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입주 이후 두 달여가 지난 2007년 10월, 한 입주민이 Z사의 입주자 카페에 성일 노블하이츠의 경비용역을 다룬 지역신문의 기사 하나를 스크랩해 올렸다. 기사의 내 용은 다음과 같았다(인터넷 검색결과 노출 방지를 위해 기사 중 일부 표현 수정).

제목: 성일 노블하이츠 경비용역 ‘화제’ (연주일보)

“아파트에 경비원이 없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단지 중 하나인 연주시 강산구 성일동 노블하이츠에 ‘경비원’이 아닌 ‘경호원’이 등장해 화제다. 경비용역업체 (주)홈세이프 직원 23명이 그 주인공.

[...]

홈세이프 직원들은 지난 12일부터 정장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는 진짜 경 호원처럼 주민들을 대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주민들도 이런 변화가 낯설었지만 점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 부녀회 김진경(35) 총무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진 다”며, “처음에 어색해하던 주민들도 이젠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

위의 기사가 스크랩된 게시물에 대해 다수의 주민들은 동조하는 댓글을 달며 환 영했다. 이를테면 정장을 입은 경비원들이 근무함으로써 “뭔가 격이 다른 아파트 분 위기”를 낼 수 있고, “주변에 대한 홍보 및 위압감”을 주는 한편, “요즘 강남고급 주상복합은 모두 저런 추세”라며 연주 최고의 아파트 단지를 꿈꾼다면 당연한 처사 라는 등의 반응들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런 식으로 기사화되는 것 자체가 아파트 단지를 홍보하는 효과를 유발하기에 환영한다는 입장까지, 전반적인 반응은 호평 일 색이었다. 이러한 반응은 대부분 주민들이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들과의 비교를 통해 형성되었는데, “예전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거의 경로당 수준”이었다는 식의 언급까 지 등장하며 그들은 새로 경험한 경비용역업체를 주로 60대 이상 연령대의 남성들

110) 헤럴드경제 2014년 4월 24일 기사, “도심속 전원생활... 그린 디자인 아파트단지가 뜬다” 참조.

위주였던 기존의 전형적인 아파트 경비원들과 비교하였다.

이처럼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의 정장 착용이 성일 노블하이츠를 기존의 ‘보통 아파 트’들과 차별화시키는 상징적 기호로 받아들여진 데에는 2000년대 이후 주거영역으 로까지 확장된 민간경비 분야의 급속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1970년대 말 이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움직임은 기존에 국가가 독점해 온 치안활동 역시 시장에 넘기며 민간경비 영역의 성장을 촉진하였고, 이들 민간경비업체가 관할하는 공간은 기업 소유의 상업공간을 넘어 점차 주거공간에까 지 확장되었다(Shearing & Stenning 1981, 1983; 김성언 2006 참조). 한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2002년 들어선 서울시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는 외부에 폐쇄적인 첨단보안시스템과 전문 민간경비업체가 결합된 ‘격리된 보안추구형 주택지 구’(김성언 2005: 357-365 참조)의 전형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강남과 목동 등지에 들어선 다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도 타워팰리스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 입하며 그 뒤를 따랐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일반 브랜드 아파트들 역시 민 간업체들과의 경비용역계약 체결을 통해 단지 내 치안활동을 맡겼다.

물론 성일 노블하이츠를 위시한 국내의 브랜드 아파트들에서 타워팰리스를 비롯 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처럼 엄격한 공간 배제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 실이다. 차량의 경우 단지 출입구의 자동 개폐기를 통해 통제가 가능한 반면, 사람 의 경우는 단지 자체에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경비업무를 전문 민간업체가 담당한다는 사실 자체는 여러 측면에서 해당 단지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 도구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계약한 경비업체의 로고를 아파트 외벽을 비롯한 단지 각지에 부착한다거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원들에게 정장 차림이나 경찰을 연상시키는 별도의 유니폼을 착용시키는 것은 실질적인 방범 효과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내외적인 상징, 즉 이른바 ‘안전의 미학(aesthetics of security)’(Caldeira 2000: 292)111)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크다. 국내 주택시장의 위 계상 더 상위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을 향한 모방 기제(짐멜 2005b)이 자 하위의 다른 아파트 단지들과 차별화된 구별짓기 기제로서, 전문 민간업체의 경 비 담당은 입주민들에게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버금가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한 다는 자부심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상징적인 만족감 외에 일상의 차원에서도 민간업체의 경비업무 수행은 입주 초기 부터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일례로, 입주 후 만 2년이 채 안 된 2009년 초 시행된 ‘귀갓길 동행서비스’는 많은 주민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111) 칼데이라에 따르면 담장이나 장벽, 전자화된 보안장치 등은 도시생활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등장 한 미학적 코드로서, 단순히 범죄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사회적 지 위를 표현하고 과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제목: 귀가 서비스 시행 중입니다 (글쓴이: 통합관제실) 밤늦은 시간, 집까지 바래다 드려요.

