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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실증분석의 접근 9)

경제사에서 거래비용을 인하하고 거래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시장 확장에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제도적 혁신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대부분은 신고전학파 모형의 효율적 시장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정치조직은 경제적 시장의 재산권을 규정하고 집행 하며, 정치시장의 특성이 시장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는 데 본질적인 열쇠이다(North, p.108). 제도의 창조자로서 국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의회의 최근 사례를 보자.

2010년 3월 21일 밤 미국 하원에서는 100년 만에 미국 건강보험제도를 바꾸는 법안 이 통과되었다.7) 이 법안의 통과를 주도한 낸시 펠로우 하원의장이 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연설을 하였는데, 다음 구절은 제도가 미국 역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고, 역사를 만들고, 진보를 이뤄내는 데 동참하기를 촉구합 니다. 한 표를 행사해 주십시오.”8)

에 대한 Barro(1991)의 회귀방정식(모델 없는 회귀분석)에서 외생변수는 어디까지나 솔 로모형의 장기균형의 차이를 통제하는 변수, 즉 조건부 수렴의 식으로 해석되어 왔 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는 변수로 각종 제도변수들을 추가하고 그 추 정결과를 이용하여 단순한 솔로모형의 함의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접근법 이 발전되고 있다.

제도경제학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제도가 경제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분석 하기 위해 시민의 자유, 정치적 제도를 변수로 활용하는 연구가 시작된 것도 그 예 이다. 이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제도에 속하는 다른 요인들보다는 시민의 자유, 정치적 제도를 수량 변수화할 수 있는 대변수(proxy variables)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Kormendi & Macquire(1985)는 Gastil(1979)이 시민자유 정도를 측정한 변수를 이용 하여, 이것이 경제성장에 양의 효과를 준다는 것을 보였다. Barro(1991)는 제도로서 정치체제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 Gastil(1979) 지수와 함께 혁명 및 쿠데타 지수를 활 용하여, 이들이 성장에 음의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였다.

Levine & Renault(1992)의 기존 문헌에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민감도 (sensitivity)를 고려한 분석에서는 성장원천으로서의 각 변수들의 기여도가 달라지는 데 초점을 두고, 안정관계에 있는 성장의 원천을 재분석하였다. 성장은 전쟁 및 혁 명의 지수, 시민의 자유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그 관계가 안정적이지 않고 회귀분석에 포함되는 변수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반면 투자는 전쟁 및 혁명의 지수 와 안정적인 음의 상관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보다 혁명과 쿠데타의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서 국내투자되는 금액이 더 적어진다는 결론 을 내리고 있다.

Knack and Keefer(1995)는 Kormendi & Macquire(1985), Barro(1991)가 정치제도 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 Gastil(1979) 대신, 민간 기업이 발하는 국제투자위험지수 두 가지—국제적인 국가위험 가이드(International Country Risk Guide)와 기업환경 위 험정보(Business Environmental Risk Intelligence)—를 사유재산권 보호의 제도에 대한 변수로 활용하였다. 기존의 경제성장 원천에 대한 연구와는 달리 North(1990)의 이 론에 대한 실증분석결과를 제시해 보려는 첫 시도에서, Knack and Keefer는 세 가

지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첫째, 정치적 폭력, 그리고 Gastil(1979)의 정치 및 시민권 지수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대변수로 불충분하다. 제 도의 영향력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더 직접적인 지수가 필요하다. 둘째, 사유재 산권을 보호하는 제도는 경제성장 및 투자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제도가 통제되었을 때, 조건부 수렴의 증거가 더 뚜렷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La Porta et al.(1997)는 신뢰가 거대한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부유한 국가의 경우, 신뢰가 더 높기 때문에, 일인당 GNP를 통제하게 되면 신뢰의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10) 일인당 GNP를 통제변수로 사용했을 때, 신 뢰의 증가는 사법의 효율성, 반부패, 관료의 질, 조세 순응을 더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Putnam(1993)이 이태리 사회에서 발견한 것이 전 세계적으로도 성립한다는 것 을 보여준다. 더구나 신뢰의 증가는 시민활동과 전문가 협회의 참가를 증가시키고, 경제에서 대기업 비중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신뢰는 정부의 대규모 조직만이 아니라 모든 대규모 조직의 활동을 편리하게 해 준다는 Fukuyama(1995) 의 가설은 지지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Fukuyama(1995)는 특히 기업에서의 신뢰가 가족이라는 협력의 또 다른 메커니즘 을 대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가족의 끈끈한 유대관계(family strength)’는 기업성장 에 해롭다는 가설을 믿고 있는데, La Porta et al.(1997)는 이 가설에 대한 실증분석 을 하게 된다. GNP 대비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 비중을 미지인에 대한 신뢰의 측도 와 가족에 대한 신뢰의 측도로 회귀방정식 분석을 했을 때, 사람 간의 신뢰는 기업 에 플러스 효과를 나타내지만 가족의 신뢰는 마이너스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즉, 강한 가족연계는 대기업의 발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후쿠야 마의 주장이 지지를 받게 된다.

