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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의 분포와 운행

라. 북관개시(北關開市)

3. 장시의 분포와 운행

일제시대의 재래시장에 관한 사항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총독부 가 해마다 장시 수, 거래량, 거래품목 등에 대하여 통계를 잡고 있었 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기록이 풍부하다.

지방의 장시의 규모는 대개 2,000~3,000평 내외로서 작은 장은 400~500평, 큰 장은 6,000~7,000평이었다. 일제하의 개시일별, 각 도 별 장시의 분포 상황은 <표 4-4>에 수록하였다.

1938년, 전국에는 모두 1,458개소의 재래시장이 있었는데, 그 중 74개소는 매일시장(저자)화된 도읍지의 재래시장이었고, 나머지

1,384개 시장이 정기적(대부분 5일 간격)으로 개시되는 정기시장으 로서 개시일은 1937년 총독부가 모든 행사를 일제히 양력으로 바꾸 기 이전은 음력에 따랐다.

개시일에 있어 주목할 사항으로는 9할 이상이 5일마다 개시되는 5일장이었다. 그 반면에, 약 5%가 매일시(每日市)로서 경기도와 함 남북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이는 다름 아니라 경기도는 일제 지배 초기부터 서울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상당히 발달되어 대부분 장시 성격의 매일시가 서울 변두리에 번성했고―제2, 3호 시장 제외― 일 제 침략 말기 함남북에는 산업철도가 곳곳에 부설되고,9 광공업과 주요 산업기지가 들어서고, 도읍이 여러 곳에 번창하면서 재래 정기 시장 성격의 저자가 매일시장의 규모를 크게 갖추었기 때문이다. 따 라서 이들 시장은 상설 제2, 3호 시장의 분류로는 아직 인허가가 나 지 않은 채 제1호 시장의 상태에 있는 일종의 재래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5%의 장시 수(22개소)는 이른바 대소시(大小市)로 분류 하였는데, 이는 다음 세 가지 이유의 하나로 두 개의 장날(예컨대 2․7장과 4․9장)이 합쳐져 대부분 한 장소 혹은 인접 두 장소에서 큰 장(大市), 작은 장(小市)으로 개시되었다. 첫째 경우는 도읍지의 장시에 대한 인근 및 원근의 이용자(상인 및 주민)로부터의 수요가 늘어남(상설화)에 따라 최소 2~3일 간격의 장이 서야 할 경우로서, 작은 장은 당해 지역 주민만이 주로 모이는 반면 큰 장에는 인근 및

9 참고로 일제시대 주요 철도의 부설 상황을 연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경인선(1899), 경부선(1905), 마산선(1905), 경의선(1906), 송림선(1906), 평남선(1910), 호남선(1914), 경원선(1914), 안성선(1925), 함경선(1928), 충북선(1928), 장항선(1931), 수려선, 도문선(1933), 혜산선(1937), 수인 선(1937), 만포선(1939), 평원선(1941), 중앙선(1942) 등(교통부 자료).

원근의 이용자가 운집한다.

예컨대 당시 광주부 사정(社町: 龜岡町)시장이 2․4․7․9일에 열 렸고(2․7일이 大市), 경주읍내장(노동리 2․4․7․9일), 제주 舊古 面 가축장(매 3일 간격), 김천읍장(本町: 1․6․5․10일), 삼천포읍 장(仙龜里, 1․4․6․9일) 등을 열거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로는 보통장과 가축시장(우시장)이 따로 개시되었던 것을 합병한 지역에 열되 장날은 각기 따로 정하는 예로서, 이를테 면 평남 新安州場(보통장 2․7일; 가축장 3․8일), 鳳鳴場(보통장 2․7일, 가축장 4․9일) 등지에서 흔히 보는 바이다.

