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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health”는 ‘고치다’, ‘완전한’의 의미를 갖는 단어 “heal”과 형용사․동사와 합쳐져 상태․동작을 의미하는 접미사 “th”와 합쳐진 단어다. 그런데 “heal”은 ‘모두의’, ‘전체의’, ‘완전한’, ‘신성한’의 의미를 갖는 고대 영어인 “hāl”에서 출발하며9) ‘전체의’란 의미를 갖는 “whole” 과

‘건강한’․‘원기 왕성한’의 의미를 갖는 “hale”, ‘신성한’의 의미를 갖는 “holy”

의 어원과도 일치한다. 한자의 구성을 보면, ‘건강(健康)’은 튼튼함(建)과 편안 함(康)을 뜻하는 두 글자의 합성어로 ‘아무 탈이 없이 튼튼한 것 또는 상태’를 의미한다.10) 이것 역시 신체의 온전한 상태를 염두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즉, 튼튼함은 신체의 완전성을, 평안함은 정신․정서의 온전한 상태를 의미한

9) 고대 영어 “hāl”은 이후 “hælan” 에서 “helen”으로 변화하면서 현재의 “heal”로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hāl”은 ‘흠결이 없는’이란 의미를 갖는 뜻의 게르만 조어(祖語, Proto-Germanic) “khailaz”로부터 유래 됐으며 “hælan”은 “완전한 상태로 만드는 것(to make whole)” 이란 뜻의 게르만 조어(祖語) “hailjan”에 서 유래되었고 고대 색슨어의 ‘helian’,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의 ‘heila’, 고대 프리지아어의 ‘hela’과도 어 원이 같다(http://www.etymonline.com/index.php?term=heal&allowed_in_frame=0).

10) 의료윤리학자인 강신익 교수는 "건(建)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강건한 체질, 강(康)은 그런 몸을 부양 할 물질적 조건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전통 시대에 '양생(養生)', '섭생(攝生)', '장생(長生)'과 같은 말 이 건강과 유사한 개념으로 그 시대에는 '강하고 편한 정해진 상태(건강)'를 추구하기보다는 삶을 북돋 우고 길러(양생과 섭생) 자손을 낳고 편안하게 오래 사는 것(장생)을 중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 한 이유에서 건강의 의미는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세속적이고 분별적이며 기계적인 건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의미가 넓고 어떤 면에서는 전혀 반대의 뜻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신익, ‘인문 의학’,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휴머니스트, 2012, 16면 이하 참조.

다. 이들 어원을 통해 건강은 ‘전체적인 상태’ 또는 ‘조각나고 분열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정의는 처해있는 상황마다 다르다. 이것은 건강의 어원인 ‘완전 한’․‘흠결이 없는’ 상태에 대한 주관적 가치판단과 자연과학의 발달, 사회경제 적 여건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는 학문분야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기 때 문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건강 개념을 정의하고 폭넓게 인용되고 있는 것이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헌장 서 문의 건강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 헌장에서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 한 상태’11)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는 육체적인 불완전이나 정신적인 문제 외에도 사회적․문화적인 상태를 건강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사회적 안녕(social well-being)과 같이 주관 적인 판단요인이 작용할 여지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기도 하다.

이후 세계보건기구 헌장의 건강 개념을 구체화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진다.

1986년 11월 세계보건기구 주관으로 캐나다 오타와(Ottawa)에서 개최된 제1 차 건강증진국제대회에서 선언한「오타와 헌장(Ottawa Charter, 1986)」이 좋 은 예이다. 오타와 헌장에서 건강은 신체적 능력과 사회적․인적 자원을 강조 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써 삶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 한 자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12) 더불어 건강을 위한 전제조건 으로 평화․주거․교육․식량․소득․안정적인 생태계, 지속가능한 자원, 사회

11) 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Constitution of World Health Organization 1948. 이와 관련하여 건강의 정의를 주관적 기능적인 의미를 담아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상태와 기능 수행 능력 이며, 단순히 상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대학 교출판부, 보건학개론, 2000, 23면.

12) Health is, therefore, seen as a resource for everyday life, not the objective of living. Health is a positive concept emphasizing social and personal resources, as well as physical capacities.

