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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선행연구 검토 결과와 이론적 배경, 그리고 연구방법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다룰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도시 공간에서 아파트 단지라는 형태의 주거지가 확산하게 된 과정 과 원인을 논의한다. 개별 동이 도시 가로(街路)에 면해 건설되거나, 단지의 형태를 취하더라도 저소득층 주거지로 건설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서구사회와 달리 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주거지로 자리매김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아파트 단지라는 한국사회 고유의 산물이 탄생하게 되 었는지 살펴보는 작업은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 수적이다.

둘째, 성일 노블하이츠라는 특정 단지에 대한 사례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대 상 단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살핀다. 성일 노블하이 츠는 2000년대 아파트 건설의 주된 흐름을 이루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탄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입주 이후 주민들의 삶을 설명하 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초반 한국사회에 불어 닥 친 재건축 열풍 전반을 살피고, 그러한 사회적 배경 아래 성일 노블하이츠 재건축에 서 벌어진 구체적인 사건들을 분석하여 그 의미를 밝힌다.

셋째, 브랜드 아파트 단지 확산과 관련한 거시적 맥락, 그리고 성일 노블하이츠 내부에서 전개된 삶의 미시적 맥락을 연결시켜 현대 한국사회에서 브랜드 아파트 주거가 갖는 함의를 파악한다. 여기서 주로 다룰 내용은 대다수 입주민들이 경험하 는 공간구조물로서 아파트 단지가 지닌 특징과 함께, 집합체로서 아파트 단지의 ‘가 치’를 높이기 위한 일부 입주민들의 공간적 실천이다. 불과 수년 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무리 없이 작동하던 한국사회 특유의 부동산 가격상승 기제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게 된 2000년대 후반의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브랜 드 아파트에서 보이는 집단성 혹은 ‘공동체성’의 의미를 재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한 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단지의 ‘가치 상승’ 및 ‘공동체성’과 관련한 최근의 움직임이 어떠한 맥락에서 진행되며 현실의 차원에서는 어떠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 논의한 다. 성일 노블하이츠를 비롯해 국내 각지의 아파트 단지에서 여러 집합적 행동이 이 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아파트 단지를 구성하는 현실적 조건과 배타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본 연구의 경우, 현장연구 기간 동안 발생한 어떤 사고로 인해 아파트 단지의 가치에 관한 경합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연구자는 이를 하나의 진단적 사건(diagnostic event)으로 파악하여, 이에 대한 확

장사례(extended case) 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아파트 공동체’의 성격을 고찰하고자 했다.

본 논문의 각 장은 이러한 연구 내용들에 각각 대응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 Ⅱ장은 첫 번째 연구 내용을 다루며, Ⅲ장의 논의는 두 번째 연구 내용을 다루 는 것으로 구성된다. 세 번째 연구 내용과 네 번째 연구 내용은 본문의 Ⅳ장을 통해 전반적으로 다루어지며, Ⅴ장은 네 번째 연구 내용을 심화시키고 이에 대한 확장사 례 분석으로 이뤄진다. 본문의 전체 장들은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과정에서부터 입 주 이후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는 아파트의 ‘가치’와 공동체성을 둘러싼 다양한 비전 들의 생성과 경합을 논의한다. 논문의 전반적인 서술 구조는 특히 Ⅲ장 이후 민족지 적 분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시간적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우선 Ⅱ장에서는 한국에 도입된 아파트 단지의 고급화 과정을 다루면서 논문 전 체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해당하는 내용을 논의한다. 이 단계에서 아파트 단지에 관한 ‘공동체’의 문제는 아직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부여되는

‘가치’의 변화에 대한 추적은 개별적이고 파편화된 주거공간으로 인식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집단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제시한다. 이어서 재건 축 과정을 다루는 Ⅲ장의 내용에서는 아파트 단지의 공동성이라는 문제가 이미 입 주 이전부터 조금씩 부각되는 양상을 분석한다. 이때 공동성의 형성은 입주 이후 단 지의 상품 가치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집합적 활동에 기인한다. 여전히 ‘가치 있는 아파트’는 교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가리키며,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한 집단적 활 동으로서 공동체의 문제가 부각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입주 이후의 삶을 분석하는 Ⅳ장의 논의에서 아파트의 가치는 보다 다면화된다.

입주 이전과 달리 아파트 단지가 삶이 영위되는 장소라는 사실로 다가오면서 다른 종류의 가치들이 재조명되고 그와 관련한 입주민들의 공동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물론 여전히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는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2000년대 말부터 찾아 오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의 거시적 변화는 경제적 가치와 관련한 아파트 단지의 평 가 기준에도 변화를 야기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가치 있는 아파트’를 내세우며 연 구대상 단지에서 전개된 각종 집합적 활동들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한 집 단적 대응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각된 단지의 공동성, 즉 ‘아파트 공동체’의 문제에는 여러 잠재적인 의미 차원이 내재해 있었다. Ⅴ장에서 분석한 진단적 사건 으로서의 뜻하지 않았던 사고는 이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대두된 다양한 입장들의 아파트의 가치에 대한 경합 양상에 관한 논의는 브랜드 아 파트 단지가 위치한 현실적 조건과 ‘가치 있는 아파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며 전체 논문을 마무리한다.

참고로 본 논문 전체의 구조는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일종의 프랙탈(fractal)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본문의 장들은 각각 중심적으로 다루는 내용의 배경 설명, 내용 전개, 주요 논지 도출의 형식적 배열을 유지하고 있 는데, 이러한 구조는 각 절의 내부에서도 반복되며, 논문 전체 구도 상으로도 Ⅱ장 에서 Ⅴ장에 이르는 순서배치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아파트 내부 장식에 관 한 분석에서 박해천(2011: 180)이 인용한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라는 19세기 유전학의 명제를 다분히 의식한 결과이다. 곧이어 Ⅱ장에서 논의할 내용을 살펴 나가다보면 파악할 수 있지만, 국내 아파트 발달 과정은 이 명제를 충실히 따 라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다루는 본 연구의 외적인 형태가 그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