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완비적 체제와 일반국제법의 관계
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 이론(doctrine)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이라는 독일 국적 재판관의 주장197) 역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키일운하의 개방에 관한 한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른 하나의 국제체제가 수립되어 있는바 일반국제법상의 다른 규칙 또는 의무에 구애됨이 없이 오로지 베르사이유조약 제 380조상의 의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ICJ의 Teheran Hostages 사건198) 판결을 통해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개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미국은 일단의 이란 학생 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하여 미국의 외교 및 영사 직 원들과 일부 미국인들을 인질화한 것과 관련하여 1979년 11월 29일 외교관의 특권·면제 및 외교공관의 불가침권 침해를 이유로 이란을 ICJ에 제소하였다. 이란은 재판소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며 다 만 1979년 12월 9일, 1980년 3월 17일 두 차례의 서한 (communication)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란의 주장에 따르면 인질 사건은 25년 이상 지속된 이란 국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착취, 국제 규범과 인도적 규범에 반하여 자행된 이란 국민들에 대한 수많은 범죄들과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총체적인 문제들 중의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단면(a marginal and secondary aspect)”일 뿐이며 인질문제만 별도 로 판단해서는 아니 될 것이었다.199) 인질 사건은 미국이 제소의 기 초로 삼은 조약들의 해석 및 적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근 본적이고 복잡한 요소들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지난 25년 간 이어져 온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정치 관계에 대한 정확한 맥락적 고려가 없 이는 사건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200) 이에 미국은 설사 이란
196) 이 사건에서 PCIJ는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완벽한 표현을 사용하지는 아니하였 다. 다만 이탤릭으로 강조된 ‘국제체제’ 및 ‘자기완비적’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기 완비적 체제를 상정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197) supra note 193, p.47.
198) Teheran Hostages, supra note 16.
199) ICJ Reports of Judgments, Advisory Opinions and Orders on Teheran Hostages (1980), p.19, para.35.
국민들에 대한 외교 관원들의 불법으로 여겨지는 행위가 있었다 하 더라도 그에 대한 유일한 구제책은 해당 인물들을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선언하고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는 것뿐임이 관습국 제법상 명백히 확인된다고 하였다.
ICJ는 “외교관계법은 그 자체가 외교 또는 영사 사절단의 불법 행 위에 대한 방어 및 제재를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따 라서 이란 내 미국의 범죄 활동이 이란의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 다고 하였다.201) ICJ는 외교관계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제 수단으 로 기피인물 선언 및 외교 관계의 단절을 제시한 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외교관계법상의 규칙들(the rules of diplomatic law)은 요컨대 하나 의 자기완비적 체제(a self-contained regime)를 구성하고 있다. 그것 은 한편으로 외교사절단에 부여되어야 할 편의, 특권 및 면제에 관 한 접수국의 의무들을 규정하고 다른 한편 외교사절단의 구성원들이 그것들을 남용하는 것을 예상하여 그러한 남용에 대한 접수국의 대 처 수단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수단들은 본질적으로 완 전 효과적이다.202)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1961년 및 1963년의 외교 및 영사관계에 관한 두 개의 비엔나협약은 자기완비적 체제를 구성하며, 그 자체가 체제에 반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방어 및 수단으로 기피인물 선언 이나 외교관계 단절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관의 점령이나 관원의 억류와 같은 수단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기의 두 사건을 통해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것은 조약을 통해 성립되며, 그러한 체재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당해 체제를 수립한 조약의 틀 속에서 해결할 것을 상정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
200) Ibid.
201) Ibid., para.83.
202) Ibid., p.40, para.86.
러나 두 사건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완비성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 니다. Wimbledon 사건에서는 다른 규칙의 보충적 적용이 허용되지 않는 -베르사이유조약 제380조에 따른 독일의 키일운하 개방 의무 를 강조하는- 1차 규칙(primary rule)의 측면이 강조되었다면, Teheran Hostages 사건의 경우 외교관계법에서 상정하고 있는 구 제방안에 따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2차 규칙(secondary rule)의 측면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완비적 체제에 관한 논의 가 실질적으로 학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Teheran Hostages 사건 이후였으며, 논의의 전개 방향 역시 이 사건에서 강조되었던 2 차 규칙의 측면, 특히 특정 체제가 마련하고 있는 2차 규칙의 완결 성(completeness)에 대한 측면으로 이어졌다.203)
따라서 우리는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용어가 특별한 하부체계204)의 범주 즉, 완전하고 철저하며 최종적인(full, exhaustive and definitive) 2차 규범 세트를 명시하는 것이라 잠정 판단할 수 있다.
자기완비적체제의 주요 특성은 ILC에 의해 성문화된 불법행위에 대 한 일반적인 법적 결과의 적용, 특히 피해국에 의한 대항조치를 완 전히 배제하려는 의도에 있다.205)
203) Simma and Pulkowski, “Leges speciales and Self-Contained Regimes”, supra note 5, p.143.
204) ILC 특별보고자 W. Riphagen은 “‘국제법의 하부체계’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이었나? 이론적으로 답하면 체계(system)란 행위규칙, 절차규칙, 지위 규 정들의 정돈된 세트(an ordered set)로 특정 영역의 사실적 관계에 적용되는 법 적 폐쇄 회로(a closed legal circuit)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부체계 (subsystem)란 체계와 동일하지만 다른 하부체계와 상호 관련을 맺는 만큼 폐쇄 적이지는 않다. 하부체계의 완벽한 예시는 Teheran 사건의 ICJ 판결에서 확인된 다 (ILC Yearbook (1982), Vol.1, p.202, para.16.)”라고 하여 행위규칙, 절차규 칙, 지위 조항들을 갖추고 다른 하부체계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하부체계 (subsystem)라고 말한다.; 또한 Simma는 하부체계가 체제(regime)와 동일한 의 미를 갖는다고 본다(Simma, Bruno, “Self-Contained Regimes”, Netherlands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 (1985), Vol.16, p.115).
205) Simma and Pulkowski, “Leges speciales and Self-Contained Regimes”, supra note 5, pp.143-144; Simma, “Self-Contained Regimes”, Ibid.,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