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당사자 사이에 상호 합의된 해결책이 없는 경우 분쟁해결제 도의 첫 번째 목표는 위반조치를 철회하는 것이며184) 패널 또는 항 소기구의 권고 및 판정이 RPT 내에 이행되지 아니하는 경우 권고 의 완전한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보상 및 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185) 그런데 현 DSU의 구조 하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위반조 치가 시행된 시점부터 위반을 판정하는 보고서가 채택되는 시점까 지, 그리고 만약 RPT가 부여되는 경우라면 위반조치의 시행일부터 RPT 종료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방안이 제공되지 아니한 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186)
만약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이 같은 폐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2005년에서 2009년 사이에 제기된 분쟁들
184) DSU 제3.7조.
185) DSU 제22.1조.
186) 제2장 제2절 금전배상 관련 부분 참조.
을 분석해 보면 패널 구성에서부터 항소기구 보고서 채택 까지 평 균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187) 이는 DSU 제20조에 규정된 분쟁 해결기구의 결정 시한을 두 배 이상 넘긴 것이다. 게다가 DSU 제 21.5조에 따른 이행 점검 패널 및 항소 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보 복 조치의 권한을 부여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제소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Brewster는 WTO의 분쟁해결 절차가 점차 시간 소모전이 되어 가 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 기간 동안의 ‘구제 공백(remedy gap)’이 사 실상 국가들에게 불법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사실상의 면책조항(de facto escape clause)’의 역할을 한다고 비판한다.188)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가 보복조치 수준의 기산점을 패널 설치시점으로 삼는 것이 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보상 수준 산정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 하다고 여겨진다.
한편 보고서 채택 시점에 위반 판정이 내려진 조치가 이미 폐지 된 상태라면 어떠한가? 이 경우 유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 해 ‘선언적 판정(declaratory ruling)’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 만 소급적 구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거에 입은 피해를 보 전할 방법은 없다.189) Mavroidis는 이러한 조치를 ‘치고 빠지는(hit and run)’ 행위라고 하며 이러한 조치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 소급적 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190) 한편 ICJ의 경우 선언적 판 결(declaratory judgments)에 대한 요청 시 불법행위로 인한 결과나 비물질적(non-material) 손해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피해(injury)
187) Brewster, supra note 7, p.107.
188) Brewster, Ibid., pp.125-130; Bronckers와 Van den Broek은 WTO 구제방 안의 장래적 속성으로 인해 불법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한 행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구조는 유책국으로 하여금 판정 이 행을 지연하도록 하는 프리미엄을 효과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Bronckers and Van den Broek, supra note 9, p.103).
189) Petersmann, The GATT/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op cit., pp.139-140; Mavroidis, “Remedies in the WTO Legal System”, supra note 8, p.783; Grané, supra note 7, p.770.
190) Mavroidis, Ibid., p.783.
에 대한 손해(damage) 배상 요청이 함께 제기될 수 있다.191)
결국 WTO 체제에서 제공되는 구제방안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ARSIWA 제31조의 배상 원칙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제3절 일반국제법과 WTO 체제의 관계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WTO법은 국제법의 일부를 구성하며
“GATT 협정은 국제공법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된 것으로 읽혀져서 는 아니 된다.”192) 따라서 WTO 체제 내에서도 ARSIWA에 규정된 내용들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특별법(Lex Specialis)에 관한 ARSIWA 제55조와의 관계에서 WTO 체제에는 별도의 국가책임 규 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가책임에 관한 관습국제법 상의 규칙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적용해온 패널 및 항소기구의 태도를 보건대 ARSIWA의 규칙 모두가 WTO 체제에서 적용 배제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ARSIWA의 규칙들 중 WTO 체제 내에서 적용되거나 배제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적용 배제 여부에 대한 한계선 설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WTO 체제의 자기완비성 여부 및 그 정도를 확인하는 작업과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국제공법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자기완비적 체제가 무엇이며 WTO 체제에서 확인되는 자기완비적 속성이 과연 일반국제법상의 소급적 구제 원칙을 적용 배제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는 결국 WTO 체제 내에서도 소급적 구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다.
191) Shaw, Malcolm N., “A Practical Look at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n Evans, Malcom D. (ed.), Remedies in International Law: The Institutional Dilemma (1998), p.23.
192) Appellate Body report on US - Gasoline (WT/DS2/AB/R), supra note 38.
1. 자기완비적 체제와 일반국제법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