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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은 자원배분, 소득분배, 경제안정화 등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데 통 화․금융정책이 경제안정화와 주로 관련되는 것과 달리 재정정책은 이들 세 가지 모두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재정정책의 분야는 재정총량, 분야별 재정배분, 분야 내 재정사업으로 구분되는데, 이들 중 경제안정화와 특별히 관련되는 부분은 재정총 량 규모와 재정사업의 자동안정화 장치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정정 책의 기능 대부분은 자원배분과 소득분배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고 하여도 과 언이 아닐 것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이 향후 수행해야 할 역할을 조명하고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과제의 형태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먼저 시장경제와 정 부의 역할에 대한 이론적 조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이념이 퇴조하면서 상당한 정도 수렴하고 있다. 가격 기능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질서가 형성될 수 있고 자유로운 경쟁은 ‘보이지 않는 손’

에 인도되어 사회 전체의 이익을 향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이념으로 자리 를 잡아왔다. 물론 1930년대 경제공황의 해결책으로 등장하였던 케인즈 경제학에 의해 일부 도전은 있었지만, 시장기능이 경제운용의 기본 틀이 되어야 한다는 신고 전파 경제학은 그 어떠한 도전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정부개입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정통적 신고전파 경제학과 다른 시각을 견지하는 학문적 주장이 널리 개진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제도경제학 또는 거래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으로 불리는데, 로널드 코즈(Ronald Coase), 더글러스 노스(Douglass North), 올리브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엘리노 오 스트롬(Elinor Ostrom) 등으로 대표되는 학자들이 1990년대 이후 노벨경제학상을 수 상함으로써 이러한 시각이 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인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도경제학적 시각은 행정학, 법학, 정치학 등 다른 학문분야뿐 만 아니라 현실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제2장에서는 거래비용 경제학을 소개하며, 갈등조정을 위한 제도적 절차를 구축하고 장기계약을 적극 활용 해야 한다는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발전과정을 시대별로 구분하며 재정의 역할을

연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제1기인 1948년부터 196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재정이 국가의 기본 질서를 구축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제2 기는 소위 개발연대로 불리는 1961년부터 1979년까지의 기간인데, 경제개발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재정정책은 재정투융자에 집중하였다는 사실을 부각하고자 한다.

제3기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만성적으로 고착화되었던 적자재정에 의한 인플레이션 구조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그 특징을 부각하고자 하는데, 이는 1980년부터 1996년 까지로 설정된다. 마지막 제4기는 1997년 이후부터 2007년까지로서 외환․금융위 기와 함께 재정논쟁이 정치적 화두로서 등장하는 과정을 조명할 것이다. 이러한 연 혁적 고찰을 통해 재정운용 제도의 시대적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2005년 이후의 재정운용을 평가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노무현 정부 의 4대 재정혁신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특징을 서로 비교 평가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제5장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나라 재정운용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정리하고자 한다. 거래비용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 면 재정제도는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여 국가의 전략적 선택을 추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재정제도 개혁의 과제는 네 가지 관점에 서 정리될 수 있다. 재정지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을 운용하는 일, 공공부문 전반을 망라하는 관점에서 재정을 운용하는 일, 그리고 재정 운용에 대한 자기책임성을 강화하고 결과에 대해 해명책임(accountability)을 강화하 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