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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체계 개편 방안별 정책설계 및 운용 방향

제5장

2. 세제체계 개편 방안별 정책설계 및 운용 방향

전술한 바와 같이 시나리오 2, 3, 4의 세제 개편 방식은 모두 온실가스 외부비용 을 연료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을 유도하여 전력부문의 2030 NDC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세제 개편 방식에 따라 세율 수준, 전기요금 및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현행

127) 공약장치에 대한 해외사례는 Carattini, Carvalho and Fankhauser(2017.12)의 내용을 인용한 것임(자료: Carattini, Stefano, Carvalho, Maria, and Fankhauser, Sam, 2017.12, “How to make carbon taxes more acceptable”,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Policy Report, pp.28~55).

개별소비세 체계의 유연탄과 LNG의 세율만을 조정한 시나리오 2와 현행 개별소비 세율은 유지하되,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추가하는 시나리오 3은 연료원간 상대세율, 전기요금 그리고 세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현행 개별소비세 체계를 탄소가 격 부과 체계로 대체하는 시나리오 4는 위 두 시나리오 대비 전기요금 인상률이 높 고, 세수의 규모도 더 크다. 정책당국은 현실적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과 국 민 수용성도 고려하여 세제 개편 방향을 설정해야 하므로, 세제 개편 방식별로 정책 효과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사전에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당국은 어떤 수단으로 탄소가격을 부과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전 력부문은 이미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탄소세와의 정책 연계 혹은 조화 방안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의미가 크다. 본 연구의 시나리오 3과 4의 세제 개편 방식은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반영한 것으로, 정책당 국은 탄소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혹은 하이브리드(배출권거래 제와 탄소세 설계를 혼용한 방식) 등의 이행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위해서 는 이행 수단별 문제점을 검토해야 하며, 정책설계 시 이러한 문제 해결 방안을 고 민해야 한다.

본 절에서는 3장의 세제 개편 방식별 정책효과의 차이점, 4장의 해외 탄소가격 부과 수단간 정책조화 사례의 시사점 그리고 K-ETS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여 세제 개편 방식별 장・단점을 평가하고, 각각의 세제 개편 방식에 따라 탄소가격을 적정하게 반영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및 운용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2.1. 시나리오 2 세제 개편 방식

세제 개편 시나리오 2는 현행 개별소비세 체계만을 활용하여 유연탄과 LNG의 세 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 에너지세제 체계의 과세대상(유연탄, LNG 등 발 전연료)과 과세표준(원/kg)을 동일 적용하고, 탄소가격 부과 체계(탄소세, 배출권거 래제 등)는 해당 부문에 적용하지 않는 개편안이다. 시나리오 2는 세제 형태만을 이 용하고 배출권거래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캐나다(연방정부)와 브리티시컬 럼비아州 형태와 일부 유사성을 갖는다. 캐나다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부문은 배출권거래제 형태의 OBPS를 활용하고, 전력부문을 포함한 나머지 부문은 탄소세

성격인 ‘연료소비부담금’을 적용하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州는 전력부문에 대해 세제수단만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소비세가 아닌 탄소세 형태이다.

시나리오 2의 개편안은 현행 에너지세제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고, 제도설계가 간편하며, 행정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다. 그러나 현행 개별소비세는 법령 상 온실가스 등 환경 외부비용을 가격에 내재화 한다는 부과 근거가 명확히 기술되지 않아, 세율 인상이 재정확보만을 위한 목적으 로 오해될 소지가 크다. 이는 조세저항과 정치적 마찰을 증폭시킬 수 있다. 더하여, 향후 탄소국경조정제 등 국가 간 탄소무역장벽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세목으 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크레딧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시나리오 2 방식은 현재 운영 중인 K-ETS와의 정책상충 가 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개별소비세 세율을 강화하여 전력부문의 배출량을 대폭 감 소시키면, 이는 배출권 가격을 낮추는 등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탄소누출 측면에 서도 전력부문과 산업부문은 이질성이 크다. 전력부문은 탄소가격 부과로 탄소누출 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무상할당을 제공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현행 K-ETS는 EU-ETS에 비하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기시장(open market) 단계이다. 한국전력거래소(2022.5)128)의 ‘2021년도 전력시장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총 전력금액(정산금)에서 배출권거래에 대한 비용은 약 1%로 수준이므로, 이를 통한 유연탄과 LNG의 급전순위역전 효과는 매우 미미 할 것으로 추론된다.129) 이러한 점에서 전력부문은 현행 K-ETS 대상에서 제외하 고, 고탄소 집약적이면서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K-ETS를 재설 계하는 대안도 고민해볼만 하다. 이러한 방식은 캐나다(연방정부)의 OBPS를 참고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시나리오 2 형태의 세제 개편 방식을 도입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책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첫째, 현행 개별소비세법은 “온실가스 등 환경 외부비용 을 가격에 내재화할 목적”임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개별소비세의 과세표준 은 현행 ‘에너지 함량(발열량)’ 기준에서 온실가스 외부비용을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 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탄소무역장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사

128) 자료: 한국전력거래소, 2022.5, 2021년도 전력시장 통계,

https://new.kpx.or.kr/board.es?mid=a10502000000&bid=0045&list_no=67354&act=view (최종접속일: 2022.8.9).