적 정의와 형평이 건강 개선을 위한 토대로 선행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

13) The Ottawa Charter for Health Promotion-Fir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ealth Promotion Ottawa, 17-21 November 1986, (참조 http://www.who.int/healthpromotion/milestones_ottawa.pdf).

14) 이와 관련해서는 WHO의 “The determinants of health” 개념에서 보다 명확히 나타난다. WHO는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제1조는 질병의 개념을 “원인이나 출처와 상관없이 사람에게 현저한 손상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수 있는 질환 또 는 의학적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17) 이들 규정은 질병이란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된 상태 또는 훼손이 가능한 생의학적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객관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처럼 신체의 완결성만을 중심으로 질병의 유무를 판단한다면, 우울증․불안장애 등과 같이 심리 혹은 정신상태로 인한 증상은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된다. 즉, 객관적인 병적 증거가 없음에도 통 증을 호소하는 경우, 흔히 꾀병이라고 불리는 경우에도 환자는 실제로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문자적으로 접근하면 건강하지 않은데 질병이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기계적 접근이다. 따라서 건강을 개념화하는 요소에 객관적 지표이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소가 포함되고 있듯 이 질병의 경우에도 이러한 주관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18)

이러한 이유에서 질병이란 의학적 혹은 병리학(病理學)적으로 병의 원인이 밝혀진 것과 주관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 하다. 예컨대 일체의 사회활동을 거부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

와 같은 상황이라면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질병이란 해부학이나 생리학에서 시작한 병리적인 상태를 통해 유추되는 정상적이지 않 은 상태와 주관적인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결정되는 개념이며 이 러한 가치판단에는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

17) “disease” means an illness or medical condition, irrespective of origin or source, that presents or could present significant harm to humans.

18) 이와 관련해서는 신영전,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지표개발 및 적용가능성을 중심으로, 비판사회정책 (32), 2011.6. 181면 이하 참조. 영어에서는 질병의 객관적인 측면과 주관적인 측면을 구분하여

‘disease’는 객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상태를, ‘illness’는 주관적으로 환자가 경험하는 상태를 지칭 하며 이는 각각 질병 그리고 ‘질환(疾患)’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여인석, 의학사상사, 살림출판 사, 2007, 30면 이하 참조.

라서 신체적 완전성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질병이 없 는 상태․건강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2) 건강의 특성

(1) 건강욕구의 절대성

사람들이 희망하는 건강한 삶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건강 의 문제는 시대와 관계없이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생활을 불안하게 만 드는 커다란 위험요인이다. 생각해보면 원시시대 또는 자연상태에서의 건강 위험은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생명과 직결되었다.19) 이러한 이유에 서 인간은 외적인 힘 또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또 다른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원시공동체에서 행해졌던 주술행위와 같은 샤머니즘 (shamanism)과 민간신앙(民間信仰)으로 나타났다.20)

지금도 건강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건강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건강 위험요소들을 점차 해결하여 희망하는 건강상태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 러나 희망하는 건강상태에 근접할수록 남아있는 위험마저 제거하여 자신의 완 전한 신체․정신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욕망은 커진다. 건강에 대한 욕구는 개인적․주관적 감성에 따라 그 자신의 욕구의 정도가 훨씬 크게 혹은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평가 혹은 생명의 질적 수준을 비교할

19) 이때의 자연상태란 인간본연의 상태 즉, 자신의 의지대로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스스로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를 사회계약론 또는 통치론을 주장하는 홉 스․로크․루소의 자연상태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국가 건강보호 의무의 이론적 근거 부 분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0) 한국의 고대시대의 의료에 대해서는 손홍렬, 한국 고대사회의 의료제도, 청대사림, 청주대학교사학회, 제4․5권, 1895, 25면 이하; 고대문명의 의료에 대해서는 이재담, 의학의 역사, 광연재, 2003 참조.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이 원하는 건강한 삶은 과거의 사람과 현재의 사람, 지위 고하에 따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절대값은 항상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21)

(2) 건강의 사회성

건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첫째, 대상의 특수성이다. 일반적인 재화 의 경우 시장의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일정한 수준에서 적정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건강의 문제는 가격이 높다고 구매를 포기할 경우 생존의 문제를 발생 시키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도 수요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문 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격결정구조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적정성을 유지할 수 없는 재화이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없다. 따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없다.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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