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elt(2006)가 소위 맨체스터 학파(Manchester School)로 부르는 경제지리학자들 은 신지역주의와 GCC/GVC 개념을 넘어 세계화 속에서 지역과 글로벌 경제 간의 상호 연계를 강조하면서 지역발전의 분석틀(analytic framework)로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GPN)를 제시한다. 이들에게 지역발전은 글로벌 스케일에서 전개되는 생산, 분배, 소비 의 과정과 지역자산 및 지역제도33)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글로벌 생산 네트 워크34)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분배하는 기업과 비-기업 제도들에 의해 상호 연결된 기능들과 작업들이 글로벌하게 조직된 연결체(nexus)”로 정의할 수 있다(Coe et al., 2004: 471). 글로벌 상품사슬과 생산 네트워크 연구는 상품생산을 위한 글로벌 경제의 조직적 네트워크(organizational network)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세계도시 네트 워크는 글로벌 경제활동에 따른 도시 간 지리적 네트워크(geographical network)를 다 루고 있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Coe et al., 2010; Neal, 2010). 즉 세계도시 네 트워크는 초국적기업의 (넓은 의미로의) 상품생산을 위한 조직적 네트워크를 도시라는 영역의 관점에서 밀고 가는 것이다.
33) 지역제도(regional institutions)는 단순히 지역 내에 국한된 제도적 기구들(도시 및 지역정 부, 지역 내 노동조합, 상공회의소 등) 뿐만 아니라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초국가적 제도 및 기구들의 활동까치 포함한다(Coe et al., 2004).
34) ‘생산’ 네트워크이지만 여기에서 생산은 반드시 재화와 같이 물질적인 측면만을 포함하는 것 은 아니며, 금융서비스나 지식 같은 비물질적인 측면도 포함한다. 따라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 크 관점은 글로벌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초국적기업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관점에 따르면 도시 및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생산 네트 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 이상으로 지역자산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전략적 필요성 과 긴밀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Hess and Yeung, 2006; Yeung, 2009; Coe and Hess, 2011; Yeung, 2014)35). Coe and Hess(2011)는 지역자산과 같은 내부의 성장 요소는 지역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자산은 글로벌 생산 네 트워크 내에 속한 초국적 행위자의 전략적 필요성을 보완할 수 있을 때만 이점이 있다 고 보았다. 즉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지역자산 간의 ‘전략적 결합(strategic coupling)’이 중요하며, “지역발전은 전략적 결합이 가치창출, 강화, 포획의 과정을 충 분히 자극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Coe et al., 2004: 469). 산업부문이나 선도기업 (lead firm)의 거버넌스 구조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존재한 다고 할 때 경제지대(economic rent)36)로서 창출되는 가치 또한 매우 다양하다. 다양 한 형태의 경제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은 특정한 지대에 맞추어 지역자산을 조정 함으로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전략적인 결합이 가능하고 그 정도와 방식에 따라 가 치를 포획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Coe and Hess, 2011).
지역자산(regional assets)이 집적경제의 효과, 지역 내 고정된 기술 및 노동력, 지역 기업들의 역량이라고 할 때 이는 도시 및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들의 집합이 다. 대체로 글로벌 자본의 협상력(bargaining power)이 지역보다 더 우세한 것이 일반 적이지만 그 관계는 반드시 일방향적이지 않다. Coe et al.(2004)은 이를 설명하기 위 해 Allen(2003)의 권력개념을 사용한다. Allen(2003)은 푸코와 탈구조주의적인 권력개 념을 바탕으로 권력이 누군가에게 소유되고 이전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관계의 효과(effect)라고 본다. 초국적기업은 분명 지역에 비해 더 많은 역량(capacity)과 자산 35)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특정 생산네트워크에 지역이 접합하는 방식은 선도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같은 선도기업 내부의 입지 및 투자결정과정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로컬기업 이 선도기업의 아웃소싱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전자를 보다 중심 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초국적기업의 움직임이 생산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구조와 생 산체계를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초국적기업이 특정 생산과정(연구개발과 브랜드개발) 에 특화함으로써 나타나는 조직망은 실제 세계경제를 이끄는 척추와도 같다.
36) 이는 지대(rent) 개념의 독점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경제지대로서 가치는 시장뿐만 아니라 비시장적거래와 교환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는데, Coe et al.(2004)에서는 Kaplinsky(1998)의 경제지대 개념을 가치와 결합함으로써 단순히 노동을 통해서 발생하는 가 치 이외에도 초국적기업의 독점적인 지위와 특성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지역 내로 포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결합은 단순히 기업-지역 간의 필요성이 맞 아떨어진 결과가 아니라, 특정 지역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독 점지대를 지역 내로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협상과정(negotiation process)으로 이해해야 한다.