10)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에 비추어 보면, 씨족, 부족사회에서는 신뢰가 높았지만, 현대적 자본 주의 발전에서는 소득수준이 신뢰수준을 결정해 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잘 아는 범위의 사회에서는 소득이 낮더라도 신뢰는 높을 수 있다. 신뢰의 크기는 사회의 범위가 클수록 소득 수준, 법 등에 의해 결정되지만, 좁은 지역 사회에서는 서로 인지하는 범위(즉 거리, 접촉 횟 수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신뢰의 결정요인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된 다.

또한 La Porta et al.(1997)에서 주어지는 신뢰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도 주 목할 가치가 있다. 신뢰는 하부구조의 질 및 적절성11)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지 만 유의적인 효과, 유아사망률에 유의적 효과를 미치지만, 교육달성 수준의 측도에 는 유의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신뢰가 증가하면, 인구 중에서 고등학교 졸업 생의 비율 그리고 학교 적절성12)을 증가시킨다.

Hall & Jones(1999)는 성장원천의 제도변수에 대한 기존 연구를 확장하여 비공식 적 제도가 강조되는 사회자본을 도입하게 된다. 그들은 기존 연구의 방법론과 달리 증가율보다 수준변수를 이용하여, 그것을 이용했을 때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 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성장회계로 측정한 일인당 생산량은 일인당 실물자본, 인적 자본 그리고 생산성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자본량과 생산성이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 이는 한 나라의 장 기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주요인은 개인과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및 정부정책을 나타내는 사회적 하부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나라의 소 득수준은 실물적자본과 인적자본 그리고 기술수준에 의존한다. 그러나 한 사회가 이 러한 자원과 기술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하부구조라고 하는 사회제도인 것이다. 즉, 사회적 하부구조는 기본적으로 실물자본 및 인적자본의 축적 그리고 생산성의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결정한다.13)

Hall & Jones(1999)에서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제도와 연관된 변수14)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생산활동을 범죄로부터 보

11) 여기서 하부구조의 질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설 및 편리성뿐만 아니라 교통의 질을 측정하 는 지표이고, 하부구조의 적절성은 각 국가의 하부구조가 기업의 니즈를 만족시켜 주는 한도 를 측정하는 5점 기준의 평균치를 나타낸다.

12) 라 포타 외(1997)는 ‘학교 적절성’을 학교 시스템이 완전경쟁경제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한도 에 대한 측도로 이용하고 있다.

13) 따라서 TFP(A)를 단순한 물적 생산성(T)과 제도적 생산성(Z)으로 분해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측면에서의 접근이므로 신성장이론처럼 솔로모형을 이론적으로 대체하는 접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4) 제도적 요인은 아니지만, 적도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해 주는 사회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둘째, GDP 대비 정부소비가 낮고, 셋째, 국제 무역에 관해 개방적이며, 넷째, 적어도 몇 가지 이상의 사적소유권이 보장되어 있으 며, 다섯째, 국제어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Acemoglu(2003)에 의한 취약한 제도를 가진 국가의 특성을 보자. 엘리트와 정치인 들이 효과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게 되어, 여러 집단들 간에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을 잡기 위한 내부 투쟁이 심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없는 사회로 정의하고 있 다. 제도적으로 취약한 사회에서 엘리트와 정치인들은 거시경제에서 미시경제 정책 을 이용하여 사회의 여러 가지 부문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 다. 이러한 견해의 논리적 구조를 보면, 제도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엘리트 가 특정 수단을 이용하는 데 방해를 받을 때 다른 수단을 이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시소효과(seesaw effect)” 부른다.

Acemoglu(2003)는 경제성장을 분석하는 기존 제도 연구 문헌을 확장하여 제도가 경제활동의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강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제도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왜 큰 변동성을 겪게 되는가에 대한 몇 가지 가설15)

15) 여섯 가지 가설을 간략히 요약해 보자.

첫째, 제도적으로 취약한 사회에서는 통치자들에 대한 제약조건이 적다. 정치권력의 균형에 변화가 발생할 때, 정치권력을 잡는 집단은 새롭게 잡은 권력을 이용하여 자산과 소득을 자신 들에게 유리하게 재분배하려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교란 요인이 창출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 교란 요인의 원천은 이러한 재분배가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사회에서 는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15) 둘째, 정치인 및 정치권력 집단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의 부족으로 인해 권력을 잡은 집단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