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WTO 규칙에 의해 명시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WTO 내에서 적용된다는 것이다.264) 또한 DSU 제7.1조 및 DSU 제 11조에 의해 DSB가 동 협정에 규정된 권고나 판정을 내리는 데 도 움이 되는 조사결과(such findings) 또는 그 밖의 조사결과(such other findings)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패널에 부과되는데, 그러한 의무 이행을 위해서 패널은 WTO 대상협정을 벗어난 국제법상의 규칙들에 의존 및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DSU 제11 조에서 부과하고 있는 ‘객관적인 평가(objective assessment) 의무’
를 다하기 위해서도 WTO 대상협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법들이 적 용되어야 한다.265) DSU 제3.2조의 ‘조약해석에 관한 국제공법상의 관례적인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 역시 ‘당사국들 관계에 적용 가 능한 국제법상의 모든 관련 규칙들을 고려하여 WTO 규칙들을 해 석해야 할 의무를 패널에 부과하고 있다. 결국 DSU 제7.1조 내지 제7.2조의 명시적인 언급과 DSU 제3.2조, 제7.1조 및 제11조의 암시 적인 내용들을 통해 적용법의 범위가 WTO 대상협정에 국한된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연역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266)
(非) WTO법에 해당하는 국제법을 편입(incorporation)하는 표면적 인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 이 조항들은 WTO 분쟁해결 체계를 일반적인 국제법 관할권을 지닌 재판소로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며 그들의 입장을 부정한다.269) 그는 일반적 관할권이 인정 되는 경우에만 WTO 법체계 밖의 법들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WTO의 관할권이 인정되는 범위가 WTO 대상협정 하의 분쟁에 국한되므로 적용법의 범주도 WTO 대 상협정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WTO 사법기구의 권한이 제한적이라 는 점을 지적한 Marceau 역시 “모든 사건에서 패널과 항소기구의 관할권은 오직 DSU에 정의된 것 뿐”이라는 언급을 통해 적용법과 관할권을 동일하게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270)
반면 비(非) WTO법이라도 WTO 체계상의 적용법이 될 수 있다 고 보는 Bartels나 Palmeter와 Mavroidis, Pauwelyn은 적용법 문제 를 관할권 문제와 별개로 논하고 있다.
대상협정의 분쟁해결 규정 하에서 (DSU 제1.1조에 따라) 분쟁해결 기제가 적용되는 분쟁에 대한 제한은 패널과 항소기구의 관할권 (jurisdiction)에 대한 제한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할권의 제한은 패널 이나 항소기구 앞에 유효한 적용법(applicable law)과는 아무런 관계 가 없다.271)
이 같은 견해는 Van Damme의 글에서도 확인된다. 그녀는 “물론 WTO 대상협정 하에서 발생한 문제만이 패널과 항소기구 앞에 제 기될 수 있을 것”이지만 “일단 패널과 항소기구의 관할권이 적절하 게 성립되고 나면 패널과 항소기구가 어떠한 법을 적용하게 될 지 는 분명함이 떨어진다.”라고 한다.272) 이어 “제한적인 관할권이 조약
269) Ibid., p.342, note 41.
270) Marceau, supra note 259, p.1102.
271) Bartels, supra note 262, p.503.
272) Van Damme, op cit., p.13.
의 해석 및 적용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 니다.”라는 ILC 파편화 보고서의 문구를 인용하여 관할권과 적용법 이 구분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273)
그렇다면 관할권(jurisdiction)과 적용법(applicable law)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국제법에서 관할권(jurisdiction)이란 매우 다의적으로 사용된다.274) 국가가 사람이나 물건 또는 어떤 상황을 지배할 수 있 는 권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 국가 영역 자체를 의미하는 것 으로도 사용되고, 사법기관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의미 하기도 한다.275) 우리의 논의 대상이 되는 관할권의 의미는 세 번째 의미 즉, 사법기관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의미하는 것 이다. 조약기구(treaty bodies)나 분쟁해결 기구(dispute settlement organs)는 그 설립 문서에 의해 관할권(jurisdiction)의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국제재판소의 관할권은 특정 형태의 분쟁이나 특 정 조약 하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국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적용법이라는 것은 관할권의 범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 나는 것인가? 생각건대 특정 조약에 의해 관할권이 제한된다고 해 서 그러한 조약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계되는 적용법(applicable law) 의 범위까지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276) 특히 WTO 분쟁해결 기구 DSB의 경우 그 관할권은 WTO 대상협정 하에서 발생한 분쟁 에 한정된다는 것이 DSU에 명시되어 있지만 적용법의 범위를 명시 하고 있는 조항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277) 이와 관련해
273) Ibid.
274) 정인섭, op cit., p.194.
275) Ibid.
276)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460; Henckels 역시 WTO의 제 한적인 관할권이 WTO 협정 해석 시 사용할 수 있는 법원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 니라는 입장이다(Henckels, Caroline, “Overcoming Jurisdictional Isolationism at the WTO-FTA Nexus: A Potential Approach for the WTO”, The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2008), Vol.19, No.3, p.580).
