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DSU 제19.1조에 따라 패널 또는 항소기구는 조치가 대상협정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경우 관련 회원국에게 ‘해당 조치를 WTO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도록’ 권고(recommend)해야 하는데 이 때 권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문제된다. 즉, 대상협정에 합치시 키도록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내용을 담아 권고를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패널이 배상 권고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Pauwelyn의 주장에 따 르면 패널은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라’는 권고 외에 ‘배상을 하라’는 별개의 권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315)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224; Babu, op cit., p.463.

316) Vidigal, supra note 8, pp.521-523.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라’는 권고의 본래적 의미(original reading)는 사실상 협정에 합치하지 않는 조치 전체를 제거하거나 조치를 WTO 규칙에 합치하도록 변화시켜 중지(cessation)시키는 것 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지의 권고에 더하여 분명한 배상의 권고가 덧붙여질 수 있다.317)

이 같은 Pauwelyn의 주장에 동조하는 Babu는 이에 덧붙여 DSU 제 19.1조의 문언, 문맥 어디에도 패널이나 항소기구가 배상 판정을 내 리는 것을 금하는 내용은 없다며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다’는 원칙이 국제법상 잘 확립되어 있는 이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318)

그러나 Vidigal은 DSU 제19.1조의 문언과 문맥이 WTO에서 허용 되는 권고는 오직 한 가지뿐임을 분명히 제시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권고와 제안의 형태는 DSU 제19.1조에 자세히 한정되어 있다. DSU 를 포함해 WTO 대상협정 어디에도 배상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WTO 회원국들이 WTO 협정에 서명하기 전부터 서명할 당시까지 무역 분쟁에 관련된 우세한 입장은 다자 제도 하에서 배상 명령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목적론적 근거를 제시하자면 WTO 사법기구는 전통적인 국제 재판소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319)

권고의 형태가 DSU 제19.1조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패널이 오직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라’는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배상에 대 한 권고는 할 수 없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세 가지 근거 중 두 가지는 반박 이 가능하다. 우선 DSU 및 WTO 협정 어디에도 배상에 관한 언급 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나 마찬가지로 배상을 ‘배제’하겠다는 규정

317)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p.224-225.

318) Babu, op cit., p.463.

319) Vidigal, supra note 8, pp.521-522.

또한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논의를 뒷받침 해온 중요한 근거였다.

WTO 사법기구가 전통적 의미의 국제재판소와 다른 기능을 수행한 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GATT 체제와 달 리 WTO 체제는 사법기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반박이 가능할 것이다. 설사 WTO의 패널이나 항소기구가 완전히 사법기구의 틀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한 정치 기구였던 GATT 체 제의 틀로 WTO 체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 것으 로 보인다.

아마도 Vidigal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그가 제시 한 두 번째 근거인 것으로 보인다. DSU 제19.1조가 DSU에 도입된 것은 사실상 위법한 반덤핑 관세에 대한 반환(reimbursement) 및 다른 ‘구체적인 구제조치’에 관한 패널의 권한(power)을 제한하려는 미국과 미국 반덤핑 단체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320) 그 런데 Petersmann은 DSU 제19.1조에 제시된 것처럼 ‘조치를 대상협 정에 합치시키라는’ 권고만 인정하는 것은 비실효적인 구제방안 (ineffective remedy)을 제공하는데 그치게 될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 며, 국가책임에 관한 일반국제법의 원칙이 WTO상의 규칙들과 함께 작동하여 패널로 하여금 반환을 통해 위법한 반덤핑 조치나 상계조 치를 WTO 협정에 합치시키도록 하는 구체적인 분쟁해결의 권고 를 하게 할 지는 WTO의 분쟁해결 관행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 라는 점을 지적하였다.321)

그렇다면 권고의 형태 또는 범위에 관련된 WTO판정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와 관련해 US – Certain Products 사건322)의 항소기 구 판정은 주목할 만하다.

320) Petersmann, The GATT/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op cit., p.140;

Grané, supra note 7, p.766.

321) Petersmann, Ibid., p.140.

322) United States – Import measures on Certain Products from the European Communities (US – Certain Products), complaint by the European Communities (WT/DS165).

