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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주공아파트 재건축 추진과정

본 연구의 연구대상지인 성일 노블하이츠는 국내 건축 사상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연주시 성일주공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여 건설되었다. 10만여 평 이상의 넓은 대지면적을 가진 해당 지역은 1978년 말 연주시 강산구 성일지구라는 명칭의 아파트 지구로 지정되었고, 약 2년간의 공사 끝에 5천여 가구가 입주 가능 한 5층짜리 아파트(10~17평) 120여 개동 규모로 1980년 준공되었다. 이후 20여년 뒤인 2003년부터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 90여개 동 약 9천 가구를 지어 2007년 완 공되었다.

수도권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대규모 재건축사업이었던 성일주공아파트 재건축의 추진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98년 말 전체 주민의 87퍼센트로부터 동의 를 받아 설립된 성일주공 재건축조합은 1999년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곧바 로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여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IMF 외환위 기로 인해 많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4개 건설사들로 구성된 단일 컨소시엄만이 시공사 선정에 참가했고, 복수업체의 응찰을 원했던 조합이 이를 반대 하면서 시공사 선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성일주공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조합의 사업추진 방향에 이의를 제기한 일부 주민들과 조합 간의 갈등으로 더 큰 난항을 겪게 되었다. 재건축 사업방식에는 시공 사와 조합의 책임범위에 따라 ‘도급제’와 ‘지분제’(확정지분제)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들을 두고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에 대해 갈등이 생긴 것이었다. 먼저 도

급제는 사업에 필요한 공사비를 계약시점 기준으로 책정하여 계약하는 방식으로, 시 공사는 공사비만 받아 건축공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나머지 공사간접비용과 공 과금 등은 조합이 부담하는 대신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금 역시 모두 조합이 가져가게 된다. 반면 지분제는 계약시 조합원의 무상지분을 미리 확정하여 계약하는 방식으로, 시공사가 재건축 제반 과정과 전체 경비 등 모든 책임을 지고 사업을 수 행하는 대신 계약시 확정된 조합 지분 이외의 모든 이익금을 시공사가 가져간다. 각 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74) 도급제를 주장한 조합과 지분제를 주장한 다른 주민 들 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으며 그러한 가운데 시공사 선정은 점차 늦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표류하던 성일주공 재건축사업은 2001년 6월 개최된 총회에서 스타건설과 로열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다시 추진된다. 도급제와 지분 제를 놓고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던 조합이 일단 시공사 선정부터 하는 것으로 방 향을 정하게 된 것은 재건축 용적률을 하향조정하기로 한 연주시의 방침 때문이었 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재건축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상승 조짐이 심상치 않자 연주시는 당초 최대 350%에 달했던 재건축 용적률을 2002년 1월부터 250%로 대 폭 낮추기로 했다. 결국 2001년 안으로 시공사를 선정하여 사업승인을 받지 않으면 용적률 하락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피할 수 없었던 조합은 도급제에 반대하는 주 민들을 설득하여 우선 사업승인부터 받는 쪽으로 합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방식 결정과 관련한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서 조합이 추진한 도 급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계속 조합을 압박하였다. 비 상대책위원회는 도급제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각종 의사결정 사항들에 대해 조합 집행부가 전문적인 지식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각 종 이해관계와 관련하여 투명한 업무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 한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분양이 조합의 의도 대로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추가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위험성 역시 비상대책위원 회가 우려한 부분이었다. 반면 조합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제한적인 지분제 대신, 다 소 위험이 있더라도 도급제를 채택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양측의 대립은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졌고,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매도청구소송75)에서 패하며

74) 재건축사업은 규모가 크고 시일이 오래 소요되기에 공사기간 동안 많은 변동요인들이 등장할 가능 성이 높다. 도급제의 경우 조합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되는 만큼 사업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될수 록 조합의 입장에서는 도급제가 유리하게 된다. 반면, 지분제의 경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 과 위험요소를 모두 시공사(건설사)가 떠안게 되기에 조합 집행부의 사업수행 능력이 미심쩍고 사업 성이 의심된다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안정적인 지분 확보가 가능하며 추가부담금 위험이 없 는 지분제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75) 현행법상 재건축사업은 공익을 위한 공공개발사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사업의 지연으로 인한 공

결국 사업방식은 도급제로 최종 결정되었다.

<그림 3-3> 재건축 추진절차 (출처: 닥터아파트 www.drapt.com)

익 및 사적 재산권의 침해를 막기 위해 ‘매도청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매도청구권은 “주 택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조합)가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해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김동근 2012: 47)로, 매도청구소송은 이를 행 사하기 위한 소송이다.

뜻대로 사업방식을 결정한 조합은 2001년 12월, 최고 37층짜리 아파트 96개동에 약 1만여 가구를 짓기로 한 성일주공 재건축 사업안을 연주시에 제출하였지만 보류 되고 말았다. 사업안을 심의한 연주시 건축위원회는 해당 부지에 계획대로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 인구과밀에 따른 교통난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조망 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이었다. 용적률 하락을 피하기 위 해 빠른 사업승인이 필요했던 조합은 곧바로 가구수를 1천 가까이 줄이고, 각각 초 등학교와 중학교 부지를 약 1만여 제곱미터씩 단지 내에 확보하는 내용을 포함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여 통과시켰다. 동시에 용적률 350%를 확보하면서 사업성 또 한 최대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명칭은 ‘베스트시티’(가명)로 정해졌는데, 당시 건설 사들 사이에 고유한 아파트 브랜드를 부여하는 것이 한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의 단지명이 붙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성일주공 재건축사업이 스 타건설-로열건설 컨소시엄에 의해 수주되는 바람에 어느 건설사의 브랜드를 따를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미 고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던 로열건설과 달리 스타건설은 아직 브랜드를 런칭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주민 이 주와 철거 과정을 거쳐 2004년 여름 시행된 동시분양(일반분양 약 3,500가구)은 평 균 2.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3순위에서 모든 가구가 마감될 정도로 성황리 에 진행되었다. 평당 분양가는 평형에 따라 65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로 정해졌으 며, 워낙 대규모의 분양이 이뤄진 탓에 주변에서 건설 중인 다른 아파트 단지들이 베스트시티와 겹치지 않도록 분양을 연기할 정도였다.

이후 3년간의 공사를 거친 베스트시티는 2007년 여름, ‘성일 노블하이츠’와 ‘성일 로열카운티’라는 두 개의 대단지로 나누어 완공되었다.76) 이로써 봄이면 벚꽃이 만 발하여 연주시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벚꽃놀이 명소이기도 했던 성일주공아파트는 최고 37층의 초고층 아파트들과 함께 높은 아름드리 소나무를 비롯한 고급 식재들 로 조경된 고급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지금까지 간략히 정리한 일련의 사건 전개들로는 모두 포착해 내기 힘든, 공간과 장소의 재구성을 수 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속에는 과연 어떠한 힘과 욕망, 그리고 사물들의 배치 과정이 개입하여 있던 것일까. 다음 절에서는 이에 대한 민족지적 기술을 통해 성일 노블하이츠 재건축의 동학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76) 당초 ‘베스트시티’라는 단일 단지였던 성일주공 재건축 단지가 두 개의 다른 단지로 나뉘게 된 데 에는 여러 사정이 존재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기술 및 분석은 뒤이어 Ⅲ장 2절에서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