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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분석틀: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위치성과 진화

기존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결과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도시 네트워크는 행위자의 실천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이론틀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초국적 기업의 관점에서 세계도시 네트워크는 이들의 입지결정과 그 과정에서 기업 내, 기업과 지역 간 다양한 협상의 결과물이다. 셋째, 초국적기업에 의한 도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은 흐름이 아닌 명령과 통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결국 다양한 초국적기업들이 전 개하는 조직망의 네트워크 내에서 도시가 지닌 위치의 문제이며, 이를 통해 협상력을 획득하는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분석틀 혹은 관점으로서 네트워크를 도입하는 것은 분석을 통해서 나타나는 도시 간 관계망의 특성과 배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과정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즉 도시 네트워크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들의 공간선택과 도시와의 상호작용, 또한 그 내부에 속한 여러 힘들의 경합과 그 관계를 네트워크라는 위상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자 하는 것이다. 이는 3가지 차원을 포함한다.

첫째, 도시의 속성(attributes)이다. ANT의 관계적 사고에서는 특정한 결절의 고유한 차원은 없으며, 행위자 간의 관계를 단지 기술(description)할 뿐이지만 MacKinnon(2012)의 언급처럼 도시 그 자체도 하나의 고유한 특성을 담고 있는 영역으 로 생각할 때 도시는 특정한 형태의 인프라, 노동력, 다양한 형태의 자본을 고유의 자 산으로 보유한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해석할 때 관계를 강조하면서 결절의 특성을 소거 하는 것은 관계를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끊임없이 공간에 고정되고 새겨지는 특성들 을 간과하는 것이다(MacKinnon, 2012).

둘째, 네트워크로의 참여와 배제(inclusion/exclusion)의 관계이다. 관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내부화되어 있는 어떠한 종류의 자원이나 힘을 사용할 수 없으며 관계를 통 해 관계적 자산의 획득 자체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Lin(1999)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분 석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의 효과는 사회적 관계의 참여 그 자체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 서의 위치와 접근성, 동원가능성(mobilization)을 통해 나타난다. 즉 관계의 참여 그 자 체는 특정한 수준의 결과물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 다. 따라서 도시의 네트워크 참여, 참여의 강화, 참여에서의 배제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 다. 다만 기존의 도시 네트워크 분석에서 네트워크에의 참여 그 자체를 과도하게 강조 함으로써 규범적 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셋째, 네트워크 내에서의 위치성(positionality)38)이다. Sheppard(2002)나 경제사회학 에서 다루는 것처럼 네트워크 내의 위치에 따른 권력배분의 차이는 도시 네트워크에서 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연구들이 측정했던 중심성이나 연결성에 따 른 네트워크 내에서의 도시별 위치차이를 의미한다. “위치성은 어떤 장소가 지닌 가능 성이 나타나는 조건이 대체로 로컬의 정책이나 배태된 관계들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장소들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의존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Sheppard, 2002: 319).” 하지만 위치성은 단순히 연결정도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시의 고유한 자산이 되기도 하며 혹은 제약조건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위치성은 해당 도시의 네트워크 참여정도를 보다 강화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를 일시에 단절시킬 가능성 또한 포함한다(MacKinnon, 2012).

이는 전체 네트워크와 도시 간에 맺는 관계의 특성, 초국적기업의 관점에서는 초국적기 업과 도시 간의 협상력에 의존한다. 즉 도시 네트워크는 도시자산과 같은 도시 자체의 특성, 도시 간 관계에의 참여/강화/배제, 도시 간 관계 내에서 도시의 위치성과의 상호 작용에 따른 결과이자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점으로서 도시 간 관계를 네트워크로 개념화할 때, 관측 가능한 도시 간 관계는 보 다 복잡한 의미를 띤다. 다수의 분석들이 집중하고 있는 기업의 도시 간 경제적 교환관 계39)를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볼 수 있다. Lai(2012: 1277)은 도시 네트워크가 단지 경 쟁이나 협력의 이분법이 아니라 두 구성방식이 공존하고 있으며, 상호의존적인 상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의 도시 네트워크 개념과 유사하다. 우리가 특정 시점(at a point in time)에서 관측하는 도시 간 관계는 협력이나 호혜성을 고려 하지 않더라도 행위자에 의한 도시 간 교환관계를 반영한다. 교환관계는 상호이익 (mutual benefit)을 위해서 둘 또는 그 이상의 행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이전 과 관련된 거래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때 행위자는 개별 행위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같

38) 위치성을 도시의 자산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는 지위와 동원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 로 그것이 보장된, 즉 역량(capacity)이라기보다는 맥락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며 끊임없이 변동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특정 시점에서 결절의 특성과 분리하여 보 아야 한다.