우리는 “(미국의) 3월 3일의 조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패 널 판정과 미국으로 하여금 3월 3일의 조치를 WTO의 의무에 합치 시키도록 DSB에 요청하는 패널의 권고 사이에는 명백한 모순이 존 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패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조치를 WTO의 의무에 합치시키도록 권고한 점은 잘못된 것이 다.323)

이 같은 이유로 항소기구는 패널의 권고를 파기하고 최종적으로 아 무런 권고를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볼 때 ‘협정에 합치시키라’는 권고는 ‘중지’의 권고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입장은 Guatemala – Cement 판정의 결과에서도 정확히 확인된다. 패널은

“권고는 DSU 제19.1조에 규정된 것처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는 것 이라는 한 가지 형태에 국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324)

이 같은 판정이 계속되는 한 Pauwelyn이나 Babu가 이야기하는 다른 내용의 권고는 허용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 지 주목할 만한 것은 소급적 권고의 가능성이다. Vidigal은 권고의 형태는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라’는 것에 국한되지만 그러한 권고가 판정 시점에 이미 만료된 조치에 관한 것이라면 합치시키라 는 말 속에는 그로 인한 ‘이익의 무효화 또는 침해’를 제거하라는 의 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325) 소급적 권고의 필요성은 특히 만료된 조치된 조치의 경우 인정되는데, 그러한 조치가 단지 이미 만료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하여 소위 ‘움직 이는 타겟(moving target)’을 형성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 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Mavroidis의 견해와도 흡사하다. Mavoriodis는 ‘사 실상 권고는 소급적 구제의 문을 열 수 있다(In fact,

323) Appellate Body Report on US – Certain Products, adopted on 10 January 2000 (WT/DS165/AB/R), para.81.

324) WTO Panel report on Guatemala – Cement Ⅰ, supra note 12, para.8.2;

본 논문 제3장의 GATT/WTO 관련 판결 중 Guatemala – Cement 부분 참조.

325) Vidigal, supra note 8, pp.526-527.

recommendations can open the door to retroactive remedies.)’는 말로 운을 떼며 특히 ‘치고 빠지는’ 실행 즉, 위반조치 판정 시 이미 끝나버린 조치의 경우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도록 하는 권고 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러한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손해 배상 판정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26) 따라서 권고의 의미는 WTO 패널이나 항소기구가 위반 판정을 내리는 시점에 해 당 조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계속 중인 조치의 경우 그러한 조치를 수정할 것인지 완전히 중지 할 것인지는 유책국이 결정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패널의 권고는 그러한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한 다.327) 다만 끝나버린 조치에 대한 배상을 어떤 형태로 제시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한편 China – Raw Materials 사건328) 결과는 소급적 권고에 대 한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패널은 중국의 일련의 법적 조 치들이 매년 갱신되어 WTO 의무의 위반을 가져오는 것과 관련해 외견상 이미 만료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조치들(series of measures)을 WTO의 의무에 합치시키라고 권고하였으며 항소기구 는 그러한 패널의 결정을 지지하였다.

다만 배상에 대한 명시적인 판정이 없는 한 소급적 권고는 조치 에 대한 소급적 평가를 통해 위반의 중지 및 재발방지의 효과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 (compensation)의 의미까지 포괄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26) Maroidis, “Remedies in the WTO Legal System”, supra note 8, p.783;

Grané 역시 보고서 채택 시 이미 끝나버린 조치에 대해서는 보상만이 배상 또는 불법행위의 시정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Grané, supra note 7, p.770).

327) Maroidis, Ibid., p.784; 한편 Pauwelyn은 위반 판정 시점에 위반 조치가 여전 히 계속 중인지 여부에 따라 배상 권고 부가 여부를 달리 하게 되면 국가들이 배 상 권고를 피하기 위해 위반조치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 므로 위반조치의 계속 여부에 관계없이 배상 권고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결과 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328) China – Raw Materials, supra note 301.

(2) 제안(suggestion)

DSU 제19.1조의 2문은 패널 또는 항소기구가 자신의 권고에 추가 하여 관련 회원국이 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suggest)’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제안의 기능은 권 고의 이행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편 Pauwelyn은 패널이나 항소기구가 배상 권고를 할 수 없다면 그 대안으로 배상을 제안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DSU 제19.1조에 제시된 것처럼 ‘위반조치를 WTO 대상협정에 합치 시키라’는 권고를 한 후 그러한 권고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배상’을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329) 그는 Austrailia – Leather Ⅱ (Article 21.5 – US) 사건의 이행 점검 패널이 SCM 협정 제4.7조 의 ‘보조금 철폐’를 충족하기 위해 보조금 전체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정했던 것을 지적하며 WTO의 다른 위반조치들에 대해서도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330)

그러나 ‘취소 및 반환’에 대한 제안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루어진 바 있는 Guatemala – Cement 사건의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우선 Guatemala – Cement Ⅰ 사건의 패널은 권고 는 DSU 제19.1조에 규정된 것처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는 것’이라 는 한 가지 형태에 국한되며, 제안은 그러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패널에 의해 제안될 수 있지만 선택은 관련 회원국의 몫 이라면서 반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취소만을 제안 하였고,331) Guatemala – Cement Ⅱ 사건의 패널은 제안이 조치를 대상협정에 합치시키도록 하는 권고에 대한 회원국의 이행 방법에 관련된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멕시코의 요청이 해 당 분쟁에서 온전하게 분석되지 않았던 체계적 문제들(important

329)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225.

330) Ibid.

331) WTO Panel report on Guatemala – Cement Ⅰ, supra note 12, paras.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