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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를 한 해 앞두고 조합 특별감사추진위원회의 활동이 한창이던 2006년 여름, 포털사이트 Z사 입주자동호회 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성일스타·로열 입주자협의 회’(이하 ‘입주자협의회’)가 처음 발족하였다. 입주자협의회는 성일주공 재건축 과정 에서 조합원뿐 아니라 3천여세대에 달하는 일반분양자들의 권익 역시 대변할 수 있

는 정규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해 구성된 단체였다. 기존에 활발히 활동해온 특별감사추진위원회는 규정상 조합원만이 참가자격을 가질 수 있었기에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광범위한 조직이 요구된 것이었다. 그를 위해 특 별감사추진위원으로 활약해 온 김도진씨가 제1대 입주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조합원 대표 나성환씨와 일반분양자 대표 강양구씨로 구성된 복수 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그리고 Z사 카페를 처음 만들고 카페지기 역할을 수행해 온 최은지씨가 총무를 맡 게 되었다.

입주자협의회는 이미 진행해 온 조합에 대한 특별감사 준비 외에도, 2006년 3월 확정된 바 있는 브랜드 적용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변경사항―재건축 과정에서 이는

‘브랜드 특화’라는 이름으로 논의되었다―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브랜드 런칭 이전에 완공된 다른 아파트 단지들이 단순히 해당 건설사가 지었다는 이유로 다른 변화 없이 단지 이름만 새 브랜드로 바꾸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였기 때문이었 다. 그렇기에 입주자협의회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 완공 전인 (구) 베스트시티의 이름만 ‘성일 노블하이츠·로열카운티’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외 관 역시 누가 보더라도 스타건설과 로열건설이라는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가 지은 노블하이츠와 로열카운티 아파트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특화’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전체 입주예정자들에게 투명하 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고, 그 외에도 이들은 벽지와 마감재 등 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샘플하우스를 2006년 안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같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입주자협의회는 2006년 하반기 내내 공사현장 앞 인도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크고 작은 집회를 열었다.

브랜드 특화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시공사와의 협상주체였던 조합이 입주자협의 회와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조합 역시 나름대로 시공사와 의 협상을 통해 브랜드 특화 및 재건축사업 마무리를 진행해 나가고자 했으나, 입주 자협의회로 대표되는 다른 ‘강성’ 입주자들의 입장에서는 미온적인 대응만을 반복하 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었다. 각종 예산집행 내역과 관련하여 대략적인 내용 만 조합원들에게 전해졌을 뿐,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 지지 않은 게 현실이었기에 조합에 대한 불신은 입주자협의회로 하여금 적극적 대 응을 하게끔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 아래 입주자 협의회는 특별감사 추진을 통해 조합을 압박하는 한편, 브랜드 특화와 관련해서는 연주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각 건설사들의 서울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시 공사 측에도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하였다.

이 같은 입주자협의회의 압박 속에 조합과 건설사 사이의 협상이 2007년 전반기 내내 진행되면서, 아파트 단지 전체의 주출입구와 주동 출입구에 브랜드 로고 부착,

브랜드 컨셉에 맞게 외벽 색상 변경, 건물 외벽 상단에 LED 조명 설치 등의 특화안 이 논의되었고 차례대로 현장에 적용되어 갔다. 이러한 ‘브랜드 특화’ 과정에서 가 장 큰 이슈가 되었던 건 건물 외벽의 석재 마감 여부였다. 입주자협의회 측에서는 새로운 브랜드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추기 위해 전체 건물 저층부 외벽에 대리석을 두를 것을 주장한 반면, 시공사 측에서는 비용부담과 공사기간 소요를 문제로 들어 반대했다. 한편 조합에서는 석재마감 비용으로 40억원 가량까지는 부담할 수 있지 만, 나머지는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발생이 우려되므로 단지 전체의 저층부를 모두 대리석으로 마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완공이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장기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석재마감을 추가 진행할 경우 입주 자들이 겪게 될 불편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역시 문제였다.

결국 2007년 7월 초, 기나긴 협상 끝에 조합과 시공사는 단지 외곽에 위치한 주 동(전체 단지의 약 30%)에 대해서는 저층부 석재(대리석)마감을 하기로 하고, 나머 지 단지 내부에 대해서는 이른바 ‘뿜칠’(spray coat)이라 불리는 작업을 통해 석재 마감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조합이 보 유하고 있던 예비비에서 전액 지출하기로 하였고, 입주자협의회에서는 정식 입주 이 후 공사가 진행됨을 고려하여 각 입주세대에 이에 대한 입주자동의서를 받는 작업 을 하는 것으로 역할이 정해졌다. 얼마 남지 않은 입주 시작과 비용문제 등 현실적 인 상황을 고려한 합의 결과였다.