39) 이는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간 관계에서 관측된다. 하지만 물리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 는 다른 형태의 도시 간 관계들(인터넷 망, 항공 네트워크)의 경우 교환이론에 따른 도시 간 의존성과 권력관계보다는 연결의 중개를 통해서 발생하는 관계가 보다 강하기 때문에 다른 식의 설명이 필요하다(Boyd et al., 2013). 즉 도시 간 관계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둘이 복잡 하게 얽혀있으며, 교환관계로서 기업을 통한 도시 간 관계는 여러 도시 네트워크 중 일부일 뿐이다.

은 집단적 차원 또한 포함하고, 자원은 “가치 있는 행위, 서비스, 상품”으로서 금융, 제 품, 기술, 사람, 정보의 흐름들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Ghoshal and Bartlett, 1990:

609). 교환은 거버넌스 형태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행위자 간의 효용증대를 의미한다 (Ghoshal and Bartlett, 1990). 따라서 특정 시점(T1)의 도시 간 관계는 다양한 행위자 간 교환관계의 공간적 발현이며 행위자 간 상호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도시 간 관계는 특정 시점에 국한된 일종의 스냅샷(snapshot)과 같다 (Watson and Beaverstock, 2014: 415)40). 하지만 관측 가능한 도시 간 관계의 이면 에는 행위자 간 교환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끊임없는 동력이 작용한다. 도시의 고유한 특 성으로서 지역자산(regional asset)뿐만 아니라 도시를 중심으로 한 성장연합(growth coalition), 도시정부, 각종 제도, 도시와 연결된 다양한 행위자들은 앞선 시점인 T1기의 행위자 간 교환관계를 변화시켜 다음 기(T2)에는 자신의 도시에 보다 유리한 관계를 만 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는 행위자 간에도 교환과정에서 더 많 은 가치를 얻기 위한 조정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변화와 동력은 각 관측시점에서의 관 계들뿐만 아니라 관측시점 사이의 도시 간 관계변화와 네트워크 내에서 협상력에 따른 도시의 위치성에 의해서 판단할 수 있다.

[그림 2-3]은 이를 도식화 한 것이다. T1, T2의 관측시점에서 초국적기업의 도시 네 트워크는 기업의 내부 연결망에서 서로 상호이익의 상태에 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자 원과 가치를 얻기 위한 권력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관측시점 사이 의 변화로서 해당 시점 사이에 도시 간 경쟁이 발생한다. 두 시점 사이에서 경쟁이 발 생한다는 것은 개념적 차원에서의 구분으로서 실제 현실에서는 경쟁과 상호이익의 관계 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으며 이는 끊임없는 긴장관계 속에 있다. 두 시점 사이의 경 쟁은 도시의 내적자산과 관계적 자산을 동원하며 초국적기업에게 있어 이는 전략적 결 합과 분리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가치배분의 과정이다. 특히 관계적 자산으로서 도시의 위치성은 새로운 연결분포에 있어 중요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특정 도시가 더 많 은 연결관계를 통해 높은 중심성을 가지고 있을 경우 선호적 연결가설이 성립한다면 해 당 도시는 초국적기업의 집적을 통해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많은 연결을 얻을 수 있다.

혹은 협상력에서 열세에 있을 경우 가치배분과정에서 많은 가치를 획득하지 못할 수 있 다. 즉 도시 네트워크는 도시라는 영역과 행위자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

40) Wall(2009: 25)은 이와 유사하게 글로벌 네트워크가 끊임없이 변화의 과정(process)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생성(becoming)의 연속적인 상태이며, 세계화 프로세스에서의 순간적인 단계 (momentary phase)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행위자들 간 교환관계의 공간적 발현(spatial manifestation of exchange relations between agents)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그림 2-3] 초국적 기업에 의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동학과 연구주제와의 관계

위의 분석틀을 통해서 본 연구는 다음의 세부연구주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주제 1: 초국적기업에 기반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구조와 도시의 위치성 변화 첫 번째 연구주제는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2006년~2013년 사이에 초국적 기업의 조직망을 통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구조변화와 그에 따른 도시의 위치성 변화를 다룬 다. 금융위기 전과 후의 세계도시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또한 각 도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