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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금융기관의 정리방식과 공적자금

문서에서 공적자금 투입의 중간평가와 과제 (페이지 179-185)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의 선택은 해당 부실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부실의 규모와 깊이에 달려 있다. 특정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로 인한 여타부문으로의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면(즉 체계적 위험이 적다면) 해당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소요되는 직접비용이 최소화되 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부문으로 의 파급효과가 상당한 정도라면(즉 체계적 위험이 크다면) 해당 부실금융기관의 정리비용뿐만 아니라 여타부문에의 파급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한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정리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를 통해 정부가 얻고자 하는 바는 특정 부실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융시 스템의 안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실물경제의 원활한 작동이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시장규율과 자기책임의 원칙이 분 명히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방식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 ① 일정한 제약하에 영업을 지속하는 방식, ② 타 금융기관과의 합병 을 강제하는 방식, ③ 청산방식, 일정한 제약하에 영업을 제약하는 방식에는 자력갱생방식, 경영층 교체 없는 자본투입방식, 감독당국 의 통제방식, 그리고 국유화 방식 등이 있다. 타 금융기관과의 합

병을 강제하는 방식에는 금융기관의 지분을 취득하여 금융기관 전 체를 인수하는 지원합병assisted merger과 자산 및 부채의 일부만을 인수하는 계약이전방식purchase and assumption이 있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전 금융기관에 대하여 이 세 가지 방식을 혼용해 서 사용해오고 있다. 대체로 은행과 투신의 경우는 주로 영업을 지속시키는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일부 합병방식을 병행하였다.17) 생보사에 대해서는 주로 합병방식을 채택한 반면에 증권사, 종금 사, 상호신용금고 및 신용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주로 청산방식을 사용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재정이 궁극적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재정 비용은 일반적으로 청산, P&A, 지원합병, 국유화 등의 순서로 많 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별금융기관별로는 특 별한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동현(2000)은 금융권별로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재정이 궁극 적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재정비용을 추정하고, 이를 이용하여 투 입공적자금 대비 재정비용 비율(재정비용률)과 자산대비 재정비용 비율을 추산하였다. 이 결과를 살펴보면 몇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은행권(42%)에 비해 비은행권(73%)의 재정비용률이 약 1.7배 수준으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 ① 비은행권의 경우 은행권에 비해 담보여신 비중이 낮거나 담보여신의 경우에도 은행 권보다 후순위라는 점에서 비은행권의 부실채권회수율이 은행권보 다 낮기 때문이다. ② 퇴출방식이 생존방식보다 재정비용률이 높 은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권의 부실은행 정리에는 퇴출보다는

17) 5개 퇴출은행, 조흥, 한빛은행 및 신세기투신, 한남투신

생존방식이 주로 채택된 반면 비은행권의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서 도 상대적으로 퇴출방식이 주로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표 3-7> 금융권별 재정비용, 재정비용률 및 자산대비 재정비용비율 추정치

1)

(단위 : 조원) 공적자금

투입규모(A)

재정비용 (B)

재정비용률 (B/A)

재정비용/

자산

5개 퇴출은행 12.4 9.8 79% 22.0%

제일은행 12.5 5.5 44% 13.1%

서울은행 8.1 5.0 61%

-7개 조건부 승인은행 14.4 5.1 35%

-13개 BIS비율 8% 초과은행 8.0 0.7 9%

-3개 특수은행 및 기타 14.9 4.0 27%

-소 계(C) 70.3 30.1 42%

종금사 11.9 10.3 86% 49.0%

투신사 12.2 9.1 74% 10.9%

보험사 10.5 6.4 60% 29.7%

상호신용금고 3.1 1.9 59%

-신용협동조합 1.5 1.0 66%

-소 계(D) 39.3 28.7 73%

-전 체 109.6 58.8 56%

-주 : 1) 지동현(2000)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2000년 7월 기준임.

둘째, 자산대비 재정비용 비율을 추산해 본 결과 종금사(49.0%), 보험사(29.7%), 5개 퇴출은행(22.0%), 제일은행(13.1%), 투신(10.9

%)의 순서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로 이와 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① 금

융권별로 부실의 정도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② 금융권별로 서로 다른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을 채택하였다. 즉 종금은 주로 청산 방식, 5개 퇴출은행과 보험사는 P&A, 제일은행과 투신은 국유화 방식을 채택한 바, 대체로 이 순서로 정리비용이 높은 것이 일반 적이다.

