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네트워크의 이론화는 도시 간 관계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대상으로서 도시 네트 워크 형성 행위자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있다. 도시 그 자체를 결절로 보고 도시 간 관계의 형성 또한 도시 그 자체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연구들은 대체로 교통 및 통신 인프라에 의한 흐름을 주된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Lee(2008: 3)는 “국제 항공망과 그에 따른 인프라는 세계화의 행위자(agent)”라고 주장하면서 국제 항공 네트워크에 의해 글 로벌 스케일에서 도시 간 관계와 네트워크의 구조를 설명한다24). 글로벌 스케일에서 도 시 네트워크를 분석할 때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대상은 항공 네트워크로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주된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케일의 도시 간 관계형성 을 출발지와 도착지의 연계 속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Smith and Timberlake, 1995; Neal, 2013c). 국제 항공망 네트워크25)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들(Matsumoto, 2004; Derudder and Witlox, 2005; Witlox and Derudder, 2008; Lee, 2008; Lee, 2009; Mahutga et al., 2010; Neal, 2013c; Verma et al., 2014) 뿐만 아니라 인터넷 백본망(internet backbone network)을 통해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한 연구들(Moss and Townsend, 2000; Townsend, 2001; Vinciguerra et al., 2010)은 두 도시 간의 인터넷 대역폭(bandwidth)을 통해 연결정도를 판단하는데,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도시 간 정보흐름을 효과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시 그 자체를 관계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행위자로 보는 것, 즉 “도시가 다 른 도시와 상호작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특정 도시에 있는 행위자들이 도시 간 상호작용하는 것을 편리하게 말하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Neal, 2013c: 120). 실제 도 시는 그 자체로 행위성(agency)을 지닌 존재라고 말하기 어렵다(Taylor, 2001; Taylor, 2004; Neal, 2013c). Taylor(2004: 56)는 도시를 그 자체로 행위성을 지닌 존재로 취 24)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시각을 따른다면 도시나 인프라 또한 그 자체로 행위성을 지 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ANT 관점의 논의에서 가능한 물러나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5) 하지만 Derudder(2006)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자료수집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론적 토대의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분석결과가 말해주는 바가 매우 적다고 주장한다. 특히 항공 망 네트워크의 경우 공항의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에도 직면하는데, 한 공항이 서비스하는 도 시는 단순히 인접한 도시지역 뿐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포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어 떤 도시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간주해야 할지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erudder, 2006: 2041).
급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를 물상화 하는 것이라고 본다. 즉 도시를 네트워 크 형성의 주된 행위자로 보기 보다, 행위자는 다양한 네트워크 중에서 도시 간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강조하는 네트워크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Taylor, 2006; Neal, 2013c; Governa and Salone, 2005; Cabus and Vanhaverbeke, 2006; Burger et al., 2014). Capello(2000)가 도시 네트워크(city network)를 경험적으로 분석할 때 그 대상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도시정부들의 공동 참여였다. 이 때 도시 그 자체가 관계 를 맺는다는 것은 실제로 도시정부라는 행위자에 의한 것이다. 