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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에서의 외부효과

문서에서 : 경쟁사간 수평적 제휴를 중심으로 (페이지 128-133)

교육의 혜택은 교육을 받은 당사자에게 모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는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사회에 돌아간다. 그런데 개인들이 교육을 얼마나 받을지, 즉 교육 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결정할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만을 고려할 뿐 사회가 받는 혜택의 크기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사회전체에는 유용하지만 개인들의 의사결정과정 에서 고려되지 않는 바로 이 부분이 외부효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활동을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 이하로 이루어 지게 되는데, 외부효과가 클수록 그 괴리가 커지게 된다.

대학교육에서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대학교육을 통해 한 개인의 전문지식과 판단력이 향상되었을 때 그 당사자 의 생산성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하게 될 동료들의 생산성 도 같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이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또 다른 경로는 대학교 육은 독자적인 학습능력(혼자 읽고 이해하며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시 킴으로써 기업의 신입사원 훈련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과학기 술에 맞추어 노동력을 재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것이다.

특히 21세기를 특징짓는 숨가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 조에 적응하여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며, 어느 때보다 높은 독자 적 학습능력이 요구된다. 만약 대학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과학기술 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력이 대량으로 생길 것이며5) 이에 따라 자

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이 높아지게 된다.6) 자연실업률의 상승은 실업연금, 또는 보험, 그리고 유휴노동력에 대한 재교육 및 직업알선 등 사회복지비용을 크게 상승시킨다. 따라서 교육에 의한 독자적 학습능력의 제고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어 주 는 역할을 한다. 셋째, 대학교육은 인간과 사회,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줌으로써 균형잡힌 사고력과 판단능력을 배양한다. 이와 같은 자질은 본인에게 도 가치있는 것이지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 그리고 판단력으로 무장된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경제적인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크 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직업교육vocational education보다는 일반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의 외부효과가 훨씬 크게 작용한다. 첫 번째 종류의 외부효과는 기업내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 간의 팀워크를 통해 발현되는데, 세분화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 일수록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구성원간의 시너지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세분화된 전문지식의 공통분모인 기초학문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팀원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훈련 이 잘된 일반교양교육을 충실히 받은 사람의 외부효과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두 번째 외부효과인 독자적인 학습능력의 향상 역시 세분화된 전문지식보다는 충실한 일반교양교육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한 다. 세분화된 전문지식은 기초지식을 응용 발전시킨 것이므로 그 근본이 되는 기초이 론에 대한 이해 없이 응용된 결과만을 알고 있다면 새로 개발응용된 전문지식을 혼자 의 힘으로 해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히 약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회로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신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학, 화 학 등의 튼튼한 기초가 필요할 것이며 금융구조나 신금융상품의 출현에 따른 금융관

5)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40-50대 노동력의 대량실직이 그 예이다.

6) 자연실업률은 한 국민경제의 장기평균실업률이다. 만약 노동시장이 장기적으로 균형에 도달한다면 장기평균실업률은 0이 되어야 한다. 자연실업률이 0이 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최저임금, 노동 조합, 효율임금(efficiency wage) 등 임금의 균형수준으로의 조정을 가로막는 제도적, 비제도적 요인 들이다. 자연실업률이 0이 아닌 또 다른 이유는 정보의 불완전성, 그리고 일자리가 요구하는 능력과 구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의 불일치 등에 따른 마찰적 실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기업의 노동수요 변화에 맞추어 변신하는 노력과 능력이 부족할 때, 마찰적 요인에 의한 자연실업률이 높아 질 것이다.