끝으로 시장세가 비등하거나 아주 가까이 있어 경쟁이 심한 두장 이 합쳐 편의상 한 장소―혹은 아주 가까운 두 개 장소―에서 두 무 리의 장날이 개시되는 예로서, 경북 칠곡의 仁洞場(仁義洞 2․7일;

眞坪洞 4․9일), 평남 藤湖里場(中部落 2․7일; 東部落 5․10일) 등 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당시의 장시 중에는 매 2일(전남 해남군 왕천면 팔산리 2 일시), 혹은 매 3일(강원도 통천군 고저읍 하고저리), 매 4일(황해도 평산군 신남천리), 매 5일(진도 고군면 고성리 5일시), 매 7일(진도 군 마산면 맹진리 7일시), 매 10일(진도군 임준면 석교리 10일시) 등 10일 간격으로 개시되는 지역이 19개소나 되었다.

그 외 24개소는 장시일이 불규칙―예; 1․6일, 2․8일 등―하거나 또는 개시되지 않은 상태의 장들이었다.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품목은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직물 류 그리고 기타 생필품과 농업자재를 망라하고 있는데 대개 가을 추 수 후 다음 해 정월까지 거래가 가장 많고, 봄에는 춘궁으로 가장 적 으며, 농번기에는 출시인이 적어 한산한 편이다. 이들 상품의 연간 거래액의 크기에 따라 장시의 분포 상황(1938년 말)을 보면 <표

4-5>와 같다. 즉 전체 장시의 11.1%가 연간 거래규모 1만 圓 미만으 로서 지극히 빈약한 휴시 상태에 있었고 38.9%가 1만~10만 圓의 소 규모 시장이었다. 그리하여 연간 거래액이 25만 圓 미만인 장시가 전체의 74.4%를 차지하고 있으며, 25만 圓 이상 50만 圓 미만의 시 장이 12.8%, 그리고 50만 圓까지의 시장이 7.8%, 100만 圓 이상이 5%이었다.

거래고 25만 圓 미만인 장시는 이른바 기초시장(standard market) 으로 볼 수 있는데, 지방에 있어 여러 개 면에 대한 교환경제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 물론 이 중에 연간 거래액이 1만 圓 미만인 장들은 대부분 왕년에 번영을 구가했으나 그 후 철도 및 역(驛)의 우 회, 도로의 대체, 도청 및 면사무의 이전, 병영(兵營)의 몰락 또는 부 근에 새로운 하물 집산지의 신흥 등에 의해 자연히 쇠퇴한 경우와 새로 장을 개설하여 아직 성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초시장은 지방 말단 행정 및 벽지의 요 충지에 위치하여 그 시장권 내의 주민의 기초적 교환 수요를 충족시키 는 장이다.

다음으로 거래액이 25만~50만 圓인 장시들은 그 지역 또는 그 군 내에서 각 기초시장들의 중심을 이루는 중급시장(intermediate market)으로 보인다. 대개 군청 소재지 또는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도읍지에 소재하여 상설점포와 시가지가 상당히 형성된 곳에 매일 시장도 열려 그 지방의 물자 교역의 중심 구실을 수행한 곳이다.

100만 圓대의 시장은 대부분 여러 개의 군 단위 경제권을 포용하 는 도시형 시장으로서 기초중급시장에서 수집해 오는 농산물품을 최종 소비하거나 도매하고 일상 필수품과 공산품을 도산매함으로써 지방상인의 정기적 내집처(來集處)가 되는 ‘중심 대시장(central market)’을 말한다.

재래시장의 시장권과 그 이용 범위를 보면<표 4-6>, 전국 평균 1

(1.5) 259 251 290 275 245 1,320 (90.5)

표 4-5. 일제하 거래고별 장시 수의 분포, 1938년 말

108 표 4-6. 일제하 재래시장의 시장권 이용 세력, 1938 도별1시장당읍면 수시장간 평균거리

거래고(천원)1시장당면적(방리)1시장당호수1호당 거래고(원)읍면총수시장당총액1시장당총면적1시장당총호수1시장당 경기도 강원도 충 북 충 남 전 북 전 남 경 북 경 남 황해도 평 남 평 북 함 남 함 북