이주흐름이나 상품거래 관계와 같이 또 다른 도시 간 관계에서 행위자는 도시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 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기업 등의 구체적인 행위자들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도시 그 자체를 행위자로 고려하는 분석들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 그 자체를 행위자로 간주하기보다 도시 내에 속한 다양한 행위자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도시지리학 내에서 기업을 도시체계 형성의 주된 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은 오랜 사 고방식 중의 하나이다(Rozenblat and Pumain, 2007; Tonts and Taylor, 2010; Liu and Derudder, 2013). 세계도시 네트워크에서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을 세계도시 네트 워크를 형성하는 주된 행위자로 삼은 것은 글로벌 스케일에 세계경제의 통제 및 관리능 력을 ‘생산’한다는 이론적 토대(Sassen, 2001)를 바탕으로 도시 간 관계형성의 실질적 행위자를 고려하는 주된 사례이다(Taylor, 2004; Derudder et al., 2003; Derudder et al., 2010, Taylor et al., 2010; Hanssens et al., 2013). 그와 함께 글로벌 스케일 에서 생산과 분배를 담당하는 초국적기업을 행위자로 고려하는 연구(Alderson and Beckfield, 2004; Alderson et al., 2010; Wall and van der Knaap, 2011; Krätke, 2014)나 도시정부를 주된 행위자로 간주하는 연구들(Neal, 2013c; Capello, 2000;
Leitner and Sheppard, 2002)도 다수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Taylor(2004), Taylor et al.(2002)에서는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NGO나 미디어그룹, 국제기구 등 다양 한 행위자를 제시하고 있으며, Neal(2013c)의 언급대로 노동자의 이주나 통근패턴 또한 사람을 기본적인 행위자로 보고 이들의 집계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행 위자를 기반으로 한 접근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도시 네트워크 연구에서 행위자에 대한 관심이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에 비해, 네 트워크 도시나 다핵도시지역에 관한 연구에서는 통근이나 도시 간 무역량 등 집계자료 를 사용하여 논의를 전개하지만 특정 행위자의 구체적인 행동특성을 명시적으로 내세우 지 않았다. 이는 지역스케일에서 도시 네트워크와 다핵도시지역에 관한 논의가 대체로
지역 내 기능적 다중심성을 측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촉진하려는 목적에 맞춰져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중심성 개념의 정립을 위한 여러 논의(Parr, 2004; Hoyler et al., 2008, Green, 2007; Münster, 2011; Vasanen, 2012; Veneri and Burgalass, 2012) 에도 불구하고 다중심성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개념이지만, 지역 내 도시들 간의 다중심 성을 측정하려는 논의들은 대체로 도시 간 규모와 중심성이 유사할 것을 강조한다. 즉 지역스케일에서 다중심성은 지역 내 다수 도시들이 유사한 규모로 존재할 것을 의미하 는 형태적 다중심성과 지역 내 도시들 간 연계 방향이 상대적으로 균등할 것을 요구하 는 기능적 다중심성으로 나눌 수 있다(van Oort et al., 2010; De Goei et al., 2010;
Burger et al., 2013a; Vasanen, 2012). 지역스케일에서 도시 네트워크와 기능적 다중 심성을 분석하는 연구들은 대체로 통근 흐름이나 쇼핑패턴 등을 연구하는데(Veneri and Burgalass, 2012; Groth et al., 2011; De Goei et al., 2010), 이는 지역 내 영 역적 완결성(territorial cohesion)을 강조하는 것이며, 결국 동일 규모의 단핵도시에 대한 지향이다(Burger et al., 2014). 하지만 지역 내 영역적 완결성이 가능한가의 문제 와는 별도로 특정 형태의 영역적 완결성이 역내 도시들 간 다른 형태의 영역적 완결성 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통근을 중심으로 한 영역적 완결성은 통근특성 상 일상적이고 반복적 흐름이며 특정한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 간 투입-산출관계나 경제적 교환 행위는 통근의 영역적 완결성과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다(Groth et al., 2011; Cabus and Vanhaverbeke, 2006; Thierstein et al., 2008;
Taylor et al., 2008; Hanssens et al., 2013). 이러한 비판들에 따라 Burger et al.(2014)는 특정한 지역스케일에서 다양한 유형들의 흐름을 통해 도시 간 흐름을 밝히 려는 연구들은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완결된 답을 내리기보다 흐름 내 의 행위자들의 다중성(multiplexity)과 각 행위자 집단 내의 이질성(heterogeneity)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합하면 도시 네트워크의 형성에 있어서 어떤 스케일을 강조하든지 실제 도시 간 관 계를 형성하는 것은 구체적인 행위자에 의한 것이다. 즉 도시는 결절이지만 도시 간 관 계를 형성하는 행위자는 도시 내에 속한 하위결절(sub-node)이며 이들의 행위성 (agency)에 의해 도시 간 관계가 형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 네트워크 형성의 행위 자와 네트워크 형성방식의 사례들을 정리한 것은 다음 <표 2-1>과 같다.
