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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확산의 사회적 의미

한편 1970년대와 80년대를 통틀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아파트 공급과 관련 하여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 시기 많은 한국인들에게 아파트가 실제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통계청 집계 <사회조사>

의 ‘원하는 주택형태’ 항목을 보면, 1979년 6.5%에 불과했던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1987년 18.3%를 거쳐 1992년 34.2%로 꾸준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통계청 1997: 304).47) 특히 아파트에 대한 젊은층의 선호는 더욱 높아서, 1992년 기준으로 47) 한편 같은 시기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는 1979년 92.5%에서 1987년 79.3%, 1992년 63.3%로 감소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국 단위에서의 조사 결과로, 도시 지역(市部 혹은 洞部)만을 놓고 봤을 때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진다. 결국 2004년에 이르러서는 전국 단위에서도 각각의 선호도 차이는 단독주택 48.6%, 아파트 47.9%로 좁혀졌고, 도시 지역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 53.6%에 달하게 되었다(통계청 2006: 366).

현주택 희망주택 75 76 77 78 79 80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6 단독주택

거주자

단독주택 95 93.1 92.3 92.3 93.6 92.9 91.8 93.7 89.0 87.8 85.4 86.9 74.6 60.2 61.5 52.5 53.8 28.8 33.4 36.7 아파트 3.9 6.4 6.8 7.0 5,7 6.5 8.0 6.3 10.3 11.7 12.6 12.6 23.3 35.7 34.0 45.4 38.2 68.9 62.6 58.5 기타 0.8 0.5 0.9 0.7 0.7 0.6 0.2 0.0 0.7 0.5 2.0 0.5 2.1 4.1 4.5 2.1 8.0 2.3 4.0 4.8 아파트

거주자

단독주택 63.0 52.0 58.2 49.0 51.0 60.0 59.3 57.0 47.7 55.4 54.4 48.5 32.6 26.2 26.9 33.9 29.2 26.2 25.6 39.6 아파트 35.0 47.5 41.4 50.7 48.0 39.4 40.4 42.7 51.6 43.9 43.6 50.1 66.2 71.9 71.2 62.6 66.3 71.7 72.6 57.3 기타 2.0 0.5 0.4 0.3 1.0 0.6 0.3 0.3 0.7 0.7 2.0 1.4 1.2 1.9 1.9 4.5 4.5 2.1 1.8 3.1

30세 미만의 경우 절반 이상(52.8%)이 아파트를 원하는 주택으로 꼽기도 했다. 또 한 <표 2-2>의 ‘희망주택 유형’에 대한 통계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주택금융 수요자들 사이에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급증했으며 1990 년을 전후한 시기를 기점으로 단독주택을 누르고 가장 선호하는 주택 형태로 단연 아파트가 꼽히게 되었음을 볼 수 있다.48)

<표 2-2> 희망주택 유형 (1975~1996년)

※ 출처: 한국주택은행, 융자주택실태조사(강인호 외 1997: 105에서 재인용)

이렇게 한국인들 사이에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 나는 아파트가 제공하는 생활양식이 기존의 주거형태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지닌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는 사실이다.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중앙난방 등 아파트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서구적 생활양식은 한국인들이 직·간접적 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실생활의 편리로 다가왔고, 산업화로 인한 대규모 인구이동과 함께 증가한 핵가족으로의 가족 형태 변화도 아파트의 수용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 었다.49) 1980년대 이후 발표된 대중소설들에 묘사된 아파트의 부정적 속성을 수집 하여 분석한 박철수(2010: 71)도 아파트에서의 구체적인 생활조건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사회에 아파트가 확산되며 여러 문제 점들이 지적되어 왔지만 주택 내부의 생활조건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아파트가 제공하는 안락함과 편리성이 한국인들에게 절대적이자 보 편적인 가치로 수용되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현아(2012:

