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장에서는 2006~2013년 사이 초국적 기업의 내부조직망 변화를 통하여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구조변화와 도시의 위치성 변화를 파악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였다. 사회 네트워크분석방법의 중심성 지수를 원용하여 외향중심성과 내향중심성, 네트워크 권력 과 의존성 지수를 사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도시 간 흐름과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국적기업에 의한 세계도시 네트워크는 2006~2013년의 기간 동안 점차 확장되 었다. 다만 위기의 여파로 인해서 2008년 금융위기 시점에는 전체적인 연결이 이전시기 보다 감소하였으나, 2013년의 네트워크 패턴에서는 전체적인 연결이 보다 확장되어 더 많은 도시들이 초국적기업의 조직망을 통해서 글로벌 스케일의 도시 간 관계에 편입되 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둘째 독일 및 중국도시들은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세계도시 네트워크에서 중심 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경제와의 접합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외향 중심성과 내향중심성 모두에서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뮌헨 등은 대부분의 상위에 올라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내의 재정위기가 겹쳐 진행되었으나 다른 유럽도시들 에 비해서 독일도시들은 기존의 뉴욕, 런던, 도쿄, 파리를 중심으로 한 세계도시 네트워 크의 핵심도시들의 점차 위상에 접근하고 있다. 독일도시들의 부상은 유로존 내에서 독 일의 가격경쟁력 효과와 독일의 차별적인 금융기반에 따른 제조업과 고차생산자서비스 업의 상대적 강화에 다른 결과이다. 중국도시들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기반으로 성장해 오고 있으며 베이징은 명령통제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상하이의 외부자본의 집적지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은 국가 및 지역 내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도시 네트워크에서 뉴욕은 위기의 진원지로서 파리, 도쿄 에 뒤처지며 상대적인 중심성 하락을 경험했으나 위기의 여파로 인한 충격이 뉴욕의 지 위를 흔들 만큼 크지 않았으며, 반면에 뉴욕 이외의 미국도시들, 특히 중소규모 도시들 은 전반적인 중심성 하락과 상대적인 연결감소를 경험하였다. 뉴욕은 외향중심성과 내 향중심성, 권력지수, 의존성 지수 등에서 2006년에 비해 2013년 상대적으로 다른 도시 에 비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금융위기의 여파를 고려하면 뉴 욕의 위축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며 여전히 모든 위치성에서 상위에 올라있다. 반면 시카고 등 미국 주요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중심성의 하락을 경험했다. 이는 세계
의 중심이자 미국의 중심으로서 뉴욕이 가진 미국 내에서의 특수성에 기인하였으며 거 대 금융기업의 붕괴를 막은 미국정부의 선택적 지원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넷째 뉴욕의 상대적 약화에도 불구하고 뉴욕, 런던, 파리,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 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상위 4개 도시가 전체 연결에서 차 지하는 비중은 2006년 전체 외향중심성의 27.7%에서 2013년 29.8%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위치성 지표들에 대한 지니계수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구조는 계층성이 보다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GaWC 연구그룹의 최근 분석들(Liu et al., 2013c; Taylor et al., 2014)은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의 오피스망을 활용한 세계도 시 네트워크가 점차 균등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였으나, 정보흐름의 원활함을 전 제로 하는 네트워크가 아닌 명령과 통제를 기반으로 한 세계도시 네트워크는 금융위기 이후 더욱 집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장소와 자본에 의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는 장소가 점차 소수에 집중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 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 세계도시 네트워크 구조에서 뉴욕, 런던, 도쿄는 전 세계와 지역을 연결하는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한편 파리는 지역 연결 및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명령 및 통제체계의 확장역할에 좀 더 특화하고 있다. 특히 각 지역별로 아시아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지역연결체계가 확립되고 유럽에서는 뒤셀도르프 등 독일 도시들이 전반적 으로 상승하였다. 다만 파리와 런던이 세계경제에서 맡고 있는 각각의 분할된 역할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이다.
금융위기를 전후로 초국적기업의 조직망을 통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패턴들은 새로 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초국적기업의 부상과 이들의 입지 전략에 따른 결과이다. 도시 간 관계를 통한 세계도시 네트워크 구조는 상대적으로 네트워크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 하고 있던 미국도시들의 힘이 약화되는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도시와 중국도시 들의 부상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여전히 가장 중심적인 위 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도시가 미국도시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한 초국적기업의 부상으로 인해 세계경제에 서 이 도시들의 세계경제편입이 본격화되고 세계경제의 도시 간 패턴에서 중요한 중심 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전히 초국적기업의 명령통제 체계로서 이들의 조직망을 통해 살펴본 세계도시 네트워크 구조는 계층성이 심화되고 있다. 즉 미국도시들의 상대적 하락과 타 지역 도시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
수의 대도시들에게 상당한 힘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소수의 상위 도시들 간 위치성 재편을 보여주는 것이지 다수의 중소도시들의 힘은 여전히 약하고 오히려 그 차 이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 장에서는 대상을 보다 좁혀 2006~2013년 사이 Fortune Global 500에 꾸준히 존재했던 ‘핵심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위기 전후에 이들의 전략적인 입지변화패턴을 살펴 본다. 이들의 전략적 행동은 금융위기에 대한 공간적 대응방식을 보여주며 결국 앞에서 분석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패턴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추동되었는지를 말해준다.