Agents Modes of network Examples
Firm
Inter-firm
Input-output relation
Knowledge transfer and exchange Joint-venture / Strategic alliance Co-research and development Merger and acquisitions
Intra-firm
Ownership / Command and control Intra-firm transaction (goods, money, etc) Knowledge transfer and exchange
People
Social network Membership
Friendship at a near or distance Travel for a purpose Commuting
Shopping trip / Tour / meeting a friend Migration In-and out-bound migration
Remittance
Government / Organization
Inter-organization
Policy transfer Sister city agreement
Participation in common policy programs Intra-organization National-local government hierarchy
Local allocation tax
<표 2-1> 도시 네트워크의 다양성: 행위자와 네트워크 연결수단
이는 도시 간 연결이 단순히 하나의 ‘대표적 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에 의한 여러 층의 관계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간에는 긴밀한 연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세계도시 네트워크 분석에서 Beaverstock의 연구들 (Beaverstock et al., 1999, 2005, 2008)이나 Faulconbridge and Muzio(2007)의 연 구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글로벌 로펌의 운영, 전략의 상호연계를 분석할 수 있는 단 서를 제공한다. 이는 개별 행위자의 네트워크 형성을 특정 행위자 집단 내의 네트워크 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행위자 간 상호구성하는 형태로 확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26). 즉 다양한 행위자 간의 네트워크의 네트워크(a network of
networks)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위자를 강조함으로써 도시 그 자체의 관계로서 분석되어 온 정보통신기술 이나 항공망과 같은 인프라 네트워크는 보다 명확한 의미를 획득한다. Castells(2000:
537-542)는 흐름의 공간에 세 가지 층위(layers) 혹은 물질성(materials)이 있다고 주 장하였다. 첫 번째 층위는 전자충격회로와 원격통신, 방송시스템, 고속 교통망 등을 포 함하며, 두 번째 층위는 사회 관계망으로서 금융시스템 등을 제시하는 한편, 마지막 층 위는 지배적인 관리 엘리트의 공간조직을 제시한다. 중요한 점은 이 세 가지 층위를 분 리하기보다 서로 조합해야 실제 흐름의 공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첫 번째 층위는 “동시적 실천의 물질적 토대”이자 “기술적 하부구조로서 그 자체가 우리 세계의 권력에 의해 내용과 골격이 결정되어 있는 흐름의 네트워크의 표현”이다(Castells, 2000: 537). 인프라를 통한 도시 간 관계는 그 자체로 행위자에 의한 도시 간 관계형성 의 통로이자 가능성을 제공한다27). 뿐만 아니라 하부구조가 권력에 의해 내용과 골격이 결정된다는 언급은 기존의 권력관계나 장소적 특수성이 하부구조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Rutherford, 2005). Liu et al.(2013a)이나 Liu(2014)가 항공 망 네트워크, 인터넷 백본망과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의 네트워크 간 공진화 (co-evolution)을 분석한 것처럼 정보통신기술 및 교통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조직변화 에 따른 도시 간 관계형성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
결국 도시 네트워크는 도시 그 자체가 관계를 맺는다고 바라봄으로써 생기는 물상화 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미시적인 행위자의 의사결정에 따른 도시 간 관계망이다. 특 히 정보통신과 교통기술의 발달은 멀리 떨어진 도시 간 관계를 촉진하는 가능성이자 조 건을 제공한다. 한편 단순히 특정 행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들이 도시공간 내에 서 서로 중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각 관계망들을 서로 엮고 배열하는 도시의 능력뿐만 아니라 관계들을 형성하는 물질적 토대로서 도시 공간은 여전히 중요하다.
26) 최근의 사회네트워크분석방법의 연구성과들(Robins et al., 2007; Snijders et al., 2010;
Wang et al., 2009; Snijers et al., 2012; Snijers et al., 2013; Wang et al., 2013)은 다 양한 네트워크 간의 관계를 하나의 모형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분석을 가능케 한다.
27) 항공망 네트워크나 인터넷 백본망과 같이 인프라를 중심으로 분석한 네트워크는 몇몇 한계에 도 불구하고 Derudder(2006)의 지적처럼 그 자체로 흐름의 공간의 전개양상을 가장 쉽게 보 여줄 수 있으며 그 변화양상 또한 특정 행위자에 초점을 맞춘 분석에 비해 보다 빠르게 파악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