은 것, 보다 충만한 삶에 대한 도덕적 헌신과 건전한 사회에 대한 비전에 안목을 길러준다. 이렇듯 시민교육에서 비판적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Nodddings
& Brooks, 정창우・김윤경 역, 2018: 102). 비슷한 맥락에서 립맨 역시 비판적 사고교육을 통해 추론적 능력과 더불어 도덕적 정서 능력을 함양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학생들이 비판적 맥락에서 도구, 방법, 관행, 절차를 습득함으로써 도덕적 추론에 능숙함을 배울 수 있고, 더 나아가 타인 존중, 경청, 공감과 같은 도덕적 정서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았다(박형빈, 2020: 64). 피셔(R. Fisher)는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특징은 독단과 교화를 거부하고 지적 의견 차이를 허용하고 공정한 마음과 지적 통합성을 성취할 수 있도록 가치와 태도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Fisher, 노희정 역, 2011: 67).
윤리적 시민교육 차원에서 비판적 사고는 판단력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으로 필요하다. 윤리적 시민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 삶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창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비판적 사고는 반드시 성찰적 사고로 연결되어야 한다.
앞서 립맨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함양하기 위해 성찰적 사고20)를 20) 번역서에는 반성적 사고로 나와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reflective’를 ‘성찰적’이
강조한다. 그에게 자율성이란 자신의 삶과 세상에 관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개념을 만들어간다는 측면이 개인주의와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성찰적 사고에서 추구하는 자율성은 전적으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이다. 성찰적 사고의 목표는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각각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살피며 토론하고 숙고하며 객관적인 판단에 도달함에 있다. 또한, 성찰은 부버(M. Buber)의 대화(dialogue)처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실한 관계 속에서 나누는 숙고의 과정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며,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판단에 도달하게 된다(Lipman, 박진환・김혜숙 역, 2005: 46-47).
이러한 반성적이고 성찰적 사고의 중요성은 듀이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듀이에게 사고란 “신념의 기초와 그 논리적 결과를 결정 짓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반성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사고란 어떤 신념이나 지식을 근거에 비춰 적극적으로 주의 깊게 고려한 뒤, 신념이 지향하는 해결책에 대해 면밀하게 고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쉬운 해결책의 무비판적 수용을 극복하려는 강력한 의지이다(김동식, 2001: 38-39). 듀이는 경험주의자로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경험이라고 보고 실용주의자로 도구주의를 표방한다. 그에게 탐구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 즉 문제 상황 속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것을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이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사고인 것이다. 여기서 ‘문제 상황’이란, 우리 앞에(pro) 장애물로 놓아진
라는 의미로 통일해 사용하려 한다. 그 이유는 성찰이 반성보다는 포괄적이고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반성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잘 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 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처럼 성찰은 자신의 언행의 잘못과 부족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살피며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적극적 탐구 과정이다. 또한, 나의 생각이 어떤 정신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탐색하기 위해 자신의 경 험, 타인과 사회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내 면의 깊은 곳으로부터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것(bleme)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문제해결’이고 이 사고과정의 결론으로써 제시된 해결방법이 ‘지식’이라고 본다(김동식, 2001: 23-24).
이러한 입장에서 듀이는(J. Dewey) “어떤 믿음이나 소위 지식의 형태에 대해 지지하는 근거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비추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이며 세심하게 숙고하는 것”으로 성찰적 사고를 정의한다.
반성적이고 성찰적 사고는 듀이에게 있어서 확고한 근거 위에 믿음을 정립하기 위한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임을 알 수 있다(Dewey, 정회욱 역, 2011: 9). 듀이의 성찰적 사고 개념에 기초해 립맨 역시 고차적 사고로서 성찰적 사고를 강조한다.21) 그는 성찰적 사고란
“결론을 지지해 주는 증거와 이유들을 알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전제와 함축을 파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과 절차, 시각과 관점까지도 되돌아보며 선입견이나 편견, 자기기만을 만드는 요소들을 되돌아본다. 요약하자면 립맨이 강조하는 21) 본고에서 밝히는 듀이의 반성적 사고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질성적 사고를 포함한다. 듀이의 반성적 사고에 질성적 사고(qualitative thought)의 개념을 함께 반영할 때, 립맨의 고차적 사고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 다(박찬영, 2020: 14; 듀이의 반성적 사고와 질성적 사고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 의는 박찬영 박사학위논문 pp.44-52 참조). 듀이의 질성적 사고란, “대면하는 대 상, 사건, 또는 상황의 질성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간 사 고의 능력”을 뜻한다(박철홍, 2011: 87). 이는 모든 지적 요소를 총동원하여 직 접경험에서 주어지는 의미를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다(박철홍, 2011: 90).
보통 듀이의 반성적 사고는 초기와 후기 저작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 듀이가 초기 저작에서 반성적 사고의 논리적이고 과학적 측면을 부각했다면, 후기에는 반성적 사고의 외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질성적 사고 개념을 반영해 반성 적 사고를 설명하고 있다(박수원, 2018: 89). 이러한 측면에 대해 듀이가 초기보 다는 후기에 사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김찬미, 2020: 100). 이러한 논의는 듀이의 사고를 반성적 측면에만 국한시켜 마치 반성 적 사고가 듀이의 사고 개념의 전반인 것으로 간주하는 결함을 벗어나려는 시 도이다. 듀이의 반성적 사고를 질성적 사고를 제외하고 과학적 사고와 같은 실 증주의적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교육 내용에서 삶이 다양성, 구체성은 사장되 고(김찬미, 2020: 98) 교과 내용을 일상생활과 분리하는 문제를 발생한다(이상 원, 2013: 157). 따라서 본고에서 설명하는 듀이의 반성적이고 성찰적 사고는 논 리적 기술과 사실 확인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사고 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즉각적인 판단과 가치 탐구를 내포하는 질성적 사고 개념이 포함된 통합적 사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