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중반 Camagni(1993), Batten(1995), Capello(2000) 등의 학자들은 도시 간 관계에 대한 논의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도시 간 관계에 대한 연구는 중 심지이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적 개념으로서 ‘네트워크’를 제시한다15). 1990년대 도시체계연구들은 경제적 세계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1970년대 이후 경제행 위의 공간조직 변화가 도시 간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기존의 중 심지이론이 전제한 규모의존성, 지배-종속의 경향, 일방향의 흐름이 규모중립성, 유연적 이고 상호보완적 경향, 양방향의 흐름, 유사규모 도시들 간 수평적 연계로 대체되고 있 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특성을 ‘네트워크’ 관점으로 포착할 수 있다고 보았다16) (Camagni, 1993; Batten, 1995; Capello, 2000; Meijers, 2007; Neal, 2011a). 보다 중요한 점은 도시 간 관계를 ‘네트워크’로 규정함으로써 관계의 다방향성과 규모중립성 뿐만 아니라 도시 간 관계의 지리적 확장, 관계의 공간적 불연속성(discontinuity)을 설 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심지이론은 분명 도시 간 관계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관계를 시장영역(market area)이라는 영역적 차원으로만 설정한다. 따라서 중심지이론은 도시 와 도시 간의 관계를 시장영역이라는 면적 차원으로만 국한하기 때문에 관계범위의 지 리적 연속성을 전제로 하며, 연속된 시장영역을 넘어서는 도시 간 관계를 고려할 수 없 다. 도시 간 관계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네트워크의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영역적 차원에서의 도시 간 관계를 넘어 위상적 차원에서 도시 간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 적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도시 간 관계를 재조명하려는 연구들은 앞서 80년대의 흐름을 이어받
15) 중심지이론의 현실설명력에 대한 비판은 과거에도 있어왔지만(Pred, 1977) 논의의 중심주제 로 부각되지 못했던 것은 계층적 도시 관계 개념을 극복하는 대안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심지이론과 맞지 않는 도시체계가 더 이상 예외적이거나 일종의 잡음 (nuisance)으로 간주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6) Fujita and Thisse(2002)는 신경제지리의 미시경제적 모형화를 통해 중심지이론이 전제 하는 엄격한 가정으로서 동질적 재화와 공간 내에서의 완전경쟁을 제품차별화와 불완전경쟁, 이질 적 재화에 대한 특화가능성을 통해 완화할 경우 도시 간 다양한 방향으로 무역패턴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아 발전해왔으며 지리적 스케일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도시지리학의 전통적인 연구주제로서 혹은 경제지리나 지역학의 논의주제로서 신지역주의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면서 단일 도시 혹은 도시지역의 내부구조에 대한 문제에서 도시체 계에 대한 문제로 그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면서 나타난 흐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초기 문제의식은 세계화에 따른 ‘신국제분업의 공간조직’을 탐구하려는 시도로서 세계도시나 글로벌시티 개념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특히 종속이론과 이를 계승 발전시킨 세계체 계분석의 틀 속에서 신국제분업의 공간조직을 단순히 국가가 아니라 도시를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초기의 서로 다른 질문방식으로 인 해 이 둘을 하나의 틀 속에서 다루고 이해하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 하지 만 도시를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일종의 프로세스(process)로 보려는 동일한 목표와 지 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석을 위한 개념적 도구로서 ‘네트워크’를 제시하고 유 사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흐름을 서로 교차하여 바라볼 때 도시 간 관계 를 보다 일반화된 수준에서 어떻게 개념화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국가 내의 지역수준이나 단일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접 도시들 간에 형성되는 도시 간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관점으로서 네트워크 도시(network city), 다 핵도시네트워크(polycentric urban networks), 다핵도시지역(polycentric urban region)17)과 같은 개념을 통해 도시체계를 설명하려는 연구들이다(Batten, 1995;
Capello, 2000; Camagni, 1993; Kloosterman and Musterd, 2001; Parr, 2004;
Burger, 2011). 이는 앞서 제시한 Camagni(1993)가 계층적인 도시체계에서 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간조직논리를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Batten(1995)의 네트워크 도시에 대한 시론적 연구와 Capello(2000)의 도시 네트워크 패러다임에 대한 이론적 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시-지역의 분석에 적용되었다(Hall and Pain, 2006;
Taylor et al., 2008; Taylor et al., 2009a; Dessemontet et al., 2010; Suárez and Delgado, 2009; Yue et al., 2010; Vasanen, 2012). 도시 네트워크가 도시 간 관계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개념이라면 네트워크 도시는 여기에 일정한 공간적 영역을 부여한 도시 네트워크의 특수한 형태이다(손정렬, 2011: 183). Batten(1995)에 따르면 지역 수
17) 세계도시지역(global city-region), 메가지역(mega region), 메가시티지역(mega-city region)과 같은 개념들 또한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으나(Hall and Pain, 2006: 12; 손 정렬, 2011: 185), 강조하는 부분에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세계도시지역의 경우 메가 시티지역에 비해 경제-기능적 연계를 보다 강조하는 반면, 메가시티지역은 급속한 도시성장 에 따른 인구학적 의미를 보다 강조하고 있으며, 메가지역의 경우 미국식의 도시계획 관점 에서 등장한 용어이다(Hoyler et al., 2008: 1062).
