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전의 사회적 위험과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양상은 매우 다르다. 따라서 적용되는 정책의 내용이나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우선 이전의 사회적 위험은 고령, 실업, 질병, 장애 등으로 인 한 소득능력의 상실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소득보전을 위한 사회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에스핑 앤더슨이 복지국가의 유형화를 위해 사용한 개념 중 하나인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가 이전의 사회적 위험과 관련된 정책의 핵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 탈상품화란 개인이 시장에 의 존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Esping-Andersen, 1990: 22). 이때 복지혜택은 시민권과 같이 개인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 는다. 반면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탈산업화와 시장자유화에 따른 노동시 장 불안정성의 증대와 여성의 경제참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가 족구조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소득보장보다는 구직자나 실업 자가 노동시장으로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적극적노동시장정 책(ALMP)과 일-가족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서비스와 양육수당 등이 주를 이룬다. 복지국가는 두 가지 유형의 위험에 대응한 사회정책 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적절히 조합(mixture)을 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구사회정책은 이미 충분히 자리매김한 상태이기 때문에 혜택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기존의 특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신사회정책은 반면에 저발전의 상태부터 시작해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림 4-1>은 복지국가가 구사회정책과 신사회정책 의 확대, 유지, 축소에 따른 복지제도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두 가지 복지정책 조합을 동시에 늘리거나 줄이거나 혹은 유지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사회정책과 신사회정책을 모두 확장하는 경우는 복지국가가 황금기를 누리는 시기(1970년대)에 북유럽 국가들에 서 구사회정책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동시에 신사회정책을 확대하였던 사례를 들 수 있다(Bonoli, 2007). 그러나 경제가 저성장의 국면에 접어
<그림 4-1> 사회적 위험의 양상에 따른 정책 조합
참고: Häusermann(2012)을 필자가 재구성
들고 재정정책을 국가가 독단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구사회정 책과 신사회정책을 동시에 늘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사회정책의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사회정책을 늘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둘째, 구사회정책과 신사회정책을 모두 축소하는 경우 는 이념형(ideal type)으로만 가능하다. 만약 제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위험과 관련된 혜택을 축소하여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관련된 혜 택을 늘리지 않고 오로지 축소만 한다면 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 집단들 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되며 결국 개혁을 추진했던 정치세력은 정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피어슨(Pierson, 2001)은 비난회피(blame avoidance)라는 개념을 통해 유권자들의 반발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정책 은 다음 선거에서 패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복지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집권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
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위험의 양상이 변화함에 불구하고 복지정책을 계 속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음 절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겠지만 제도변화의 유형 중 표류(drift)라 불리는 의도적인 정치적 선 택과 관련이 있다. 해커(Hacker, 2004)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등장에 대해 정치인들이 이를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 문에 탈정치적(apolitical)이라는 에스핑 앤더슨(Esping-Andersen, 1999) 의 주장을 비판을 했다. 오히려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정책결정자가 사회 적 위험의 양상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위험을 사유화 (privatized) 함으로써 개인 혹은 가족이 스스로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게끔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의도적으로 제도변화를 회 피함으로써 제도 자체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변화하 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여 사회 정책을 재조정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 아가는 표류(drift)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Hacker, 2004).
다음으로 두 가지 정책 사이의 비중을 재조정하는 정책적 조합은 다음 과 같다. 우선 복지 보호주의라고 불리는 정책적 조합은 기존의 복지제 도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요구를 묵인하는 경 우다. 안정적인 고용을 바탕으로 사회보장기금을 납부하면서 충분한 복 지혜택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 려 자격요건을 강화하면서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일자리같은 비정규직 노 동자들을 복지혜택의 주변부로 내몰아가는 방식의 이중화(dualization)가 복지 보호주의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Emmenegger et al., 2012; Palier and Thelen, 2010). 반면에 신사회정책은 확장하면서 구사회 정책을 축소하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는 노동시장과 가족구조의 변화 에 대응한 새로운 유형의 사회정책을 확대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최근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회투자전략이 이 영 역에 속한다. 또한 소득보장 중심의 기존의 사회적 혜택은 축소하는 동 시에 혜택 수혜에 대한 조건을 강화함으로써 취업을 유도하는 근로연계 복지(workfare)도 이 영역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1980년대 이후 사회적 위험의 양상이 변화하면서 복지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조합은 이
중화, 사회투자전략, 근로연계복지라고 할 수 있으며 지난 30여 년 동안 세 가지 유형의 정책적 조합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다음 절에 서는 세 가지 정책적 조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