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량과 자산의 크기가 직접적으로 기업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과 지역 간의 권력관계는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한 효과이기 때문에 지역의 힘은 단순히 지역이 보유한 자원의 크기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특수적인 자산이 선도기업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해 높은 상호보완성을 가지거나 지역 내에 강하게 착근하고 있을 때 지역의 협상력은 증가한다(Dicken, 2011; Coe et al., 2004; Yang, 2013). 즉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의 전략적 결합이 지역발전에 궁극적으 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가치포획을 위한 지역제도의 능력과 함께 선도기업이 얼마만 큼 영역 내에 배태되어있는가가 중요하다. 영역적 배태성(territorial embeddedness)의 정도는 해당 지역이 중심기업의 기원지(origin)이거나 전략적 결합이 강하게 나타날 때 증가한다(Dicken, 2011; Yang, 2013). 따라서 지역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보다 많은 가치를 획득하고 안정적으로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선도기업과의 전략적 결합37)을 착근시켜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지역 간의 전략적 결합은 정적인 개념이라기보다 매 우 동적인 개념이며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즉 전략적 결합은 선도기 업과 지역 행위자들 간의 신뢰와 협력 관계를 수반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상이한 이해 관계를 가진 행위자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결합한 일시적인 연합(temporary coalition)이다(이용숙ㆍ허인혜, 2009; Yeung, 2009; MacKinnon, 2012; Coe et al., 2008; Yeung, 2014). Yeung(2009, 2013)은 동아시아의 지역발전과 글로벌 생산 네트 워크와의 관계를 다루면서 기존의 동아시아 연구들에서 강조하는 발전주의 국가 (developmental state)의 역할이 동아시아의 지역발전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그는 국가의 역할이 동아시아에서 발전의 필요조건이었던 것은 틀림없지 만 이는 경제발전의 초기시기를 설명하는데 보다 적합하며, 최근의 발전궤적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지역 간의 복잡한 전략적 결합을 통해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Yeung, 2014). 특히 그는 동아시아에서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1) 내생적 혁신(indigenous innovation), 2) 국제적 파트너십(international partnership), 3) 생산 플랫폼 (production platform)의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내생적 혁신의 경우 선도기업이 지역 내에 강하게 배태되어 있으면서 결합의 강도가 매우 높고 지역 스스로 이를 조절할 수
37) 하지만 특정한 전략적 결합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해서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지는 것 은 아니다. 강한 전략적 결합은 특정 기술과 산업에 과도하게 고착(lock-in)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으며, 전략적 결합에 따라 국내산업부문이 초국적기업의 생산으로 대체됨으로써 고 용 및 생산력 저하 등의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Coe and Hess, 2011; Dicken, 2011;
MacKinnon, 2012; Narula and Dunning, 2010).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상당한 수준의 능동성(autonomy)을 가지며, 국제적 파트너십의 경우 선도기업이 해당 지역의 기술과 생산능력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지역 또한 중심기 업의 생산 네트워크에 의존하므로 둘 사이의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아 지역은 내생적 혁 신유형에 비해서는 낮지만 높은 수준의 능동성을 지닌다고 본다. 반면 생산 플랫폼의 경우 비용절감효과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우위의 주된 수단이기 때문에 선도기업은 다른 인센티브가 존재할 경우 쉽게 이전하려는 속성이 있으며 지역의 입장에서 특정 선도기 업의 존재여부는 지역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선도기업과의 협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못하므로 지역환경을 자신의 기업에 유리하도록 조정 하는 제도적 포획(institutional/corporate capture)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Yang, 2013).
MacKinnon(2012)은 이를 좀 더 발전시켜 전략적 결합이 Yeung(2009)의 국제적 파 트너십과 같이 지역 외부의 초국적기업과 지역 간의 관계만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보고, 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결합유형을 각각 유기적 결합(organic coupling), 전략 적 결합(strategic coupling), 구조적 결합(structural coupling)으로 보다 일반화하였 다. 또한 그는 기업-지역 연결체(firm-region nexus) 개념을 통해 기업과 지역의 결합 관계를 보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진화경제지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기업과 지역의 결합은 일시적인 연합이며 시공간적으로 끊임없이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지역경제공간의 변화와 글로벌 경제의 변화, 기업의 다양 한 전략적 조정(fix) 등으로 인해 결합(coupling)과 재결합(recoupling), 분리 (decoupling)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특정한 시점에서의 결합은 영속적이지 않으 며, 기업의 진입방식(신설투자, M&A)이나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모기업 내에서의 위치, 지역의 유형, 지역 내 자산의 특성, 결합방식(유기적, 전략적, 구조적), 권력관계 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결합이 보다 강화될 수도 있지만 약화되거나 분리될 수도 있다 (Yang, 2013).
기업-지역의 결합에 관한 MacKinnon(2012)의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기존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연구가 지역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 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선도기업의 전략적 요구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 하면서 암묵적으로 지역자산이 초국적기업과의 협상력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점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개발도 상국이나 신흥경제지역을 사례연구지역으로 삼으면서 전략적 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