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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결: 공론장 기능 활성화의 조건

문서에서 농업회의소 성과평가 및 발전방안 (페이지 131-138)

뚜렷한 법률적 근거 없이, 즉 지위나 업무 절차에 대한 법률적 보장 없이 설립되 어 운영되는 농업회의소들은 다양한 유형의 공론화 절차를 개발해왔다. 크게 보 아 5개 유형으로, 더 세부적으로 나눈다면 16개 유형의 절차가 생겨났다. 이는 농 업회의소 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기록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읍·면간담회 -분과위원회-농정협의회’로 이어지는 경로의 개발과 확산은, 한국의 맥락에서 독특한 제도화의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공론화는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낳는가? 그 양적 지표로는 농업회의소를 통 해 농업인들의 정책 제안이 얼마나 많이 제시되었고, 그것이 정책 사업이나 조례·

지침 등에 반영된 건수가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터이다. 이 부분에서 신 뢰할 만한 전국 수준의 자료는 없다. 다만, 공론장 기능을 가장 활발하게 수행한 사례라고 여겨지는 CP군 농업회의소의 정책 반영 실적을 기록한 자료가 믿을 만 하다. CP군 농업회의소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총 888건의 의견을 농업인 으로부터 수렴해 360건의 제안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했다. 그중 125건의 제안 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에 수용, 반영되었다.

구분 12년 13년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19년 20년 계

의견 수렴 등 (회/년)

읍·면간담회 16 16 8 8 8 8 8 8 - 80

분과위원회 6 12 12 12 7 7 7 7 7 77

정책협의회 1 1 1 1 1 1 1 1 1 9

제도개선 및 정책반영 (건/년)

의견수렴 28 69 120 65 85 92 190 152 87 888

제안건 수 18 23 43 22 43 51 68 51 41 360

반영건 수 13 8 10 5 18 14 18 22 17 125

<표 4-2> CP군 농업회의소의 공론화 절차를 통한 의견 수렴 및 정책 반영 실적

자료: 김대헌(2021: 28)

앞서 확인한 16개 유형의 공론화 절차가 모두 동등한 비중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포괄성과 공식성이라는 두 원칙에 따라서 본다면 유형마다 특징이 다르다.

의사소통의 밀도가 가장 높고, 폭이 가장 넓은 공론화 절차는 ‘읍·면간담회-분과 위원회-농정협의회’(2-가-B)로 이어지는 유형이다. 거꾸로 가장 단순하며 공론 장 성격을 가장 약하게 지니는 절차는 ‘농정부서에 대한 수시 구두 및 서면 건 의’(1-A) 유형이다.

농업회의소마다 비슷한 수준에서 여러 종류의 공론화 절차를 형성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설립·운영한 지 오래된 곳일수록 더 다양하게 공론화 절차를 운용하 는 경향이 있다. 가장 먼저 설립된 CP군(9개 유형)이나 JN시(8개 유형)의 농업회 의소에 비해 근년에 설립된 YB군(5개)이나 YD군(3개)의 농업회의소에서는 공 론화 절차 유형이 덜 다양하다.

물론, 설립 연도와 공론화 절차의 다양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가령, HB군 농업회의소의 경우 설립 연도가 비교적 오래된 곳임에도 다양한 공론화 절 차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SG군 농업회의소나 SA시 농업회의소는 오래전에 설립 된 곳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다른 지역의 농업회의소에 비해 공론화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회의소의 운영 경험이 축적되면서 공 론화 절차를 다양하게 형성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데, 그런 발전을 가로막거 나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포괄성 공식성

2-가-B

1-A

1-가-B 3-가-B

1-가-A 2-가-A

2-가-C

가-A 가-C

4-D D

1-E 1-가-F

2-가-F

1-가-G 2-가-G

2-가-H 4-가-H

<그림 4-4> 농업회의소 공론화 절차들의 성격

자료: 저자 작성.