한편 정부가 선택한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은 공적자금 최소화 의 원칙에 비추어 몇가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정부가 강제합병에 의한 정리방식을 채택한 사례에서 인수 금융기관의 적격성 여부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인수금융 기관의 적격성은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한 이후에도 인수 금융기관 의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만 확보된다. 예를 들어, 신세기투신 을 인수한 한국투신과 한남투신을 인수한 국민투신(현재 현대투 신)은 인수 당시 부실징후가 매우 큰 금융기관이었다.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부실징후 금융기관에게 인수시킨 것은 인수한 금융기 관의 부실화를 오히려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실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을 확대시키는 정책결정이었다 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 후 한국투신은 공적자금을 지원 받고도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현대투신 은 공적자금 지원을 전제로 해외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유 사한 사례는 생보사의 합병사례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금호생명의 동아생명 인수, 현대의 조선생명 인수, 대한생명의 현대 및 삼신생 명 인수 등이 그 예이다.

다음으로 부실금융기관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등합병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18)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이 다. 이들 두 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은 자산 100조원 규

18) 첫번째 사례는 과거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합병에서 볼 수 있다.

모의 대형은행으로 출범하면서 초기에는 주가가 10,000원을 상회 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양 은행 의 실질적인 통합과정에서 양 은행 출신자들이 지속적으로 대립하 면서 좋지 않은 경영성과를 계속 보여주었다. 급기야 2차 금융구 조조정 과정에서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추가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기에 이르렀다. 애초에 이들 두 은행은 자산 및 부채 구성, 지점망 등에서 매우 비슷했으며, 낮 은 수익성을 보였던 면에서도 유사했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주로 지점망과 인원감축을 통해 오버헤드 비용을 약간 줄일 수 있었지 만19) 전반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정부는 양 은행에 합병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초 대형 국유은행을 만들었다. 애초에 국유화는 경영정상화 이후 민 영화를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두 대형 부실은행의 합병으로 민영 화가 한층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 합병은행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증가함에 따라 능력과 의사를 갖춘 전략적 투자가 를 찾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고 잠재적 투자가에게는 위험이 한층 증가한 투자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는 제일, 서울,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은행뿐만 아 니라 한국투신, 대한투신, 대우증권, 대한생명 등 비은행금융기관 에 대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실질적인 국유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선택이 불가피하고 최선의 선택이었는가에 대해서 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19) 두 은행은 합병 이전에 2위와 3위의 지점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슷한 숫자 의 지점과 인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1인당 운영비용도 비슷했으며 은행 전체 평균보다 11% 가량 높았었다. 합병 후 한빛은행은 지점을 17% 감축한 반면 인원은 1999년에 4%만을 감축하여 합병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2000년 에 들어 지점은 5%, 인원은 2% 추가 감축하고도 한빛은행은 여전히 가장 큰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표 3-8> 예금보험공사의 주요금융기관 출자액(2001년 6월말)

(단위 : 억원)

금융기관 총출자액 감자‧매각 순출자액 지분율(%)

우리금융지주회사 59,580 100

서울은행 46,809 40,701 6,108 100

제일은행 49,586 19,181(감자)

4,502 45.92 25,903(매각)

조흥은행 27,179 1(감자) 27,178 80.05

제주은행 531 100

수협중앙회 11,095 11,095 100

서울보증보험 46,500 46,500 100

대한생명 20,500 20,500 100

한국투자증권 43,000 43,000 86.60

대한투자증권 25,000 25,000 86.32

자료 : 재정경제부‧공적자금관리위원회(2001)

넷째, 정부는 1998년 6월 자체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5개 은 행(동남, 대동, 동화, 경기, 충청)을 P&A방식으로 퇴출하였다. 이 는 우리나라 은행설립 이후 금융감독당국에 의한 최초의 강제퇴출 로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엄정한 시장규율 이 적용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정부 는 2000년 12월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평가된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을 공적자금을 지원한 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회생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 은행은 이미 퇴출된 5 개 은행과 마찬가지로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었으며 그 규모 와 업무의 내용면에서도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퇴출과 공적자금 투 입 후 회생이라는 전혀 다른 정리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정부가 일관된 원칙에 입각하여 구조조정 방식을 선택하고 최소비용의 원

칙에 충실하게 공적자금 투입 결정이 이루어져 왔는가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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