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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논의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개과정, 대응전략 및 출구전략에 관한 연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글 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다시 말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실패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정부실패에 서 비롯되었는지의 여부는 위기의 근본 원인에 관한 사안이다. 위기의 근본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대증요법식 대응만 계속한다면 언제 다시 위기가 다른 모 습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한계”라는 주제하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부실패에 있 으며 이 바탕 위에서 출구전략과 위기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논의하였다.

금융발전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본 연구는 금융발전이 경 제성장의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밝히기 위해 금융이 포함된 경제성장 모형들을 소 개하였다. 첫 번째는 금융발전에 따라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대출의 심사에 소요되 는 비용이 낮아지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모형이다. 두 번째는 신용제약 과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는데, 금융발전에 따라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한 사람이 혁신에 성공했다는 정보를 은닉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커짐으로써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모형이다. 세 번 째는 자본축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선진국의 경우 금융발전에 따라 금융중개의 효 율성이 높아질수록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모형이다. 이처럼 금융발전은 다양한 경

로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발전과 경제성장 간의 이론적 관계는 여러 문헌을 통해 인과관계가 검증되었다.

이론이나 실증분석은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이룩해 온 금융발전이 과연 이론이나 실증분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이라 는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대규모 경기침체를 초래했으며, 지난 3년간 지속된 경 기침체는 결국 잠재성장률의 하락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금융발전이 과연 경제성장 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 원인과 전개과 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금융발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정책이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사 실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런 시각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참모습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미국은 2001년 3월을 정점으로 이미 경기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하강의 직 접적인 원인은 1990년대에 경기확장을 주도했던 IT, 즉 닷컴의 버블 붕괴라고 할 수 있지만,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로 인한 불안감의 증대, 2001년 말에 터진 엔론의 회계부정사건과 이에 연관된 아서 앤더슨의 회사정리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이 일조하였다. 미국의 경기는 2001년 12월 2일 엔론의 파산보호신청 이후 사실상 회복국면에 진입하였지만, 미 연준은 2001년 11월에 저점을 찍은 경기회복세를 감 지하지 못하여 그 이후 2003년 6월까지 3차례나 더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결국 통화당국이 강행한 저금리정책과 금융완화로 생긴 거품이 경제 전반에 형성되었으 며,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 연준은 경 기가 저점을 통과한 지 2년7개월이 지난 2006년 6월에야 비로소 연방기금금리를 1%에서 1.25%로 인상하는 뒤늦은 조치를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2003년에는 모기 지 관련 신규대출금이 무려 4조 달러에 육박하였고, 거주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의 대 출이 증가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급성장하였으며, 결국 글로벌 금융위 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생산, 고용, 물가, 소득분배 등의 측면 에서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단순추세 연장법에 의해 가상적인 총생산을 시산함 으로써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률을 계산하였는데, 2008년 4분기∼2009년 4분기까지 5분기 동안에 GDP의 6.3%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계되었다. 이것은 1997년 외환위기의 절반에 이르는 손실률이다. 위기는 생산뿐 아니라 고용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경기가 회복 중인 2009년 1분기 이후에도 고용회복은 눈에 띄 지 않는다. 고용률이 어느 정도 경기후행성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09년 4분기 중의 취업증가는 전년동기 대비 0%에 머물고 있어 상당히 저조하다. 고유가 와 고환율로 국내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08년에는 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크게 벗어난 4.7%까지 상승하였지만 2009년에는 다시 3% 이하로 안정되었 다. 한편 소득분배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지속적이면서도 빠르게 악화되 어 왔지만, 2008∼2009년의 소득분배는 그 이전에 비해 악화 속도가 훨씬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25%p의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유동성 공급 지원정책을 시행하였으며, 2008년과 2009년에는 대규모 추 경편성과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노력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 과 예상보다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서 보았듯이 통화당국의 저금리정책을 바탕으로 한껏 팽창한 유동성이 자기 돈과 신용이 없어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포퓰리즘적인 정부정책과 맞물리면서 시장가 치와 괴리된 채 급등한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이러한 면에서 본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개입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환율 결정 과 저금리 결정에는 정부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 개입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면 좋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위기의 씨앗을 제공하거나 잠 재적인 경제문제로 표출되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동원한 위기극복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활동은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다시 정상화되고 시장개입은 축 소되어야 한다. 정부가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

각은 버려야 한다.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시장경제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규모를 불문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많은 기업들이 생존 의 기로에 서있다. 위기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 지금은 기업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물시장이나 외환시장의 회복 속도에 비해 고용시장의 회복이 느린 것은 우리 경제의 생산구조가 노동절약적 구조로 바 뀌고 있는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위기로 인한 기업부실도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이 많을수록 경제활력은 저하되기 마련이며, 경제의 효율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부실기업이 연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부실기업들을 정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금리조정 등의 거시경제정책 과 기업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미시경제정책을 병행해야지만 민간경제의 활성화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만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으며, 위기에 대해서도 강인한 체질 을 가진 경제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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