특히 다음 장의 분석에서는 이전 시기에 도시가 지닌 네트워크 위치성이 다음 시기 도 시의 중심성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주장할 것이다.
제 4 장
도시의 네트워크 위치성에 따른 초국적기업의 입지결정변화
본 장에서는 2006~2013년 사이 세계도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핵심기업’들을 대상 으로 이전 시기의 도시 네트워크 위치성이 핵심기업의 전략적 입지선정에 미치는 영향 을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네트워크 위치성과 초국적기업의 입지결정 간의 관계를 이해하 고자 한다. 초국적기업의 내부 조직망에 의해 형성된 세계도시 네트워크 패턴은 그 자 체로 초국적기업의 입지의사결정 결과이다. 따라서 각 시기별로 초국적기업의 입지선호 를 분석하여 두 시기 사이의 세계도시 네트워크 패턴의 변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 성되었는지를 파악할 것이다.
여기서는 세계도시 네트워크에서 각 도시가 차지하는 위치성이 세계도시 네트워크 패 턴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즉 특정 도시의 초국적기업의 조직망 속에서 차지 하는 위치가 누적되면서 다음 시기에 특정 기업이 자신들의 글로벌 사업운용을 위해 전 략적 입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네트워크 위치성이 전략 적 입지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과 함께 지역선호의 차별화를 분석에 포함함으로써 앞의 3장에서 분석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에서 나타난 변화들의 세밀한 과정을 포착할 것이다.
또한 세계도시 네트워크의 진화에서 산업에 따른 초국적기업의 입지특성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Faulconbridge and Muzio, 2007). 따라서 초국적기업을 활동에 따라 산업별 로 나누어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과 제조업에 각각에 대해서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연 구에서는 동적 사회네트워크 모델링 기법 중 하나인 추계적 행위자 기반 모형을 사용하 여 초국적기업과 도시 간의 관계변화를 포착하고자 한다.
초국적기업 자회사나 지사와 같이 기업에서 특정 조직단위를 내부화하는 것은 그 자 체로 그 장소의 전략적 중요성을 의미한다. 기업이 조직적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에는 2 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협력적 파트너십, 지분투자, 자회사방식 등이 있으며, 해외진출을 고려했을 때 기업은 라이센스나 판매영업점 설치에서 자회사를 설치하거나 인수합병 하 는 해외직접투자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투자대상국의 제도적 요 건이나 규제에 따른 영향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를 설치하거나 인수합병과
같은 의사결정행위는 그 자체로 해당 기업이 그 장소에 대해 갖고 있는 중요성을 의미 한다(Faulconbridge et al., 2008; Taylor et al., 2014). 다만 본 연구에서는 기업이 해당 도시에 3개 이상의 자회사나 지사 등을 설치하였을 때 그 기업의 전략적 장소라고 간주하였다. 3개 이상이라는 조건은 매우 임의적인 수치일 수 있으나 이와 같은 기준을 설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자회사 입지에 따른 여러 가지 우연적 요소들을 가급적 배제하기 위함이다. 즉 하나 혹은 둘 정도의 자회사 설립은 기업의 상 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으나 셋 이상은 특정한 상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략적인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둘째, 분석모형의 특성 상 너 무 많은 관계들이 분석에 포함될 경우 모형이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수렴하지 않는 경향 이 있기 때문에 보다 직접적이고 중요한 관계들만을 추려서 분석하는 것이 모형 적합도 를 향상시키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Liu et al., 2013a). 이와 같은 가정은 본래의 네트 워크 관계를 임의적으로 축소시키는 문제를 갖고 있지만 Burt(2009)의 언급대로 수많은 네트워크 관계 속에서 핵심적인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네트워크 분석의 주된 목적이라 면 핵심적인 관계들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다.
자료에서 세 시기동안 포함된 핵심기업은 340개이고 도시는 총 2,964개이다. 초국적 기업을 산업분류에 따라 구분했을 때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과 제조업, 유통 및 소비자 서비스, 에너지, 건설, 교통통신, 기타로 구분하였는데, 이 중 본 연구에서는 모형수렴을 통해 명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과 제조업을 대상으로 분석결과를 제시하였다.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의 경우에는 핵심기업집단에 총 71개가 존재하나 기 업-도시 간 연결강도가 2이하인 기업 3개가 제거되어 68개 기업, 208개 도시를 분석에 포함하였으며, 제조업은 111개 기업, 443개 도시를 분석에 포함하였다.
본 연구의 함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2006~2013년까지 Fortune Global 500에 지속적으로 선정된 ‘핵심기업’들을 중심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분석 결과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대응방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했을 때 각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네트워크 형성 방식을 채택했고 시기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파악함으로써 특정한 침체국면 에서 어떤 도시들이 네트워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는지, 반면에 어떤 도시들이 이 를 극복하지 못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산업부문을 구분하여 분석함으로써 산업 별 네트워크 형성방식의 차이를 밝힌다. 개별 도시의 세계경제로의 접속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위치성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고차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