99-100)의 지적대로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사실상 주거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 48) 한국인들의 엄청난 아파트 선호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감안할 때, 통계청이 집계한 ‘원하는 주택형 태’ 결과에서 아파트 선호도가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통계청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연령별 선호도의 차이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50대, 특히 60대 이상에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매우 낮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대로 평균값의 하락에 반 영된다. 주택시장에서의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3,40대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아파트에 대 한 선호가 높음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표 2-2>에 나타난 주택은행의 주택금융 수요실태 조사 결과가 주택시장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더 분명히 드러내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49) 가정생활의 측면에서 서구적 생활양식의 상징으로서의 아파트가 가져온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함한희(2005: 54-60)와 전남일 외(2009), 박해천(2011: 209-256)의 논의를 참조하시오.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구매 가능한 수많은 단독주 택의 절대적 열악함에 근거한 상대적 우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 이면에 주거 선택의 폭 자체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한 국사회에서 아파트의 확산이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표 2-1>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에서 총 주택 수의 증가는 대부분 아파트 건설을 통해 달성되어 왔고, 그 중심에 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 이 있었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여기에는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신규주택을 건설, 공급하면 이들이 거주하던 주택이 하향여과 (filter-down)되어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주민의 주거수준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는 가설, 즉 주택여과과정(house filtering process)에 대한 이론이 자리하고 있었 다(하성규·김연명 1991: 26). 하지만 1980년대 말을 기준으로 이 가설에 대해 실증 적 검증에 나선 국토개발연구원(1988)의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주택가격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등했던 실제 한국의 현실에서 이 가설에 기반을 둔 정책은 서민주택의 해결에 거 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를 대량 건설하여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국내 주택정책은 사실상 중산층 이상의 계층만을 수혜대상으로 했으며, 1970년대 말 이후 정립된 한국의 독특한 아파트 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자본을 갖 추지 못한 저소득층이 참여하기에는 너무 높은 진입장벽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1960년대 말 이후, “파행적 시장모델”(하성 규·김연명 1991: 31)50)에 근거한 정부의 주택정책과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갖는 독특한 상품으로서의 위치로 인해 아파트 매매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용하게 된 재산증식 모델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마련된 주택정책은 신규 아파 트 위주의 공급을 근간으로 하였는데, 이때 공급되는 아파트는 구입자의 자금부담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었기에 지불능력을 갖춘 중산층에 편향적인 정책일 수밖에 없었다(권현아 2012: 104-105 참조). 게다가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량과, 한국사회 로의 도입 초부터 받아들여진 서구식 생활양식과 근대성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높은 교환가치를 지닌 상품이자 일종의 위세재 50) 하성규와 김연명(1991: 30-31)은 시장모델을 전제로 하면서도 국가의 개입을 통해 표면적 목적과

다른 소득계층간 불평등의 확대가 야기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을 ‘파행적 시장모델’로 명 명했다. 시장메커니즘에서 파생되는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사회주택 등의 적극적 국가 개입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주택공급을 시장 원리에 맡겼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은 시장모델에 가 까웠다. 하지만 분양가 통제나 독특한 청약제도의 존재, 그리고 공공부문(대한주택공사)이 사실상 민 간부문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시장모델이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주택정책이었 다. 프랑스 주택시장에 대한 연구에서 부르디외(Bourdieu 2005)가 지적하고 있듯이, 주택이라는 상 품의 독특한 성격 탓에 완전한 시장모델에 따라 작동하는 주택시장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prestige goods)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입지와 평수에 따라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신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아파트는 이미 1970년대 초 반포아파트 분양 때부터 투기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서울의 아파트 분양 신청률은 40~70 대 1에 이르는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아파트 가격은 날이 갈수록 급등했다(전남일 외 2008: 259).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1977년 주택청약제도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리어 분양가가 시장거래 가격의 3분의 1 정도로 책정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 층에게 싼 분양가의 아파트는 얼마든지 사서 되팔 수 있는 교환가치재로 부각되었 고, 이로써 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전남일 외 2008: 260). 이처럼 한동 안 상승일로에 있던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선 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90 년대 초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단기간에 걸친 대량 공급 이후였는데, 이 과정 에서도 작지 않은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들이 많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수십 년에 걸쳐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접한 아파트 매매를 통한 재산 증식의 ‘성공담’은 이후 아파트 매매를 한국사회에서의 가장 일반적인 재산증식 모 델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한국인들의 자산축적 방식과 생활양식의 재조직 에 국가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아파트 수용 과정을 다 룬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바이다(이를테면 박철수 2006; 박해천 2011; 전상인 2009; 줄레조 2007). 그리고 그 이면에는 아파트 공급을 통한 중간계 급, 즉 중산층의 양성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충하고자 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는 것 역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줄레조에 따르면 이 과정은 권위주의 국 가에 의해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의 대량 공급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중간계 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킬 수 있었던 한편, 이들에게 주택 소유와 자산 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어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줄레조 2007: 147). 더 나아가 전상인(2009)은 의도였든 아니든 한국 자본주의의 압축적 성 장 과정에서 아파트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병리를 어느 정도 호도하고 은 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주택 측면에서 산업 화의 과실이 아파트에 집중된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개인적 기회이자 성취의 대 상이었던 아파트를 획득한 중간계급이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경화를 막는 결정적인 방파제 역할”(전상인 2009: 136)을 맡았다는 것이다.51)

51) 이러한 주장들이 일견 지나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정치적 보수화 는 현실 정치의 측면에서 결과로서 드러났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1980년대 말에 일련의 인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