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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전제

문서에서 문 화 재 청 (페이지 93-97)

이 장에서는 앞에서 검토한 고도의 개념과 고도구성요소, 외국의 고도보존 사례 등을 기초로, 일반도시의 개발 및 관리방법과 구분되는 고도관리의 기본전제와 기본방향을 제시한다. 이러 한 고도관리 방향에 기초하여 특별보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를 지정하는 원칙과 기준 등을 검토·제시하고, 지구별 관리방안을 제시한다.

古都보존을위한역사문화환경관리방안총괄편

계획적고도관리를위한지구지정방안제5

시를 만들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 도시의 역사성과 일상성이 어떻게 도시에 정체되고 또 어떻게 정체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이는 문화를 일상으로부터의 양 식과 삶을 규정하는 공공의 방식이 아닌, 문화 그 자체로 분리되어진 것, 혹은 산업이나 관광, 마케팅에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53)

개발중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례의 하나로「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한 문화지 구를 들 수 있다. 문화지구제는「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지정되는 지구로, 문화시설 이 밀집되어 있거나 이를 계획적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인사동 일대가 문화지 구로 지정되어있다. 문화지구제는 문화적 기반조성과 문화활동의 촉진에 크게 기여하 였으나, 개발중심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문화적 활기와 다양한 문화활동이 상업화, 산 업화로 연결되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54)

고도특성에 맞는 공간구성 패러다임 확립

■고도 공간구성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비어있는 공간 그 자체도 고도를 구 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고도관리의 출발점은 역사문화유적에 못지않게 비 어있는 공간도 중요한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55)

고도의 역사적 골격을 복원하고 고도에 활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고도관리방법은 일반 적인 도시개발 및 관리개념과는 접근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고도의 역사적 실체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그 실체를 기다려 주는 공간으로서 비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공간은 고도읍지로 기능하던 그 당시에 비어있는 곳도 있었겠지만, 그 이후 퇴락 의 길을 걸으면서 무너져 내리고 버려둔 땅으로 방치되어 비어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곳도 많다. 이러한 지역은 추후 역사적 고증을 거쳐 실체를 복원할 수 있을 때까지 비 워두어야 한다.

■둘째, 고도에는 여백을 남겨두어 고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가진 심상으로 2천년 전의 고도 모습을 상상해서 채우고 돌아가는 공간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53) 추용욱 외. 2006. 전게서. p.85.

54) 이외에「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한 문화산업진흥지구제가 있다. 이는 문화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문화산업관련 기업 및 대학, 연구소 등 의 영업활동, 연구개발, 인력양성, 공동제작 등을 장려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구로, 아직까지 지정된 예가 없다(정병순.

2007. 전게서.).

55) 문화재청 고도보존과 박상범은 고도보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문화환경보전상 비워두어야 할 곳을 먼저 찾아서 비워둔 후, 나머지 지역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을 본 연구 자문회의(2006, 2007)에서 강조한 바 있다.

고도의 빈 공간은 복원을 통해 채워질 곳도 있지만, 상당 기간 동안 비어있는 공간 그 자체로 존치될 곳도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유롭게 전통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도 여백이 필요하다.

몇몇 전문가들의 지식만으로 일시에 고도읍지의 모든 부분을 전통경관으로 채우려는 의욕은, 오랜 세월 축적되어있는 고도공간의 상징성을 축소시키고 질식시킬 우려가 있 다. 이는 새로운 의미의 고도훼손이 될 수 있고, 전통경관 조성이라는 미명하에 수익성 이 높은 현대식 아파트를 건립하고자 하는 시도와 비슷한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고도관리에 있어 비워둘 곳을 먼저 골라서 비워두고, 나머지 부분을 새롭게 조성 하고 개발하도록 공간구성의 기본 패러다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빈틈없이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곳을 있는 그대로 비워 두고 그 자신도 여백의 일부로 살았다. 이 점이 우리의 고도모습이 건물이 빽빽이 들어 선 서구 도시모습과 구별되는 점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고도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놓은 시가지 경관과 역사문화자산만이 아니라, 잡초 사이에 허물어져 있는 역사문화유적과 그 주변에 펼쳐진 농경지와 산, 갈대가 무 리져 있는 하천 풍경도 중요한 경관요소로 자리 잡아야 하는 곳이다.