129) 2021년 총 전력거래금액은 550,725억 원이며, 배출권거래비용정산금액은 5,518억 원임.

항이다. 셋째, 개별소비세는 물품세이면서 교정조세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고, 과세 대상이 이질적이며, 재원이 에너지원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에너지원에 대해 부 과되는 개별소비세는 연료소비세 형태인 ‘에너지환경세(가칭)’로 개편될 필요가 있 다. 마지막으로, 배출권거래제의 할당 대상에서 전력부문은 제외하고 탄소누출 위험 이 큰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재설계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2.2. 시나리오 3 세제 개편 방식

시나리오 3의 세제 개편은 현행 개별소비세 세율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추가로 도입하여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시나리오 3은 스웨덴의 에너지세제와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방식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 스웨덴은 전력부문의 화석연료에 유황세(Sulphur tax, SO2 tax)와 질소산화물세(NOx) 등 에너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동일 부문에 대해 EU-ETS를 적용하고 있다. 스위스도 전력부문 화석연료에 에너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스위스 -ETS도 적용되고 있어, 시나리오 3과 유사한 사례이다.

시나리오 3은 현행과 동일한 개별소비세율, 과세대상 및 과세표준 등을 여전히 적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행정부담 및 비용은 소요되지 않는다. 또한, 탄소가격 부과 체계를 추가 도입하여 기존 에너지세제 체계와 연계함으로써, 개별소비세 체계 만을 활용하는 개편 방식보다는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을 보다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명시적인 수단을 활용하기 때 문에 국제사회의 탄소무역장벽에 대한 대응도 시나리오 2 방식보다는 수월하다.

그러나 시나리오 3의 방식은 단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단점은 탄소가격을 부과하 는 수단(탄소세,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만일 탄소가격 부과 수단으로 탄소세를 사용한다면, 기존 개별소비세 체계와의 중복성 및 복잡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신규 세목 도입의 입법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 으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제정 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 이외에도 탄소세는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시기의 낮은 실효세율 문 제도 존재한다.

탄소가격 부과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활용할 경우, 장점으로는 현행 제도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것처럼, 현행

K-ETS는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된 단계가 아니다.

그리고 배출권거래제는 가격변동성과 불확실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유상할당 비 중이 10%이고, 연료원별로 차등적인 조정계수를 적용하고 있는 현행 K-ETS 설계 에서는 상당히 높은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어야만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이 발생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배출권 가격은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으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의 하이브리드 형 태를 고려할 수 있다. 영국(UK)과 네덜란드의 ‘탄소가격하한’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이다. ‘탄소가격하한’은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만일 배출권 가격이 ‘가격하한’보다 낮을 경우, 두 가격의 차이만큼을 탄소 세율로 추가 납부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배출권거래제의 가격변동성 문제를 완화시 킨다. 아울러, ‘가격하한’에 대한 요율 수준은 정부가 설정한 미래 탄소감축 일정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인상되도록 법제화시킬 필요가 있다. 법제화 장치는 정치적 논리를 배제할 수 있고, 경제활동 주체에게 탄소저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시나리오 3의 세제 개편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 세 가지 정책수단 옵 션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현행 개별 소비세와 탄소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개별소비세는 대기오염물질 외부 비용 반영 등의 근거로 부과하되 과세대상의 이질성과 재원 편중성 등의 문제점, 그 리고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송부문의 ‘교통・에너지・환경세’와의 통합 가능성 까지도 고려하여 연료소비세 성격의 ‘에너지환경세(가칭)’로 개정할 수 있다. 온실가 스 외부비용은 탄소세를 통해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130)

두 번째 옵션은 현행 개별소비세는 첫 번째 옵션과 마찬가지로 ‘에너지환경세(가 칭)’로 개정하고, 온실가스 외부비용은 현행 K-ETS의 설계 요소를 강화시키는 것이 다. 2026년부터 시행이 예상되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비중, 할당방식, 조정계수 등의 설계 요소를 강화시켜야 한다. 현행 개별소비세 세율과 현행 제3차 기간에 적용되는 K-ETS만으로는 ‘2030 NDC’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K-ETS의 설계 요소는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130) 이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동규(2021)의 결론 부분을 일부 차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