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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위생공무원의 재량남용 가능성

문서에서 : 경쟁사간 수평적 제휴를 중심으로 (페이지 100-103)

일선공무원의 재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이를 완전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현 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이들에게 일정한 재량이 부여되지 않는다 면 정책이 잘못 시행되거나, 자칫 불응이나 형식적인 순응이 발생할 수 있다(Berman, 1980: 216-222). 따라서 일선공무원의 재량을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선공무원의 재량이 한계를 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 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행정법에서도 본래는 재량행 위는 잘못되더라도 위법이 아닌 부당不當의 문제만 생기는 것이지만, 이것이 실정법의 한계를 벗어나면 위법한 처분이 되는 것이다. 즉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남용되는 경우

에는 법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김동희, 1997: 223).29) 따라서 일선공무원의 재량은 일 정한 한계 내에서만 인정되며, 이것이 남용되면 위법인 것이다. 재량남용이 억제되어 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본 연구의 중요한 발견점은 일선 위생공무원의 재량원인 관련변수의 평균값 은 상당히 높은 데 비해서, 실제로 행사되는 재량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즉 재량을 행사해야 할 필요성은 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재량을 행사하는 것은 꺼리는 것이다. 이는 재량의 행사 못지 않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만약 현실에 맞지 않거나 모호한 법규를, 일체의 재량적 판단이 없이 법 형식에만 의존하여 위생규 제를 행할 경우에는 위생행정의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위생행 정의 본래적 목표인 국민건강 보호에도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위생공무원의 재량을 억제하는 외적 요인과 재량행위를 자 제하려는 위생공무원 자신의 내적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선은 그동안 위 생공무원을 포함한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내적‧외적 통제가 강화되었다. 위생공무원의 재량을 억제하기 위해서 적발위주의 감 사를 행하며, 세밀한 규정을 통하여 재량의 소지를 봉쇄하고자 하였다. 즉 내부감사를 주로 합법성을 기준으로 하여 행하면, 법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재량은 자칫 이러 한 합법성 기준을 벗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위생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문제의 소지 를 없애는 길이 법규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법규의 내용이 잘못된 것은 위생공무원의 책임범위가 아니다. 다음에 위생공무원 자체의 원인으로서는 우선 재량을 행사하면 시시비비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 오늘날 위생규제의 대상자들이 과거처럼 순응을 하 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대상자의 편의를 봐주거나 인간적 배려를 하게 되면, 다른 대 상자들이 반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발은 투서 등의 형태를 띠게 된다. 따라서 규정대로 위생규제를 행하는 것이 말썽의 소지를 줄이는 길이며, 이를 위해서 재량은 억제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위생공무원의 복지부동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29) 흔히 행정법에서는 일탈과 남용을 구별하기도 한다. 즉 일탈은 재량행위가 그 외적 한계, 즉 법적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이며, 남용은 재량행위가 내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이다. 예로서 재량권을 부여한 내재적 목적에 반하여 다른 목적을 위하여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다. 그러 나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실익도 별로 없다(김동희, 1997: 232).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위생공무원의 재량은 언제든지 남용될 소지가 있다. 재량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변수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적 요인에 기인 하는 재량의 억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위생규제는 그 속성상 재량남용의 개연성이 어느 영역보다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생영업은 대상자들이 법규를 완 전히 준수하면서 영업행위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규제행정 일반에 적 용되는 것이기도 한데, 대체로 법규의 획일성과 비현실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위생공무원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예로서, 이발소에서 1회용 면도기를 매번 사용한다거나, 목욕탕에서 정해진 수질기준을 맞춘다거나, 음식점에서 정해진 청결기 준을 맞춘다거나, 유흥업소에서 출입하는 손님의 연령을 매번 점검하는 것 등이 현실 적으로는 매우 지키기 어려운 기준이다. 따라서 규제대상자들의 법규위반이 보편적이 게 되면, 위생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자원의 제약으로 인하여 특정 지역이나 업소를 선 정하여 단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 자체가 재량남용의 소지를 가지는 것이다.

둘째, 위생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위생규제 행정의 속성 상 야간근무가 필수적이며, 최근 들어서 지방정부의 인력이 감축되면서 신분보장이 취약한 별정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반강제적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 위생공 무원의 상당수가 별정직 공무원이다.30) 반대로 IMF이후 많은 실직자들이 위생관련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단속대상 업소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업무 부담은 더욱 과중되며, 이 과정에서 모든 규제대상자를 모든 항목에 걸쳐서 단속하기 어렵게 되며, 그 결과 재량이 많이 개입되는 것이다.

셋째, 위생규제 행정은 속성상 대면접촉을 해야 한다. 대면접촉과 현장실사를 통해 서 이루어지는 행정은 사무실 내에서의 서류행정과는 상이하다. 비록 규제대상자이지 만 인간적 배려를 하게 되며, 현장에 대한 자체적인 이해와 판단이 필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재량이 행사되며, 남용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위생행정은 본질적으로 규제중심의 행정이며, 규제행정에서의 재량남용 의 상당부분은 규제공무원 자체의 본성에 기인한다. 사실 행정이 행사하는 권한의 본

30) 별정직 위생공무원은 대부분 노태우정부 당시 범죄와의 전쟁 차원에서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충원되었으며, 현재는 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일반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대구시 남구청 소속 위생공무원 Y행정주사와의 2001. 4. 20일자 면접내용).

질은 재량에 있다. 재량을 통해서 보다 우월한 입장에서 대상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타적인 목적이든 이기적인 목적이든 간에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있 으면, 이를 확대하려는 속성이 발동하며, 이것이 남용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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