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1.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효과 평가
국내 전력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라 2030년까지 온 실가스를 2018년 대비 약 44.4%(목표 배출량: 149.9백만 톤) 감축해야 한다(탄소 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21.10.18, p.6).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세 를 포함한 에너지세제, 석탄발전상한제, 그리고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 다. 그러나 석탄발전상한제 시행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민간발전사 등의 반 대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동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이다.117)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수단은 에너지세제와 배출권 거래제이다.118) 전력부문에는 개별소비세가 유연탄과 LNG에 대해 부과 중이며, 발 전사업자를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정책수단 역시 현행 수준에서는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하다. 조성진・박 광수(2018.12, pp.74~76)에 따르면, ‘2018년 세법개정’을 통해 조정된 현행 전력 부문의 개별소비세(유연탄 세율: 46원/kg, LNG: 12원/kg)는 유연탄과 LNG의 연 료전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적용되고 있다(환경부, 2020.9).119) K-ETS의 할당대상은 주로 전환 및 산업부문이며, 일부 에너지소비가 많은 건물 및 수송부문이 포함된다. 유・무상 할당비중은 무상할당이 100% 적용되 는 일부 업체120)을 제외하고는 10%의 유상할당이 적용된다. 제3차 계획기간의 배 출권 할당 방식은 기준 할당방식(Grandfathering, GF)과 배출효율 기준 할당방식 (Benchmark, BM)으로 산정된다. 전환부문(전력부문)은 환경급전제도(석탄발전상 한제 등) 도입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BM 수준을 강화할 예정으로, 2021~2023년 기간에는 연료원별 BM은 석탄 0.787414821을 적용하고, 그 이외의 연료에는
117) 자료: 전자신문 기사, 2022.2.16, ‘석탄발전 상한제’ 본격 시행 지연...발전부문 온실가스 저감 혼선 우려, https://www.etnews.com/20220216000143.
118)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전원믹스를 구성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원믹스 전환 역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원구성이 변동비반영 시장구조에서 석탄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존재함.
119) 배출권거래제도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대한 내용은 환경부(2020.9),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 (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인용한 것임.
120) 비용발생도와 무역집약도를 곱한 값이 0.002(0.2%) 이상인 업종에 속하는 업체가 이에 해당됨(자료: 환경부, 2020. 9, 온실 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
0.399743656을 적용한다. 2024~2025년에는 석탄과 LNG 등의 전체 평균 배출효 율인 0.682188923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2023년까지 전력부문에 석탄발전상한 제와 가격 입찰제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만일 상기 제도가 도입 된다면 2024~2025년 기간에는 강화된 연료원별 BM을 적용할 계획이다. 3차 계획 기간의 전환부문 연평균 할당량은 2021~2023년 기간에는 234,984천 톤이며, 2024~2025년 기간의 할당량은 2023년에 설정되는 해당 부문의 배출효율기준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K-ETS는 배출권거래제가 가장 성숙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연합의 배출권거 래제(EU-ETS)와는 할당대상의 범위, 할당량 정도, 유상할당 비중, 할당방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EU-ETS는 전력부문 유사할당 비중이 이미 100%이 고 나머지 부문 역시 2020년 중후반대까지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나라는 2025년까지 유상할당 비중이 10%이다. 국내 전환부문 배출권 할당 방식은 BM 기준이기는 하나, 전체 연료의 평균 배출계수(통합 BM)가 아닌 연료원별 배출 계수를 적용하는 점도 EU-ETS와는 다른 점이다. 유종민・이서진(2022, p.369)121) 에 따르면, 국내 ETS의 업체별 할당량은 “업체별 할당신청 인정량 x 조정계수122) x 무상할당비율”로 결정되는데, 2021~2023년 계획기간에 적용되는 부문별 조정계 수는 전환일반(0.88), 전환기타(0.84), 산업단지 전환(0.91), 산업(0.96), 건물(0.9), 수송(1.00), 폐기물(0.80), 공공기타(0.84)이다. 조정계수를 보면 산업부문보다는 전 환부문의 조정계수가 낮게 설정되고 있어, 배출권 할당량은 산업부문이 전환부문보 다는 더 우호적으로 배분되는 구조이다. 전환부문은 낮은 조정계수로 할당량이 적게 배분되어, 결과적으로는 배출권의 주요 수요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반면 산업부 문은 배출권의 주요 공급자가 되는 구조이다. 즉, 산업과 전환부문간 할당량 배분 방식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Fit for 55’ 패키지를 통해 탄소가격을 기존보다 훨씬 강력하게 반영할 계획이다. 가령, 탄소국경조정제(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통해 산업부문의 무상할당 배출권을 대폭 낮추거나, 점진 적인 폐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항공부문은 2027년까지 무상할당을 폐지할 계획이다
121) 자료: 유종민・이서진, 2022, 연료전환을 위한 탄소가격 반영 정책 비교분석, 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 Vol.
13, No. 3, pp.365~372.
122) 조정계수 = (사전할당량 / 할당신청 인정량).