■이와 같이 빈 공간을 중요한 계획 요소로 간주한 예로「파주출판도시건축지침」을 들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는 먼저 비워둘 곳을 찾아서 비워두고, 나머지 공간을 건축부지로 계 획하여 한강하구의 습지와 갈대밭 등을 보존하고, 건축도 이와같은 주변경관과 어우러 질 수 있도록 하나의 환경이 되도록 하는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승효상은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강연회에서, master plan이 아닌 landscape script(건 축적 풍경)에 의거하여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세가지 원칙을 얘기하였다. 첫째, 습지는 그대로 보존한다. 둘째, 건축은 오브제나 모뉴멘탈이 아닌 환경으로서 존재하게 한다.

셋째, 불확정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것은 비울 곳을 먼저 그리고 난 다음 채울 곳을 그린다는 개념을 기초로 한 설계원칙이다.56)

전향적 시각의 역사적 진정성 접근

■역사적 진정성을 갖추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며, 경관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생활공간을 조성하여 고도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고도보존의 기본방향이다.

■하지만 역사적 진정성을 갖추는 것과 역사적 진실을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의미는 다르

古都보존을위한역사문화환경관리방안총괄편

56) 승효상. “원도시건축에서 파주출판도시에 관하여”. 건축가강연회. http://www.archinude.com/architect/shs-wondosi.htm.

계획적고도관리를위한지구지정방안제5

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고도의 역사적 실체를 복원하는데 있어서는 역사적 완벽성만 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에 근접한 유적을 복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고 도다운 모습을 갖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복원할 수 있는 것은 복원하되, 역사적 실체 파악이 거의 불가능 한 유적은 현재적 지식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57)

■이를 위해서는 고도지역내 역사문화유적을 분류하여, 당장 복원이 가능한 것, 조금 더 조사해서 원형 확인이 가능한 것, 원형확인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 원형확 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구분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훼손되거나 소실된 유적 중에는 1-2천년 전의 역사적 실체를 알 수 있는 것도 있고, 조 금 시간을 두고 발굴하고 조사하면 그 실체 파악이 가능한 것도 있다. 그러나 도저히 그 원형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앞으로 100여년 이상을 기다린다고 해도 현재와 달라질 것이 거의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구분 작업에서‘원형확인이 불가능한 것’과‘원형확인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구분된 것 중에서, 고도의 상징성을 갖는 유적은 100% 원형과 같다는 확신이 없더라도, 전문가들의 지식을 결집하여 물리적인 실체로 재현시킬 필요가 있다.

■고도가 지나치게 역사적 완결성에 집착할 경우, 고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고도를 방문하는 사람이 고도로 느낄 수 있는 궁궐, 역사적 사건이 있던 중요 사찰 등을 실물로 세워둘 필요가 있다.

역사문화환경 조성개념의 전환

■고도관리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도를 완결체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도가 긴 호흡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고 대와 현대로 단절된 시간의 단층을 연결시켜야 한다.

■이와같이 고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고도가 가진 역사적 실체의 재현 만이 아니라, 현주민의 삶의 모습이 고도의 표정에 편안히 녹아들도록 고대와 현대의 다 름을 조화시켜야 한다.

■프랑스의 역사도시 스트라스부르그와 리용 등 유럽의 역사도시들이 미래로 향해나가는 발걸음은, 단순히 도시가 가지는 역사성이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고 유지하는데 급급

57)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밝혀졌을 때 참고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면 될 것이다.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시성장의 근원적 자원으로 하여 도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 능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충전해내는 노력에서 시작된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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