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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만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여전히 암기 위주의 교육,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깊이 생각할 기회보다는 정답만을 가르치는 교육, 꺼내는 교육이 아닌 집어넣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이는 기존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필요한 요소이다(조병익, 2018: 16). 이제는 미래 사회의 빠른 변화에 발맞춰 현 교육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나침반으로서의 교육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 이유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길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크기에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이며, 복잡성(complexity)은 복잡계(complex system)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일 영역이 아닌 여러 영역의 상호 의존성을 의미한다. 세상의 복잡성 지수 증가는 결국 미래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확실성을 초래한다(Ito & Howe, 이지연 역, 2017: 28-33).

달라지고 변화하는 지식과 정보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onance) 현상은 심리적 불편함을 동반한다. 인지 부조화란 “개인이 지니는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이 불일치할 때 생기는 심리적 불편함”을 말한다. 이로 인해 새로운 지식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해하기보다 확증 편향(confirmatory bias)이나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와 같은 심리적 전략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확증 편향은 말 그대로 “자신의 가치관, 기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확증적인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인식 방식”이다. 또한, 선택적 인지란, “환경을 인지할 때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자신이 기대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만을 인식하는 경향”을 말한다(구본권, 2020: 118). 이로 인해 불확실성 시대에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변화하는 지식을 나누거나 오류를 수정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을 고수하려는 경향의 강화를 경계해야 한다. 즉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지식과 정보는 ‘절대 지식’이 될 수 없고

‘가변적 지식’이라는 통찰의 힘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복잡한 사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지혜와 통찰력은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발현에서 온다. 집단지성이란 구성원들이

“상호 협동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지적 능력을 폭발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조병익, 2018: 156). 집단지성의 힘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집단지성이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대중이어야 하고 다양성을 가진 개인이 상호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결여되면,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사고(group think)’현상이 발생한다. 집단사고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I. Janis)가 제시한 개념으로 “결속력이

높은 소규모 집단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합의를 쉽게 이루려고 하는 경향의 사고방식”을 의미한다(조병익, 2018: 164). 이는 집단지성과는 분명히 다르며 사회 구성원들이 응집력이 강하고 다양성과 독립성이 보장받지 못한 사회일수록 발생하기 쉽다고 볼 때, 끊임없이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사고의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의사 결정에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구성원들에게 길러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전체를 고려해야 위기 상황에서 핵심이 무엇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센게(P. Senge, 2019)는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시스템 사고를 강조한다.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는 시스템에 대한 사고로 피드백 속성이 있는 시스템에 대한 관찰과 사고를 말한다(Senge et al., 한국복잡성교육연구회 역, 2019: xi).5) 그러나 최근 팬데믹 선언은 집단지성의 발휘나 시스템 사고를 통한 지혜로운 통찰보다는 무한 경쟁으로 인한 절박함과 불안 심리를 증폭시켜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가속화 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전히 한국인의 개인주의가 강화되고 경쟁력 중시의 풍토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한겨레경제사회연구, 2020).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시민들은 여전히 삶의 질보다는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고, 연대와 협력보다는 경쟁과 자율을 선택하고, 개인 간의 능력 차이를 보완하는 평등 사회보다는 개인 간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력을 중시하는 5)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와 시스템적 사고(Systematic Thinking)는 다르

다. 시스템적 사고는 시스템 사고와 한 글자 차이가 나지만 단계별 사고, 규칙적 사고 또는 체계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반면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에 대한 사고로 시스템적 사고와 구분되어야 적확하게 사용되어야 한다(Senge et al., 한국복잡성 교육연구회 역, 2019).

사회를 선호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시함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경향은 2018년 동일한 조사보다 한층 강화되었다(한겨레신문, 2020. 6. 28.). 우리 사회에서 경쟁 구조로 인한 폐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불확실한 사회에서 각자도생과 같은 개인주의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존과 상생 문화보다 배타적 혐오 문화가 심화 되고 경쟁적 승자독식 구조가 ‘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더욱 우선시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를 ‘메리토크라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란 “능력 지상주의 라는 의미로 우리 사회 전체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우리 사회의 구조와 삶의 방식에 심층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념”으로 정의한다(장은주, 2017:

79). 우리 사회는 메리토크라시의 헤게모니가 너무도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다차원적인 사회적, 정치적 노력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시민교육을 실 시해야 한다. 시민교육이야말로 평등과 정의, 인간 존엄성과 가치에 대 한 토대를 더욱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장은주, 2017: 80-81).

경쟁적 승자독식 구조는 시민의 삶과 존재감을 취약하게 한다. 약한 존재와 자아는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집단에게 원인과 탓을 돌리고 싶은 욕망을 발생한다. 즉 혐오 문화는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의 또 다른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누스바움(M.

Nussbaum)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우리 안에 숨겨진 편견과 혐오를 드러나게 했다고 판단한다(안희경, 2020: 123). 불확실성으로 오는 두려움은 인간들이 타인에 대한 혐오를 강화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해 두려움을 줄여야 한다(안희경, 2020: 138).

혐오와 경쟁 강화가 아닌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 구조와 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많은 학자들은 생태적 전환과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탐욕에 대해 경계하고 약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욕망에 대한 질서 부여,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민주주의의 구축 등을 강조한다(최재천 외, 2020).

이와 같은 반성과 통찰은 학습 및 교육의 형태에 반영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아는 것’,

‘하는 것’ 이외에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자 학습의 속성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이상은, 2018: 48). 개인의 존재성과 고유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협력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기회는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