(이상준, 2021). 더하여 유럽연합은 기존 ‘EU 에너지 세제 지침’을 온실가스 감축 및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환경 및 인체건강 영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였으며, 과세 대상 역시 항공유 및 선박유 등으로 확대하였다(이상준, 2021). 즉 유럽연합의 ETS는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 할당대상(할당 부문)을 확대하고, 무 상할당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탄소가격을 보다 강하게 반영하고, 더하여 에너지 세제 역시 환경영향에 근거하여 세율을 부과하도록 개정하였다.
EU-ETS 대비 느슨한 K-ETS의 설계 요소들은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적절 히 유도할 수 없다. 유종민・이서진(2022, pp.369~371)의 연구에 따르면 현행 K-ETS는 전력부문의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국내처럼 유상할당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는 석탄과 LNG의 연료전환 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어야 한다. 위 연구의 결과 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의 설계 하에서 유상할당 비중이 100%인 경우,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이 발생하는 배출권 가격은 약 30~40천 원/tCO2
이며, 유상할당 비중을 30%로 가정할 경우, 배출권 가격이 90천 원/tCO2 이상이어 도 연료전환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었다(유종민・이서진, 2022, p.369의 Table 1). 또한, 기준 할당방식(Benchmark, BM)과 이와 결합하는 유・무상할당 비 중에 따라서도 연료전환이 가능한 배출권 가격 수준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 한국전력거래소에 의뢰하여 수행한 원고용역 분석123)도 유종민・이 서진(2022)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해당 원고용역에 따르면 제3차 계획기간의 배출권거래제 하(유상할당 비중 10% 적용)에서 2020년 연평균 유연탄과 LNG의 연 료비를 적용할 경우, 유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을 유도하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배출권 거래가격은 약 120,400원/tCO2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9차 수급계획과 동일한 연료비 전제가 적용된 2017년의 연평균 연료비를 적용할 경우 약 79,700원/tCO2의 배출권 가격 수준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한 유 연탄과 LNG의 연료전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부록 2] 참고).
이론적으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 가격과 감축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고,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이 100%로 적용된다면 두 제도는 정 책적으로 차이가 없다(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의 이론적 비교는 [부록 3] 참고). 그러
123) 본 연구에서 원고청탁용역으로 한국전력거래소에 의뢰하여 도출한 결과를 정리한 것임(용역 과제명: 전력부문 온실가스 감축 정책기제 현황과 장・단점 비교 연구, 2022. 9, 용역 책임자: 윤호현 부장(한국전력거래소)).
나 무상할당이 적용된 배출권거래제는 탄소세보다 비용 효율적이지 않고, 규제대상 기업의 비용 부과 효과도 탄소세보다 낮을 수 있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의 경매수 입을 소득세 인하에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소요되는 반면, 일괄 배당, 혹은 무상할당을 통해 수익을 활용하는 것은 고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Parry and Williams, 2010)124). 또한, 배출권거래제의 무상할당은 분배효과에서도 탄소세와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부록 3] 참고). 결과적으로 K-ETS의 유・무상할당 비중 조정, 배출권 가격의 가격변동성 및 불확실성 완화 장치 등의 설계 요소들이 재조정 되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수단으로써 K-ETS의 기능은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현행 K-ETS 설계는 전력부문에서 유연탄과 LNG의 경 제급전순위 역전을 유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 EU-ETS의 설계 요소 와의 비교에서도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아울러 K-ETS는 가격변동성과 불확실성 을 보완할 장치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비록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구조로 제조업 수출경쟁력 측면을 감안하면, 배출량 할당 방식은 전환부문보다 산업부문을 더 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형평적인 할당량 배분은 자칫 산 업부문에 잘못된 가격신호를 제공하여 해당 부문의 탄소저감 유인을 저해 할 수 있 고,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와 같은 탄소무역장벽에 대한 기업의 대응 노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 K-ETS의 전력부문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기존 K-ETS의 설계 요소들을 대폭 강화하거나, K-ETS의 보완적 혹은 대체적 수단의 하 나로 탄소세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sources for the Future(접속 일: 2022.8.7)125)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전력부문은 낮은 탄소가격에도 가장 민감 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다른 부문 대비 가장 저렴하면서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줄 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World Bank, Ecofys, and Vivid Economics (2016)126)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전력부문을 중심으로 탄 소가격과 다른 정책수단 간의 상호 보완적인 정책 패키지 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124) Parry, Ian W. H., and Williams, Roberton C., 2010, “What are the Costs of Meeting Distri\-butional Objectives for Climate Policy?”, B.E. Journal of Economic Analysis and Policy 10(2): pp.1~35.
125) 자료: Resources for the Future 홈페이지, Carbon Pricing 101, (접속일: 2022. 08. 07), https://www.rff.org/publications/explainers/carbon-pricing-101/.
126) World Bank. Ecofys; and Vivid Economics, 2016,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2016(October). Washington, DC: World Bank. https://openknowledge.worldbank.org/handle/10986/25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