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C에서 이루어진 자기완비적 체제 논의는 이렇다 할 분명한 개 념정립 없이 국가책임의 맥락에서 전개되었고 국제법의 파편화에 관한 ILC 스터디 그룹의 2006년 보고서217)에서 그 개념이 정리되기 에 이르렀다.
특별보고자들에 의해 좁은 의미로 혹은 넓은 의미로 지속적으로 사 용되어 왔던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개념은 ARSIWA 제55조에 관한 ILC의 주석에 모두 반영되었다. 자기완비적 체제는 (a) 특별 1차 규 칙들의 위반 결과를 결정하는 특별한 2차 규칙들의 세트, (b) 제한된 문제에 대한 규칙들과 그러한 규칙들의 생성, 해석, 적용, 수정, 종료 -한 마디로 집행-를 위한 규칙들의 모든 관련된 집합(any interrelated cluster)(세트, 체제, 하부체계)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학 문적 논평과 실행들은 자기완비적 체제의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추정 되는 세 번째 개념, 자기 자신의 원칙에 따라 규율될 것이 요구되는 -“국제법의 분파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한다.218)
그렇다면 자기완비적 체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는가? 국가 들이 계약을 통해 특별한 체제를 수립하여 국제법의 규율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항을 규정하는 것 즉, 자기완비적 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그것이 강행규범(jus cogens)의 규율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분명 허용된다.219) ILC 스터디 그룹에 따르면 상기한 자기완비적 체제의
216) ILC Commentary to art.55, para.5.
217) ILC, Study Group Report, supra note 17.
218) Ibid., p.81.
세 가지 형태 중 첫 번째 즉, 1차 규칙의 위반 결과에 관계되는 특 별한 국가책임 체제의 수립은 대개 조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조약 에는 그러한 책임 체제가 적용되는 1차 규칙들 및 그 (특별한) 책임 의 성격, 내용, 형태, 그리고 책임을 적용하기 위한 제도들 (institutions)이 구체적으로 적시된다.220) Wimbledon 사건 판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두 번째 정의 즉, 1차 및 2차 규칙들의 상 호 연관된 세트라는 형태의 자기완비적 체제 역시 조약(들)에 의해 성립되며, 그 대표적인 예로는 WTO 체제와 인권협약 체제가 거론 된다.221)
그러나 학문적 논평이나 실행에서 주장되는 가장 넓은 범위의 특 별 체제는 체제 생성(regime-creation)을 위한 의식적인 활동보다는 전문화(specialization)에 대한 실질적 필요와 법적 문화(legal culture)의 변화를 통해 변호사나 외교관, 압력단체들의 비공식적 활 동으로부터 생겨난다.222) 가령 ‘국제형사법(international criminal law)’, ‘인도법(humanitarian law)’, ‘통상법(trade law)’, ‘환경법 (environmental law)’ 등의 분파들이 그 예로 전문적인 실행 기구에 의해 특별한 ‘원칙들’을 적용한다는 특징을 가지며 국제사회의 기능 적 분화를 반영한다.223)
이러한 자기완비적 체제와 국가책임에 관한 일반법(the general law on state responsibility)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그러한 체제를 설 립한 문서(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나, 그 어떤 자기 완비적 체제도 ‘법적 폐쇄 회로(closed legal circuit)’는 아니라는 것 이 국제법의 파편화에 관한 ILC 스터디 그룹의 입장이다.224) 즉 어
219) Ibid., p.83, para.154; “국가들은 그들의 조약 관계를 통해 하나 또는 그 이상, 혹은 이론상 (강행규범상의 규칙들을 제외한) 모든 국제법의 규칙들로부터 ‘계약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37.
220) ILC, Study Group Report, Ibid., p.84.
221) Ibid.
222) Ibid.
223) Ibid., pp.84-85.
224) Ibid., p.82.
떤 경우에도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것이 일반국제법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특별한 체계(system)나 체제(regime)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아니한다는 것이다.225) 이 같은 입장은 Teheran Hostages 사건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ICJ는 외교관이 폭행이나 다 른 범법을 행하여 붙잡힌 경우(caught in the act of committing an assault or other offence) 특정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 으로 단시간(briefly) 체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여226) 외교관의 신체 불가침 원칙에 대한 예외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ILC 스터디 그룹에 따르면 오늘날 존재하는 그 어떤 조약 체제도 일반국제법의 적용이 일반적으로 배제된다는 의미의 자기완비적 체 제는 아니며, 특별 체제의 운용에 있어 일반국제법이 지속적으로 사 용되고 있다고 한다.227) 그 어떤 규칙, 조약, 관습이라 하더라도 그 것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얼마나 특별한지 또는 그에 관계된 국가 의 수가 얼마나 제한적인지에 관계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존 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228)
(2) 일반국제법과의 관계
자기완비적 체제가 일반국제법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 라면 구체적으로 일반국제법이 자기완비적 체제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에 관한 논의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서 과연 일반국제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225) ILC는 이 같은 관점에서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개념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어떤 체제나 국가책임 원칙, 국제법의 분파 혹은 국제법의 문제에 관한 규 칙의 세트들이 일반법에 의해 얼마나 보충되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 나지만 일반법이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관점을 지지하는 견해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배제는 개념적으로 조차 가능성이 없으며, 그러한 점에서 ‘자기완비적 체제’라는 용어는 ‘특별한 체제(special regime)’라는 용어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 ILC의 입장이다 (ILC, Study Group Report, Ibid.).