준에서 네트워크 도시의 기본적 공간구조는 다핵구조(polycentric structure)를 기반으 로 한다. 즉 네트워크 도시는 다핵도시지역을 구성하는 일련의 도시들 간 기능적 연계 를 의미하며, 지역 수준에서 다중심성(polycentricity)은 단순히 여러 중심지가 존재하 는 형태적 다중심성(morphological polycentricity)을 넘어서 기능적 다중심성 (functional polycentricity)을 필요로 한다(Van Oort et al., 2010; De Goei et al., 2010; Vasanen, 2012; Münster, 2011). 이후 Batten의 시론적 연구는 다중심성의 정 의와 의미(Green, 2007; Veneri et al., 2012; Meijers, 2007; Burger et al., 2014), 다중심성의 측정방법(Van Oort et al., 2010; Taylor et al., 2008; Burger et al., 2013a), 다중심성과 도시의 성장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Meijers and Burger, 2010)로 확장되었다.
또 다른 연구흐름은 글로벌 스케일에서 도시 간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들로서 주로 GaWC 연구그룹에서 수행하는 연구들이다. 1960년대 도시체계연구가 대체로 국가와 그 하위스케일을 강조한 점을 고려할 때 앞서 설명한 네트워크 도시와 다핵도시지역에 대 한 연구흐름이 기존의 도시지리학 내 도시체계연구의 공간범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면, 글로벌 스케일에서 도시 간 관계에 대한 분석은 세계화 연구의 연장선에서 1960년 대 도시체계연구가 지닌 국가스케일의 한계를 비판하는데서 출발한다. Taylor(2004)는 세계화와 신국제분업, 다국적기업의 출현 등의 맥락에서 기존의 국가도시체계가 과연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는지를 묻는다. 국가수준의 도시체계연구는 Brenner(1999)가 언 급한 방법론적 영역주의(methodological territorialism)에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다. 특 히 Friedmann(1986)과 Sassen(2001)으로 대표되는 세계도시와 글로벌시티 개념의 등 장은 도시 간 관계와 도시화과정을 국가스케일을 넘어서 글로벌 스케일에서 분석하여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Taylor(2001, 2004)는 Friedmann(1986; Friedmann and Wolff, 1982)의 연구에서 제시하는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도시 간 관계가 매우 계 층적으로 묘사되어있음을 비판한다. Sassen(1991) 또한 초기 논의에서 글로벌시티를 고차생산자서비스의 시장이자 생산지로 정의하면서 도시 간 계층적 구조를 전제한 채 계층 내에서 최상위 도시로서 뉴욕, 런던, 도쿄를 비교분석한다. Taylor(2004;
Beaverstock et al., 2002)는 글로벌 스케일에서 도시 간 관계를 계층적으로 보는 것이 중심지이론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중심지이론의 규모의존성 과 동일하게 도시가 지닌 속성(attribute)을 중심으로 도시 간 관계를 파악할 경우 계층 적 도시관계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도시 간의 실질적인 ‘관계’와 네트워크 흐름 속에서 도시의 위치(posi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Sheppard, 2002; Liu
and Derudder, 2013). 그는 이를 위해 Castells(2000)의 장소의 공간과 흐름의 공간 개념을 사용하여, Sassen이 주장한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의 글로벌 오피스 분포를 통 해 도시 간 형성되는 실질적인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경험적인 분석으로 확장하였다.
그의 이론적 논의는 다양한 경험적 연구들로 연결되어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공간적 배 열을 파악하는 연구(Taylor et al., 2007; Mahutga et al., 2010; Taylor et al., 2012a; Taylor et al., 2013a; Taylor and Csomós, 2012)와 도시 간 관계를 보다 세 분화하여 두 도시 간(city-dyad), 세 도시 간(city-triad)의 관계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연구(Taylor et al., 2013b; Taylor et al., 2013c; Lai, 2012; Taylor et al., 2014), 네트워크 내에서 도시 연결성(connectivity)의 측정방법에 관한 연구(Taylor et al., 2002; Alderson and Beckfield, 2004; Boyd et al., 2013; Hennemann and Derudder, 2014; Liu and Derudder, 2013; Neal, 2011b; Neal, 2012; Neal, 2013a; Neal, 2013b; Rozenblat, 2010; Lee, 2009), 시간에 따른 네트워크의 배열과 중심성의 변화양상을 파악하는 연구(Wall, 2009; Pereira and Derudder, 2010a;
Pereira and Derudder, 2010b; Alderson et al., 2010; Derudder et al., 2010a;
Taylor and Aranya, 2010; Liu et al., 2014a; Liu et al., 2014b; Taylor et al., 2014) 등으로 확장하였다.
종합하면 1990년대 이후 도시 간 관계에 대한 연구는 각각 지역스케일과 글로벌 스 케일을 중심으로 중심지이론에 대한 대안이자 보완으로서 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하여 도 시 간 관계의 비계층적 성격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한 가지 더 보충해야 할 점은 90 년대 이후 도시 간 관계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도시체계의 형성방식 변화나 스케일의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시기의 도시 간 관계는 네트워크 개념과 결합하여 새로운 도시성장모형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지역스케일에서의 네트워크 도시나 다핵도시지역에 대한 연구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세계도시 네트워 크 논의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