행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경제학적 기초가 필요할 것이고, 새로운 마케 팅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며, 관광상품을 개발하 기 위해서는 역사학과 지리학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 외부효과 는 인격과 상식 그리고 윤리의식의 함양을 통해 실현되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전문 지식보다는 일반교양교육에 의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R. Barro & X. Sala-i-Martin(1995)과 R. Levine & D. Renelt(1992) 등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보면, 고등교육보다는 중 등교육이 경제성장에 유의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결과는 각종 통제변수의 추가 또는 배제와 무관하게 매우 안정적으로 밝혀져 있다. 이는 심화된 전문지식보다는 보편적인 기초소양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더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거시총량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의 결과로서 이 문제 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의 미시적 데이터를 이용한 대 학교육의 유형별 생산성 증대효과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행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그러한 분석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거시적 실증결과를 연장 시켜 대학교육에 적용해 보면, 직업교육보다는 일반교양교육이 생산성 증가에 큰 영 향을 미치게 된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별 외부효과의 크기에 대한 직접적인 실증연구는 아니지만, 기업과 산업단위의 인력관리에 관한 미시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충실한 일반교양교육에 의한 기초능력 함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미래의 산업구조와 직업이 요구하는 근로자의 자질 에 대한 전망에서도 더욱 탄탄한 기초능력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표 1>에 요약된 내용은 “22개로 분류된 산업분야 중 다른 직종에 비해 고도의 전문 성을 요구한다고 판단되는 전문직(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 등), 군인 등을 제외한 산 업분야의 근로자와 고용주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의사소통능 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관리 및 개발능력, 자원활용능력, 대인관계능력, 정 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 등 9개의 직업기초능력 영역을 추출”한 것이다. 이 표에 요약된 기초직업능력의 정의를 볼 때도 탄탄한 일반교양교육의 기초 위에 세분 화된 전문지식과 기술교육이 쌓아 올려졌을 때 소기의 생산성 증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상무부, 교육부, 노동부, NIL 및

<표 1> 직업기초능력의 영역과 하위요소 영 역 하 위 요 소

의사소통능력

․읽기능력 ․쓰기능력

․듣기능력 ․말하기능력

․비언어적 표현능력 ․외국어(영어)읽기능력

수리능력

․사칙연산이해능력

․통계와 확률에 대한 이해능력

․도표해석 및 표현능력

문제해결능력

․사고력 ․문제인식능력

․대안선택능력 ․대안적용능력

․대안평가능력

자기관리 및 개발능력

․자기관리능력

․진로개발능력

․직업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과 태도

자원활용능력 ․자원확인능력 ․자원조직능력

․자원계획능력 ․자원할당능력

대인관계능력

․협동능력 ․리더십능력

․갈등관리능력 ․협상능력

․고객서비스능력

정보능력

․정보수집능력 ․정보분석능력

․정보조직능력 ․정보관리능력

․정보활용능력 ․컴퓨터사용능력

기술능력 ․기술이해능력 ․기술선택능력

․기술적용능력

조직이해능력 ․국제감각 ․체제이해능력

․경영이해능력 ․업무이해능력

자료 : 정철영 외(1998), 직업기초능력에 관한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분석 , 서울 : 한국직업능력개발 원, p.184.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21세기의 산업구조변화에 따른 직업의 특성변화를 <표 2>에서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 현대와 미래의 직업은 근로자들에게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과 다양한 업무의 소화능력, 조직의 분권화에 따른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능력, 계속 변화하는 작업과정에 대한 뛰어난 적응능력 등을

<표 2> 기업경영 및 조직상 변화에 의한 직업변화

구 분 과거의 시스템 새로운 시스템

업무조직 수직적 기능별 분업화

경직적(rigid)

수평적 다기능 팀간의 네트워크 유연(flexible)

업무성격 협소 하나의 업무수행

단순․반복․표준화된 작업

광범위 여러 가지 업무수행 다양한 책무

종업원의 기술능력 전문화된 기술 다양한 직능

인력관리 통제와 명령체계 자율적 관리

의사소통 상명하달 알 필요가 있는 것들만

넓게 확산된 큰 그림의 바탕에서

의사결정의 책임 명령체계에 따름 분권화됨

작업과정 표준화, 고정된 작업과정 계속 변화되는 작업과정

종업원의 자율성 낮음 높음

조직에 대한 종업원의 지식 제한적 광범위

자료 : 미국 상무부, 교육부, 노동부, NIL 및 중소기업청 공동보고서 21st Century Skills for 21st Century Jobs, 1999. 1.(강성원 외(2001)에서 재인용)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는 이와 같은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유형의 직업에 적응하기 위해서 근로자들이 갖추어야 할 숙련의 유형과 특성을 <표 3>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초능력이 뛰어나고 끊임없이 변화 하는 상황과 환경에 창의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력을 미래의 직업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에 제시된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기초학문에 의한 일반교양교육의 중요성이 미래의 직업과 산업구조의 특성에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학문과 응용학문간의 보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으며 교육제도의 개혁 내지 구조조정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설정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부제는 기초 학문과 응용학문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이와 같이 잘못 정의된 시 장의 범주는 외부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미래의 산업이 요구하 는 탄탄한 기초실력을 가진 인력을 육성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다. 효율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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