226) ICJ Reports on Teheran Hostages, supra note 199, p.40.
227) ILC, Study Group Report, supra note 17, p.91.
228) Ibid., p.64, para.120.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일반이란 특별하지 아니하고 평범하다는 의미 또는 전체에 두루 해당한다는 의미의 ‘보편(universal)’과 유사 한 의미로 사용된다.229) 그렇다면 일반국제법이라는 것은 첫째로 특 별한 국제법에 상대되는 의미이거나 둘째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국제법이라는 의미일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법은 무엇인가? 범세계적 관할권을 가지는 입법기 관이나 사법기관이 부재한 연유로 국제법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원(source of law) 개념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법의 생성 및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여 겨진다.230) 국제법의 법원은 일반적으로 ICJ 규정 제38조 1항을 기 준으로 설명한다.231) 그렇다면 일반국제법이라는 것은 ICJ 규정 제 38조 1항에 규정된 법원들 중 국제법의 모든 주체에게 적용 가능한 법원 혹은 국제법에서 다루고 있는 제 주제에 적용 가능한 법원이 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예상할 수 있겠다.
국제법의 법원들 중 모든 국제법 주체에게 적용되는 즉, 모든 국 가를 회원국(membership)으로 하는 법원은 무엇이 있는가? 생각건 대 관습국제법과 법의 일반원칙 정도가 해당될 것이다. 특히 관습국 제법 중 일정 지역 내의 제한된 국가들 사이에만 적용되는 지역관 습국제법은 모든 국가를 수범자로 하는 법원의 예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관습법을 비롯한 나머지 법원들 즉, 조약이나 사법판결, 국제법 학자의 학설 등은 특별한 관계에만
229)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 (2015.1.25. 최종방문).
230) 정인섭, op cit., p.30.
231) ICJ 규정 제38조 1항
재판소는 재판소에 회부된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임무로 하며, 다음을 적용한다.
가. 분쟁국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된 규칙을 확립하고 있는 일반적인 또는 특별 한 국제협약
나. 법으로 수락된 일반관행의 증거로서의 국제관습 다. 문명국에 의하여 인정된 법의 일반원칙
라. 법칙결정의 보조수단으로서의 사법판결 및 제국의 가장 우수한 국제법 학자 의 학설. 다만 제59조의 규정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한다.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다. 국제법을 국제법상의 모든 하부체계들에 일반적으로 적용된다는 의미의 ‘일반국제법(general international law)’과 특별한 관계에만 적용되는 ‘특별국제법(particular international law)’ 원칙들로 구분하는 Pauwelyn의 견해는 이 같은 분류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32) 다만 그는 일반국 제법의 예에 강행규범을 포함시키고 특별국제법의 예에는 일방적 선언과 국제기구의 행위 등을 포함시키고 있어233) 단순히 국제법의 법원만을 구분 기준으로 하지는 아니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해당 국 제법의 적용 여부가 국가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구분 방식은 강행규범이나 국가의 일 방적 선언, 국제기구의 행위 등 국제법의 법원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들까지 포섭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습국제법과 법의 일반원칙이 모든 국가들에 대해 자동 적으로 구속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제 주제에 대해 적용 가능하다 는 것을 의미하지는 아니한다. 가령 무력사용금지원칙이나 해양법상 의 무해통항권, 국제인권법상의 고문금지원칙이 모든 국가들을 구속 하는 관습국제법이긴 하지만 WTO 체제의 핵심인 통상이라는 주제 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법의 법원을 기준으로 한 이 같은 구분 방법 대신 제 주제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 는 구분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Dupuy의 형식적 통합(formal unity) 및 실질적 통합(substantial unity)에 대한 견해는 주목할 만하다.234) 그에 따르면 형식적 통합이 란 기본적으로 H.L.A. Hart가 제시하는 2차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 다고 한다.
232)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p.147-157.
233) Pauwelyn, Ibid.
234) Dupuy, Pierre-Marie, “The Danger of Fragmentation or Unification of the International Legal System and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New York University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 (1999), Vol.31, No.4, p.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