432 175 106 173 176 252 251 242 212 140 173 130 75

2.2 1.2 1.7 2.0 2.8 2.1 1.5 1.7 1.8 1.0 1.7 1.0 0.9

약 3리 약 5리 약 3.5리 약 2.5리 약 4리 약 3리 약 3리 약 2.5리 약 4리 약 3리 약 7리 약 6리 약 6리

28,875 24,059 17,974 21,943 14,170 17,550 44,544 29,062 47,460 33,607 41,379 32,574 18,434

275 162 189 249 228 146 263 201 409 235 413 260 227

748 1,668 508 550 607 883 1,233 788 1,080 1,084 1,680 1,817 1,134

7.1 11.2 8.1 6.2 9.7 7.3 7.2 5.4 9.3 7.5 16.8 14.5 14.0

294,808 286,996 168,997 268,001 280,292 457,801 439,855 375,138 313,345 228,185 287,679 263,565 138,794

2,807 1,939 2,725 3,045 4,520 3,815 2,602 2,605 2,701 1,595 2,876 2,108 1,713

97 83 106 81 50 38 101 77 151 147 143 123 132 전 국2,3371.6약 4리371,63225413,7809.43,803,4562,59997 * 재래시장총수 1,463개소 중에는 일부 지방의 휴지중의 장시가 포함돼 있음. * 1리는 4㎞ 속칭 10리임. 자료: 文定昌(1941, 140).

1시장당 평균 호수(戶數)는 전북이 4,520호로 가장 많았고, 평남이 1,595호로 가장 적었다. 1시장당 면적은, 평북이 16.8방리(方里)로 가장 넓었고, 함남, 함북, 강원도가 다음으로 넓었으며, 경남, 충남, 전남북의 시장권이 가장 좁은 편이었다. 따라서 거래시장 간의 평균 거리는 상기 이북 각 도가 60~70리로 가장 멀었고 충남, 경남, 전남 북 등 남한 여러 도가 25~30리로 밀도가 높았다. 이것은 1시장이 포 용하는 평균 읍면 수가 전자의 경우 1읍면 내외인 반면, 후자는 평 균 2개 읍면에 하나의 시장을 갖고 있음과 상통한다.

<표 4-6>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시장 평균 포용 인구는 1시장 당 호수 및 읍면 수와 비례하여 전북이 19,854인(1926년 말)으로 가 장 많았고, 평남이 9.658인으로 가장 적었다.

호당 거래액―재래시장의 총거래액을 그 시장권 이용 호수로 나 눈 액수―는 1시장당 거래액과 마찬가지로 황해도가 호당 151천 圓 으로 가장 많았고 평남북, 함남북 등 북한 지역이 남한 지역보다 훨 씬 많았다. 즉 호당 거래액은 시장권의 면적에는 정비례하고, 인구 의 크기 및 밀도와는 반비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인구가 많고 교통 물산 등의 사정이 양호한 남한 지역에서는 시장 설치의 요구(수요)가 높아 상대적으로 많은 시장이 개시되었고 또 정식으로 개시된 시장(재래시장) 외에도 행상, 도매시장 등 수많은 매매거래의 출구가 있었기 때문에 재래시장의 이용집중도가 상대적 으로 낮았다. 그 반면에, 인구가 적고 교통 조건이 불비한 넓은 면적 의 산악 지방에서는 주민이 오로지 한 시장에 의존해 매매를 하기 때문에 1시장당으로 보나 호당으로 계산해 거래액이 상대적으로 높 게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수많은 소시 장(小市場)이 군립(群立)한 반면, 인구가 희박한 지역은 소수의 대시

장(大市場)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그뿐 아니라 인 구밀도는 대체로 사회, 문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밀도가 높 은 지역에는 대개 상가지(商街地)와 같은 곳이 형성되어 있어서 주 민의 재래시장에 대한 수요가 분화되었고,10 그 반면에 인구가 희박 한 지역은 재래시장 이외의 매매교환처가 거의 없었다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