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T 체제 하에서 분쟁해결에 관련된 조항은 오직 GATT 1947 제22조 내지 제23조 뿐이었다. GATT 제22조는 각 체약 당사자 간 의 협의 의무 및 그러한 협의를 통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도출하 지 못한 경우 체약당사자(들)과 체약 당사자단(CONTRACTING PARTIES) 사이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
the GATT-MTO World Trade and Legal System”, Journal of World Trade (1993), Vol.27, No.6에서 소급적 구제가 권고된 사례가 겨우 다섯 개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1994년의 United States – Anti-Dumping Duties on Imports of Stainless Steel Plate from Sweden, ADP/117 패널 보고서를 합하면 소급 적 구제 권고가 내려진 경우는 6개가 옳다고 보인다. (supra note 99 참조).
136) Panel Report on Norway - Trondheim Toll Ring, supra note 14, para.4.17.
137) Pauwelyn, “Enforcement and Countermeasures in the WTO”, supra note 11, p.339; Grané, supra note 7, p.766; Bronckers and Van den Broek, supra note 9, p.101; Brewster, supra note 7, p.102.
138) Mavroidis, “No Outsourcing of WTO Law?”, supra note 43, p.438.
적인 분쟁해결기제는 제23조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GATT 제23조는 분쟁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체약 당사자단에 회부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
그런데 GATT 체약당사자단은 독립성 및 중립성이 요구되는 법 원이나 재판소와 같은 사법기구가 아니었다. 마치 UN 안전보장 이 사회나 UN 총회와 같이 분쟁해결 기능을 갖춘 정치적 기구에 불과 했다. 따라서 GATT 분쟁해결 체제는 법적 토대가 미약했으며 완벽 한 국제기구로서 의도된 것도 아니었다.139) 게다가 보고서 채택을 위해서는 체약당사자단의 컨센서스가 요구되었기 때문에 패소국으 로부터도 수락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면 그러한 보고서는 채택될 수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패널이나 실무 작업반(working parties)은 체약 당사자단으로부터 최초 협상에 대한 재조정 명령을 받는 수단으로 여겨졌을 뿐 분쟁에 대한 책임을 판단하는 사법 기 구로 기능할 수 없었다.140)
게다가 패널 위원들은 대개 제네바에 있던 각국 대표들 중에서 회원국들의 동의하에 선정되었는데, 그들은 회원국들의 선호 및 이 익에 민감했다. 회원국들은 일반적으로 미래에 누가 위법 행위를 할 지 알 수 없고 어느 국가든 소급적 피해(retroactive damage)에 관 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불확실성(uncertainty)하에 놓여 있어서 ‘편지 풍파(rock the boat)’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었다.141) 게다가 패널 위원들이 반드시 전문 변호사일 필요는 없 었기 때문에 구제방안이라는 것이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노 력과 관련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하는 훈련을 받지도 않았던 것이
139) Jackson, John H., The Jurisprudence of GATT and the WTO,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p.373.
140) Jackson, John H., The World Trading System: Law and Policy of International Economic Relations, 2nd ed., MIT Press (1997), pp.113, 136;
Hudec, Robert E., Enforcing International Trade Law: The Evolution of the Modern GATT Legal System, Butterworth Legal Publishers (1993), p.7.
141) Mavroidis, “No Outsourcing of WTO Law?”, supra note 43, p.438, note 82.
다.142)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초기 GATT에서는 특히나 소급 구제 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1979년 동경 라운드에서 분쟁해결에 관한 양해가 성문화 되는 등 패널의 성격이 점차 사법기구화 하면서 상기와 같이 드물 지만 소급적 구제를 인정하는 보고서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훈련된 변호사를 갖춘 GATT 법률 사무소 의 설립과 소급적 구제 권고의 등장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통해서도 설명이 된다.143)
1995년 출범한 WTO 체제는 흔히 “외교관에 대한 법률가의 승리”
로 여겨진다.144) WTO 협정 및 부속서 1-3의 다자간무역협정들 모 두를 회원국이 준수하여야 할 규범으로 만들어 GATT 체제보다 체 계화되고 단일화된 법적 구조를 완성하였으며, 부속서 2의 분쟁해결 양해(DSU)를 통해 법적 통일성을 강화하고 국제 재판소 최초로 항 소기구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사법 기구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145)
142) Ibid.
143) Ibid.
144) Young, Michael K., “Dispute Resolution in the Uruguay Round:
Lawyers Triumph over Diplomats”, The International Lawyer (1995), Vol.29, No.2.
145) Jansen은 GATT/WTO 분쟁해결 체제가 협상 포럼(a negotiating forum)에서 좀 더 전형적인 사법 기제의 특징을 갖춘 기구로의 전환 과정을 거쳤으나 여전히 전형적인 외교 체계와 재판소 같은 사법 체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이브리드적 성 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Jansen, Bernhard, “GATT/WTO Dispute-Settlement Mechanisms: An Introduction”, in Evans, Malcolm D.
