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2. 정책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3 가지 에너지세제 개편 방안들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에너지세제 체계 개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책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력부문의 탄소저감(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한 세제 개편은 과세대상과 과 세표준 등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연료원별 상대세율, 전기요금 및 세수에 대 한 영향이 달라진다. 세수를 어떤 용도에 지출하는가에 따라 파급효과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국민 수용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향후 세제 개편을 추진한 다면 이러한 다양한 개편안의 차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어떤 형태의 세제 개편안을 선택하더라도, 향후 국제사회의 탄소무역장벽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 세의 목적이나 근거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다는 점을 법과 제도로 명문화할 필요 가 있다. 그리고 과세대상과 과세표준 역시 발열량이 아닌 탄소함량을 기준으로 결 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외부비용을 내재화하는 것 외에 재원확충이나 대기오 염물질 외부비용 내재화 등의 목적으로 현행 에너지세제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 다면, 현재 물품세 성격의 개별소비세를 연료 및 환경을 고려하여 ‘에너지환경세(가 칭)’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특히 수송부문 연료에 적 용되고 있는‘교통・에너지・환경세’와의 단순・일원화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기존 화석연료를 전력으로의 대체하는 데 있다. 즉 ‘전력화 (electrification)’를 추진하는데 있다. 그런데 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탄소 가격을 발전연료에 부과한다면, 전기요금 상승으로 오히려 전력으로의 대체를 제약 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포함한 에너지세제 개편은 전력화현상을 지체시키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기와 화석연료간의 상대가격 차이, 에너지 효율개선 추이, 청정기술 개발 및 보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
여 중・장기적으로 세율 조정 내용을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부문은 낮은 탄소가격에서도 연료원간 급전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커, 다른 부문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sources for the Future 홈페이지). 따라서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 로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탄 소가격 부과 수단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경우, 정치적 갈등과 입법 지연 등으로 낮 은 세율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래 탄소 세율에 대한 일정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공약장치(commitment device) 마련이 필요 하다. 스위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州 등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 하고 있다. Metcalf(2018)134)는 저세율 고착화를 방지하고 경제 상황에 따른 온실 가스 감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규칙에 기반한 접근방식(rules-based approaches)인 ‘배출보증 메커니즘(Emissions Assurance Mechanism, EAM)’을 제안하고 있다([부록 4] 참고). 향후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이러한 형태의 공약장치를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소세 도입에 따른 행정비용, 유관부처 간 이해갈등, 신규 조세에 대한 낮은 국민 수용성 등의 이유로 기 운영 중인 배출권거래제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 으로 활용한다면,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배출허용총량, 할당방식, 유상할당 비중 등의 설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은 3기 EU-ETS(2013~2020년) 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대폭 확대하여 현재 57% 수준까지 확대하였고, 특히 발전부 문의 유상할당 비중은 100%이다.135) 반면 국내 전력부문에 대한 유상할당 비중은 10% 수준으로, 이 정도로는 유연탄과 LNG의 실질적인 연료전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배출권거래제를 이용하여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EU-ETS 유상할당 적용방식처럼, 탄소누출 위험이 거의 없는 전력부문에는 산업부 문보다 더 높은 유상할당 비중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배출권거래제의 가격변동성 과 불확실성 완화하고 실효적인 연료전환 효과136)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영국
134) Metcalf, 2018, An Emissions Assurance Mechanism: Adding Environmental Certainty to a Carbon Tax, RFF(Resources for the Future) Report.
135) 3기 EU-ETS의 부문별 유상할당 비중은 발전부문 100%, 산업부문 20%, 항공부문 15%이며, 4기 EU-ETS에서는 탄소누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문을 중심으로 유상할당 비중이 기존보다 강화될 예정임(자료: 송홍선, 2021. 10. 28, 2050 탄소 중립과 배출권거래제의 활성화, 이슈보고서 21-23, 자본시장연구원 / 엄이슬・장진영・임두빈, 2018. 9, 진화하는 배출권거래 제(ETS) 시장과 기업의 탄소비용 대응방향, ISSUE MONITOR, 제87호, 삼정KPMG 경제연구원).
(UK)과 네덜란드에서 시행 중인 ‘탄소가격하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 요가 있다.
탄소비용 부과에 의한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비용이 도매시장가 격과 최종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시장제도가 정립되어야 한다. IEA(2021)는 국내 전 력부문 탈탄소화 달성 방안으로 탄소비용을 전력도매시장가격에 반영이 가능하도록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도매시장가격의 가 격결정방식이 기존의 변동비반영시장(CBP) 형태에서 가격입찰제도(PBP) 방식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간의 초과이윤 조 정을 위해 도입・운용되고 있는 정산조정계수의 폐지이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자회 사간의 경쟁을 제한할 뿐 아니라, 환경 외부비용을 포함한 연료원별 상대가격을 왜 곡할 소지가 있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기를 다수 보유한 발전회사는 전 력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경쟁시장의 구조이다. 그러나 정 산조정계수가 적용되면 이러한 시장의 경쟁구조는 왜곡될 수 있다. 전력도매시장제 도와 더불어 최종 소비자요금제도 개선 역시 필수적이다. 탄소가격의 부과는 전력소 비를 억제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과도한 요금규제로 탄소의 사회 적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탄소가격 부과의 정책효과는 반감 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에너지세제 개편 과정에서 안정적 인 재원확보에 대한 이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탈탄소화는 필연적으로 화석연료 소비 및 세수의 감소를 초래한다. 그런데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재정지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세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전력부문에서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과세대상은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환경 및 인체건강, 그리고 사고위험 등의 외부비용을 내재하고 있으나, 개별소비세가 면세되 고 있어 연료원간 과세 형평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고 대신 원전유지로 정책을 선회하였다. 이러한 원전정책의 변화는 납세자의 담세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과세 부과의
136) 유상할당이 100% 적용되더라도 배출권 거래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유연탄과 LNG의 경제급전순위가 역전될 수 있음.
가장 중요한 원칙인 ‘조세평등주의(조세공평주의)’에 부합되는 것이다. 특히 향후 원 전 계속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낮은 발전단가로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전에 대한 신 규과세 도입은 타당한 측면이 존재한다. 조성진(2021.12)은 연료원간 형평성과 환 경개선을 위해 원전에 과세하고, 발생한 세수를 기후위기대응이나 국가경제활성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 만 원전에 과세하는 경우 현행 개별소비세보다는 다른 부문의 에너지세제도 통합하 여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환경세(가칭)’의 형태가 더 적절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세제는 발전연료뿐만 아니라 수송용 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원 을 포함하는 형태로 개편 방향이 논의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중심의 현행 에너지세 제 체계는 에너지시장 환경변화와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 등을 고려할 때 변화가 불 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세제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운 용하기 위해 장기적인 로드맵 수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 로 ‘세제 개편 TF(혹은 세제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전문 가집단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한편 다양한 경제주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해충돌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국민 수용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2030 NDC'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력부문의 에너지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 검토하였다. 기존 개별소비세 체계뿐만 아니라, 탄소 가격 부과 체계(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지닌다. 전력부문에서 현실성이 높은 세제 체계 개편 대안들을 종 합적으로 평가하고, 각 개편 방안별 정책설계 및 운영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 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기여도 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전력부문으로만 한정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는 점 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세제 체계의 개편은 에너지 부문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에너지원에 대한 제세부담금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고 영향을 주므로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변화된 원전정책과 최근 국제연료가격 수준을 반영하지 못했다 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의 발전 비중이 증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