한편 이렇게 브랜드 특화 관련 논의가 한창이던 2007년 7월 중순경, 입주자협의 회는 조직을 해체하고 다시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입주 이 후 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한 싸움을 준비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입주와 동시 에 크고 작은 하자들이 발견되면서 조합과 시공사에 대한 투쟁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는데, 이러한 각종 하자들은 시공사에 대한 조합의 관리·감독 소홀 탓이며 그 배후에는 조합 전반의 비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점점 커져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입주 직후인 2007년 8월, 조합에 요구한 설계·시공자 및 컨설팅업자와의 선 정계약서, 사업시행계획서, 회계감사보고서 등 십여 가지 항목의 자료공개가 거부되 자 결국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는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우선 2007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연주시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앞에서 조합과 시공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임시 입주자대표회의 주도로 열렸다.95) 150명 내외의 입 주자들이 참석한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조합이 특별감사를 즉각 수용할 것과 시

95) 입주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식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임시’ 입주자대표회의의 활동이 계속되었던 건, 조합 정관상 전체 세대의 50% 이상 입주가 완료되어야 정식으로 입주자대표 회의 선출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성일 노블하이츠의 정식 입주자대표 회의가 처음 꾸려진 것은 이로부터 2개월여가 지난 2007년 11월말의 일이었다.

공사의 조속한 하자 보수공사를 촉구하는 한편, 검찰에도 성일주공 재건축조합과 관 련한 비리 수사를 실시할 것은 요구하였다. 이어 한 달 뒤인 2007년 10월 말에는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고 수차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검찰 에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하였다. 한편 이에 맞서 조합은 조합장 이인임씨가 검찰청 앞 집회 참가자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신을 모독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입 주자 5명을 고소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결국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2008년 2월, 조합장 이인임씨가 검찰에 의해 구 속 기소되었다. 주된 혐의는 입주와 동시에 문제가 되었던 창호 하자로 인한 것이었 다. 검찰 측 발표에 따르면 조합장은 모델하우스 안에 특정 창호업체의 계약부스를 불법으로 독점 설치해 주고 그 대가로 1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업 체는 시공단가를 10% 가량 높이는 방식으로 로비에 사용한 돈을 메웠고, 그로 인해 피해 입주자들은 세대당 약 40만원씩 돈을 더 내는 피해를 본 셈으로 밝혀졌다. 뒤 이어 1년 뒤인 2009년 6월에는 부조합장 염흥방씨와 재건축 당시 현장소장이었던 A씨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다. 현장소장 A씨가 시공사 측으로부터 하도급 을 받은 모 건설회사 관계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총 8억 5천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고, 그 일부를 다시 조합장과 부조합장에게 건넸다는 것이었다. 1년 전 밝혀진 창호 관련 비리와 별도로 이번 건을 통해서도 각각 7천만원과 1억 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조합장과 부조합장에 대해 입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조합 최고위 임원들의 구속으로 성일주공 재건축 관련 비리의 전모는 모 두 밝혀지게 되었다. 그 중심에 조합 특별감사를 추진하고 검찰에 조속한 수사를 촉 구한 입주자협의회(이후 임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들 은 왜 때로 생업을 등한시하면서까지 이렇게 재건축 비리를 파헤치는 활동에 열성 적이었던 것일까. 우선 이들의 활동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재건축 현장에 시공사인 건설업체와 시행사인 조합 집행부 외에 다른 ‘일반인’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정부와 건설사 주도로 대규모의 신규 아파트 단지 가 건설·공급되어 온 1990년대까지의 상황과 달리,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아파트 재건축은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공사 과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였다. 또한 1990년대 말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인터넷 환경은 입주예정자들이 위치한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이들의 결집과 자유로운 의사소통 을 보장하였다.96) 이러한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인해 건축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나름대로 재건축 관련 법령들을 공부하고 부동산 지식들을 학습하여 자 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96) 실례로, 초대 특감위원장을 수행한 유금상씨 같은 경우 입주 이전까지는 경상북도에 거주하면서 인 터넷 카페 활동만을 통해 재건축 비리 감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