아파트 입주자를 가족처럼 - 범죄예방 위해 동행서비스 제공

날씨가 따뜻해지고 경제악화로 인한 각종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취약시 간대에 부녀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늘 경계의 대상입니다. 저희 홈세이프에서는 각종 범죄로부터 입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시는 여성, 학생 및 어린이들을 각 세대까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동행서비스를 실시하고 있 습니다. 귀가 서비스 신청은 도보 시에는 각 출입구에 신청을 하시면 즉시 달려가 겠습니다. 차량을 이용하여 지하주차장에서도 요청만 하시면 즉시 출동하여 세대 까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입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홈세이프가 되겠습니다.

성일 노블하이츠 공식 홈페이지 및 입주민 카페를 통해 서비스를 안내한 이 게시 물에 대해 “진짜 입주자를 위한 서비스”, “재벌가 등 특별한 사람들만 경호원이 따 르는 줄 알았는데 좋은 아파트에 사는 덕이다.” 등의 호평이 잇따랐다. 또한 다른 사례로, 단지 외곽에서 입주민의 중학생 자녀가 불량청소년으로부터 그날 구입한 운 동화를 빼앗기는 일이 생기자 신고를 받은 경비업체가 대응한 일도 있었다. 운동화 를 뺏긴 학생의 학부모가 경비업체에 이를 신고했고 직원들이 출동하여 인상착의만 으로 근처 오락실에서 가해자를 잡아 운동화를 돌려받았던 것이다.112) 이 소식을 전 해들은 주민들은 나이 든 아파트 경비원이었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며 기뻐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가 민간경비업체와 별도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는 사실은 대내외적인 상징성의 측면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직·간접적인 경 험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었다.

이 같은 전문 경비업체와 함께, 입주민들의 ‘안전한 아파트’에 관한 인식을 구성 하는 또 다른 주요 축은 단지 각지에 설치된 CCTV의 존재이다. 성일 노블하이츠에 는 전체 1,000여개에 달하는 CCTV가 설치되어 단지 각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 하고 있다. 단지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 중인 CCTV의 존 재는 불편한 감시의 눈초리가 아닌,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 첨단서비스로 주민들에 게 받아들여진다.

112) 사실 한국에서 민간경비원의 형사법상 지위는 일반인에 불과하기에 아무리 현행범이라 하더라도 민간경비원이 범인을 직접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가해자에 해당하는 불 량청소년은 그런 법적 조항까지 알지는 못했고, 그저 경찰처럼 보이는 차림의 경비원들(당시 경비업 체는 정장 착용을 했던 입주 초 업체가 아니라 새로 계약을 체결한 다른 업체였고, 해당 업체의 유 니폼은 경찰 스타일의 복장이었다)이 들이닥치자 지레 겁을 먹고 운동화를 내줬던 것이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굉장히 어두웠어요. CCTV가 있긴 있지만 사각지대가 굉 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여기는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요. 들어오면서부터, 경비실 통과될 때부터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건 편한 거 같아요.”

(이진숙, 여, 40대, 2007년 입주)

“여기는 방범시설이 군데군데 CCTV가 다 설치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 아파트 내에 들어오면 불안감은 안 들어요. CCTV 같은 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김진주, 여, 50대, 2007년 입주)

하지만 아무리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운영된다 하더라도 CCTV는 촬영되는 사람 들의 초상권과 정보자기결정권113)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 유를 침해할 소지를 안고 있다(조현빈·조호대 2010: 274). CCTV에 의해 촬영된 화 면은 본래의 목적인 범죄예방을 넘어 관리자의 의도에 따라 부당하게 이용될 수 있 기에 개인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CCTV는 일반적인 감시와 달리 일방적이고 불균형적인 성격을 지닌다. 정진수(1999: 100)의 지적대로 경비원이나 경찰에 의한 감시는 감시되는 사람도 감시하는 사람을 볼 수 있으므로 쌍방적이지만, CCTV의 경우 감시되는 사람이 감시하는 사람을 볼 수 없 기에 ‘일방적’이며, 따라서 ‘보이지 않는 눈’에 의해 피감시자가 순응할 것을 잠재적 으로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영국과 함께 가장 많은 CCTV가 설치된 국가”(이희은 2014:

222)인 한국114)에서 CCTV는 사생활 노출의 위험보다 안전의 확보를 위해 꼭 필요 한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감시의 대상이 되어 카메 라에 촬영될 수 있지만 범죄예방을 위해, 그리고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의 가해 자들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CCTV를 통한 감시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러한 CCTV의 필요성은 아파트 단지와 같은 주거 공간―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높은―에서도 요구된다.115) 이와 관련하여, 위에서 인터뷰 내용 113) 정보의 자기결정권이란 개인 관련 정보의 사용과 공개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개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자기정보통제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으로 불린다(조현빈·조호대 2010: 274).

114) 2010년 국가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거주자는 하루 평균 83.1차례 CCTV에 찍힐 정도로, 한국에서 CCTV는 광범위하게 설치되어 있다(이희은 2014: 222).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 의 방범용 CCTV는 3만 5107대가 설치되어 2008년에 비해 2년 사이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경향 신문 2011년 9월 19일 기사, “‘감시사회’로 가나··· 방범 CCTV 2년 사이 4배 증가” 참조)

115) 안전한 주거환경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설문조사한 원선영 외(2009)의 연구에 따 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66.2%, 중복응답 허용)가 ‘CCTV 설치 강화’를 꼽았다. 아파트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한 김정규(2011)의 연구에서도 가장 많은 응답자(51.7%, 단일응답)가 범죄예방을 위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