가령, ‘읍·면간담회-분과위원회-농정협의회’로 이어지는 절차를 운영하다가 그만둔 농업회의소 중에서 읍·면간담회와 분과위원회까지는 진행되지만 농정협 의회를 열지 못하고, 농업인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비공개 간담회나 서면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하고 끝나는 곳들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태도 가 공론화 절차 형성 및 운영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농업회의소를 통 해 농업인들의 정책 제안을 풍부하게 수렴해도 그것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민과 관이 협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태도

여하에 따라 농정협의회 개최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로 보장되 지 않은 상태에서 농업인의 정책 제안을 지방자치단체의 농정 기획 과정에 반영 하려는 나름의 노력도 일부 시도된다. YB군의 경우, 현재 공식적으로 지방농정 심의 기능을 위임받은 지방 농정심의회에 농업회의소가 관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였다. 농업회의소를 경유한 정책 건의를 지방 농정심의회에서 직접 심의 하도록, 그리고 농정심의회 위원으로 농업회의소 주요 인사를 당연직으로 위촉 하도록 규정한 조례다(김정섭 외, 2020: 41). 그렇게 조례를 제정하지는 않았지 만, 지방 농정심의회 위원으로 농업회의소의 주요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경 우들도 있다.

<참고 4-1> “YB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지원에 관한 조례” 중 농업회의소 관련 조항

제9조(민관협치 농정 확대) 군수는 농업인 및 농업인단체의 대의기구인 YB군 농업회의소 를 중심으로 협치에 관한 시책을 발굴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중략)…

제11조(정책심의회의 기능) 정책심의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중략)…

3. YB군 농업회의소의 회장이 정책심의회에 부의를 요청한 사항

…(중략)…

제12조(정책심의회의 구성) ① 정책심의회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 2인을 포함하여 35인 이 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② 위원장은 군수가 되고, 부위원장은 부군수가 되며, 다른 1명은 제3항제2호부터 제4 호까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③ 위원은 당연직 위원과 위촉직 위원으로 구성하되, 당연직 위원은 농정과장, ○○경영 과장, 산림녹지과장, 농업기술센터소장, 농업회의소 회장 및 분과위원장 9인이 되 며, 위촉직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사람 중에서 군수가 위촉한다.

1. 관계 행정기관의 장 3명 이내

2. 생산자단체, 농업인단체, 소비자단체 및 식품산업 관련 단체의 장 11명 이내 3.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관련 대학·연구소·국제기구에서 조교수·연구원 이상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하였던 사람 및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관련 단체·행정기 관·사업체 등에서 5년 이상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사람 6명 이내 4. 지역농업 및 식품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농업·식품산업 종사자 대표 13명 이내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law.go.kr). 2021년 11월 1일 검색.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는 확인할 수 없으나, 농업회의소가 이 같은 공식성을 지 니는 공론화 절차 운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농업회의소의 대의 기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실무 수준에서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이 미흡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농업회의소 임원들 과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의 비공식 간담회 정도로 충분하다고 믿거나(즉, 공론화 절차의 공식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지 못하거나), 아예 ‘대의 기능’이 농 업회의소가 수행해야 할 근본적인 역할임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농업회의소의 주된 역할은 지역 농업인의 의견을 지 방농정 과정에 집약해 반영하는 의사소통 기능, 즉 공론장 기능(또는 대의 기능) 이다. 현재로서는 법률로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공론화 절차를 농업회의 소들이 개발해 실천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불충분한 상태에 있는 곳들도 적지 않 다. 농업회의소의 공론장 기능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와 농업회의소 모두 이런 절차의 필요성과 그 운영의 세부에 관해 학습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농업회의소를 설립하려는 지역에서 그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런 학 습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제5장

공론장 기능 외의 사업 및 활동

공론장 기능 외의 사업 및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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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서 농업회의소 성과평가 및 발전방안 (페이지 13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