277) ILC, Study Group Report, supra note 17, pp.28-29, para.45; 반면 국제사 법재판소(ICJ) 규정 제38조는 ICJ가 판정을 내림에 있어 적용해야 하는 법원을 명 시하고 있으며, UN해양법협약(UNCLOS) 또한 제288조 1항 및 제293조 1항을 통
Pauwelyn은 비록 재판소별로 다루는 소의 대상이 다르다고 하더라 도 그러한 소송물을 판단하는데 적용되는 적용법은 동일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278) 그에 따르면 이러한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양 법 재판소에서는 UN 해양법협약만이 적용되며, WTO에서는 WTO 의 대상 협정만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제법의 파편화를 조장하고 약속은 준수하여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원칙을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279) 그는 국제법 질서를 하나의 법체계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국제법의 하부체계를 구성하 는 국제법의 분파들이 일반국제법이라는 큰 틀 하에서 상호작용하 며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 Lockerbie 사건280)에서 ICJ의 관할권은 리비아의 청구에 따 라 몬트리올 협약(Montreal Convention)을 평가하는 것에 국한되었 으나, ICJ는 적용법의 일부로써 영국과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방어 하기 위해 제시한 UN 안보리 결의 748을 분석한 바 있다. 또한 WHO와 이집트 사이의 1951년 3월 25일 협약에 대한 해석과 관련 해서도 ICJ는 유사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국제법상의 규칙은 그것이 관습이던 조약이던 관계없이 단독으로(in a vacuum)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이 속해 있는 좀 더 폭넓 은 틀을 가진 법 규칙들(legal rules)의 맥락 및 사실과 관계하며 작 동한다. 따라서 일방의 요청에 따라 가정적 방식으로 제기된 문제가 적절하고 효과적인 답을 얻으려면 재판소는 우선 제기된 문제의 의 미와 온전한 함의를 고려의 대상이 된 사실과 법의 실제적 틀(the actual framework of fact and law)에 비추어 분명히 해야 한다. 그
해 관할권과 적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78)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461.
279) Ibid.
280) ICJ Reports of Judgments, Advisory Opinions and Orders on Case Concerning Questions of Interpretation and Application of the 1971 Montreal Convention Arising from the Aerial Incident at Lockerbie (Libyan Arab Jamahiriya v. US and UK), Order of 14 April 1992, p.15, para.42.
렇지 않으면 제기된 문제에 대한 답변은 불완전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비효과적이며 심지어 실제로 고려의 대상이 된 문제를 지배하 고 있는 적절한 법규칙들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할 것이다.281)
이러한 시각은 Kronprins Gustaf Adolf 중재 판정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중재재판 관할이 두 개 조약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으므로 중재재판관은 조약을 벗어나는 국제법의 다른 규칙들에 기초하여 판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항변과 관련하여 중재 판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영되었다.
결정은 물론 조약에 따라 내려질 것이고 중재재판관은 국제법 영역 내의 다른 규칙들을 살펴봐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다. 반면 조약 들 자체가 양 조약 당사국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국제법의 일부분이 라는 것은 분명하며, 문제가 된 조약들이 체결되었을 때 양 당사국 들은 그 조약들이 그들 사이에 인정된 국제법의 분위기 혹은 정신 하에서 그들 사이에 실행되어야 할 특별한 조항들로써 합의된 것이 라 여겼음을 추정할 수 있다.282)
한편 Pauwelyn은 조약에 따른 분쟁은 그 조약이 체결되었던 당시 의 국제법의 맥락 뿐 아니라 국제법의 발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83) 가령 Gabcikovo-Nagymaros Project 사건에서는 1977년에 체결된 양자 투자조약에 관련된 분쟁 이 문제가 되었고, 별개의견에서 조약 체결 이후 발전되어온 새로운 국제환경 규범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된 바 있다.284)
281) ICJ Reports of Judgments, Advisory Opinions and Orders on Interpretation of the Agreement of 25 March 1951 Between the WHO and Egypt, Advisory Opinion of 20 December 1980, p.76, para.10.
282) Arbitration of a Difference Concerning the Swedish Motor Ships Kronprins Gustaf Adolf and Pacific, 18 July 1932, Americ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1932), Vol.26, Issue 4, pp.839-840.
283) Pauwelyn, Conflict of Norms, op cit., pp.462-463.
284) Case Concerning the Gabcikovo-Nagymaros Project (Hungary v.
Slovakia), ICJ Reports 1997, para.140, “환경에 관련된 문제는 살아 있는(live)
이 같은 입장은 ILC의 파편화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WTO 기구들의 권한(competence)이 대상 협정 하의 청구를 고려하 는 것에 국한(될 뿐 가령 환경협약이나 인권협약 하의 청구는 제한)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WTO 기구들이 관련되는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밝힐 때에는 그러한 권리와 의무들을 반드시 (관련 환경 협 약들과 인권협약들을 포함한) 일반국제법이라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285)
이러한 ILC 스터디 그룹의 입장은 관할권(jurisdiction)과 적용법 (applicable)을 구분하는 견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관할권과 적 용법은 별개의 것으로 관할권이 제한된다고 해서 적용법까지 제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WTO 대상협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국제법 규칙들도 WTO 체제 내에서 적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 다고 생각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WTO 대상협정에 명시적으로 규 정된 사항에 관한 한 대상협정상의 내용만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 러한 규정의 존재는 국제법 원칙으로부터의 일탈을 규정한 것이며, WTO 체제라는 특별한 조약 체제를 수립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다른 국제법상의 원칙이 적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 고 한 것은 WTO 대상협정상의 일탈 규범이 반드시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WTO 체제에서 수립하고 있는 일탈규범에 공백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공백으로 인해 손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면 일반국제법상의 원칙을 적용법으로 삼아 체제 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286) 그러나 체제의 공백 혹
그리고 지속되는(continuing) 문제로...1950년 조약 하에서 시작된 작업이 2000년 에도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1950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적용 가능한 관련 환경 기준은 2000년 기준이 될 것이다.”
285) ILC, Study Group Report, supra note 17, pp.90-91, para.170.
286) 이렇게 보자면 WTO 체제의 적용법에 관한 Trachtman과 다른 학자들의 논쟁 은 어쩌면 WTO 체제의 완결성 즉, WTO 체제상의 흠결 존재 가능성 및 보완 필 요성 또는 가능성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