(ed.), Remedies in International Law: The Institutional Dilemma, Hart Publishing (1998), p.155); 그러나 Howse와 Esserman은 정치적 기구와 사법적 기구 사이에서의 WTO의 균형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되어 왔지만 현 체제는 정치 적 변화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사법적 기구의 탄생을 의미 한다고 본다. 특히 WTO 분쟁해결 체계 특히 항소기구의 특징 중에서 항소기구 재판관들의 명백하고 진실한 불편부당과 강제 관할권, 그리고 사법 판정의 최종성 (finality)이 가장 유의미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Howse, Robert and Esserman, Susan, “The Appellate Body, the WTO Dispute Settlement, and the Politics of Multilateralism”, in Sacerdoti, Giorgio, Yanovich, Alan, and Bohanes, Jan (eds.), The WTO at Ten: the Contribution of the Dispute Settlement System,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 p.62). 또한 Van den Bossche는 WTO 항소기구가 이제 이름만 재판소가 아니지 실질적으로는 세 계무역재판소(the World Trade Court)가 되었다고 한다(Bossche, Peter Van
그렇다면 분명한 정치적 기구였던 GATT 체제의 경우와 달리 법 의 지배(rule of law) 체제를 갖추어 (준)사법기구화 한 WTO 체제 내에서는 소급적 구제가 더욱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GATT 체제는 소급적 구제가 인정되지 않는 체제라는 GATT 의 관념이 WTO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법기구가 가진 특징이다. 체약 당사자단 에게 정치적 합의에 따라 ‘적절한 권고’를 내릴 수 있는 권능이 부여 되었던 GATT 체제와 달리 WTO 체제 내의 패널 및 항소기구는 더욱 엄격해진 DSU의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DSU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항 즉, 소급적 구제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 지 않는 상황에서 소급적 구제를 허용하는 판정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하물며 소급적 구제라는 것은 WTO 체제와의 영속성이 인정 되는 GATT 체제에서도 자유롭게 인정되지 않던 것이다. 이는 상기
Den, “From Afterthought to Centerpiece: The WTO Appellate Body and Its Rise to Prominence in the World Trading System”, in WTO at Ten, op cit., p.325); 반면 Jara는 WTO 분쟁해결기구는 분명 재판소가 아니라고 주장 한다. 패널이나 항소기구에게는 국가들에게 어떤 것을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령할 수 있는 권능이 없으며, 오직 특정 상황에 적용된 대상 협정상의 법을 해석하고 어떤 조치가 WTO 회원국에게 부여된 의무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Jara, Alejandro, “WTO Dispte Settlement: A Brief Reality Check”, in WTO at Ten, op cit., p.83); 그러나 설사 현 WTO를 명백 한 사법기구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WTO 회원국들이 흔히 힘에 기반한 WTO 협상이나 컨센서스에 기초한 WTO 규칙 제정 절차보다 (준)사법적 WTO 분 쟁해결 절차에 의존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WTO 체제가 사법 기구의 지위 에 더 근접하여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Petersmann (1997), op cit., p.109). 한편 Petersmann은 통상에 관계된 외교관들은 WTO를 국가 간의 협상을 위한 ‘회원국 주도의 체제(Member-driven framework)’라고 보고 WTO 재판관들은 WTO법을 국내법 체계와 마찬가지로 점점 더 정의 및 시민 권리의 효 과적인 보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국제적인 ‘법의 지배 체계(rule of law system)’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보편적 규칙들에 대한 강제관할권이 인정되는 국제 조직이며 그토록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관할권이 인정된 예가 없다는 점에서 WTO의 법의 지배 체계가 가지는 법적, 경 제적 중요성은 사회 복지 증진 및 인류 발달의 측면을 넘어선다고 한다.
(Petersmann, Ernst-Ulrich, “From ‘Member-Driven Governance’ to Constitutionally Limited ‘Multi-Level Trade Governance’ in the WTO”, in WTO at Ten, op cit., p.92).
한 배상 인정 판정들이 단지 예외적 판정에 불과할 뿐 WTO 체제 내에서 소급적 구제가 인정된다는 일반화의 사례가 되지 아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3장 소급적 구제의 필요성 및 당위성
앞 장에서 확인한 것처럼 GATT/WTO 체제 내에서 ARSIWA 제 31조의 배상 원칙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답은 회의적인 것으로 보인 다. 그렇다면 WTO 체제 내에서 굳이 배상 원칙이 인정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책임에 관한 이론이 정립되기 이전부터 위법 행위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인정되어 왔음은 전술한 바 있다. Vidigal에 따르면 앞서 지적한 WTO 체제의 사법기구화 역시 소급적 구제가 인정되어야 할 이유가 된다.
WTO법과 같이 고도로 사법화된 체계에서 원칙적 진술로서라도 배 상이 부재한 것은 흔치 않은 현상이다. 식별 가능한 사적 이익 (private interests)과 확실히 화폐화가 가능한 문제들이 WTO 분쟁 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WTO에 의해 보 호되는 법적 이익이 다른 조약들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들과 다른 성 격을 지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이는 대체로 GATT 관행상 배상에 대한 권고의 부재에 관한 설명이며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할 뿐이다.146)
이 외에 본 논문에서 추가로 지적하려는 점은 우선 GATT 체제에 서 WTO 체제로 넘어오면서 체제상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일종의 선진국 클럽으로 출발했던 GATT 체제와 달리 WTO 체제에서는 개도국의 참여가 증가하였으며 구제조치의 대상 과 목적이 변화하였다. 이 같은 변화들은 배상원칙의 도입 필요성을 가중시킨다. 또한 실효적 구제의 측면에서도 배상원칙 즉 소급적 구 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는 WTO의 구제방안이 지닌 구조적 문 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편 자기완비적 체제와 일반국제법의 관계로
146) Vidigal, supra note 8, p.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