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핑 앤더슨의 세 가지 복지레짐의 유형에 대한 연구는 비교 복지국 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 1990년 저작인 『복지국가의 세 가 지 세계』의 경우 피인용수가 2만 7천 건이 넘으며, 1999년 저작인 『탈 산업사회의 사회적 기원』의 경우 약 7,660건에 이른다(Google Scholar 기준, 2017년 3월 13일 접속). 그가 제시한 세 가지 복지 국가 유형은 복 지 모델링 비즈니스라고 여겨질 정도로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Abrahamson, 1999; Powell and Barrientos, 2011), 비교복지국가 연구에 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러다임’(paradigm)(van Kersbergen and Vis, 2013) 혹은 ‘고전’(Danforth, 2014)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에 스핑 앤더슨의 저작은 강도 높은 비판과 논의의 주제이기도 하다. 지금 까지의 비판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세 가지 복지 레짐 이외에 새로운 복지 레짐을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의 흐름이 있다.
우선 호주와 뉴질랜드를 독립된 레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astles and Mitchell, 1993; Castles, 1996). 호주와 뉴질랜드는 잔여적 인 성격이 강한 자유주의 복지모델로 간주된다. 실제로 소득 보장은 자 산조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호주의 ‘메디케어(Medicare)’는 권리를 바탕
으로 제공된다. 또한 사회보험형 복지국가들보다 요구 심사 (needs-tested) 혜택의 수준이 낮지만 요구의 민감성은 높은 편이다. 아 이가 있는 가족에 대한 사회부조 혜택은 1인 가구 보다 2배 많다 (Castles, 1996). 연금 혜택은 노령인구의 3분의 2에게 제공되며 대부분 의 중산층까지 적용된다. 캐슬스와 미첼(Castles and Mitchell, 1993)은 복지제공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호주와 뉴질랜드 는 자유주의 복지레짐의 성격이 강하지만 기능적으로 등가적인 복지의 보장이 노동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임금중재시스템(wage arbitration system)’이며, 평등주의와 임금 노동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측 면에서 고유의 특징을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에 스핑 앤더슨(Esping-Andersen, 1999)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임금보장을 통한 복지 제공 시스템이 1980년대부터 침식되었으며 시장자유화가 진행 되면서 이제는 자유주의 복지레짐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 유럽 국가들을 독립적인 복지레짐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연구들도 있다 (Leibfried, 1992; Ferrera, 1996; Castles, 1996). 이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남유럽 국가들에서 사회적 혜택은 정치적 후원주의(political clientalism) 를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연금과 공공 일자리가 선거를 승리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제공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강한 가족주의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돌봄과 부양을 가족 내에서 당연히 해결되거나 제공되어야 한다고 인식되며 가족은 대체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다는 믿 음이 강하다(Leibfried, 1992). 미나스 등(Minas et al., 2014)은 2000년대 후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족, 시장, 국가에 의한 복지의 제공, 종교 (종교활동 참여 정도), 후원주의(부패에 대한 인식)라는 네 가지 차원을 중심으로 군집분석을 실시한 결과 남유럽 국가들이 독립된 유형으로 분 류된다고 주장했다.
둘째, 이론적 차원에서 젠더와 가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복지국가의 다양성을 젠더의 측면에서 다시 개념화하려고 노력했다. 젠더 연구자들은 에스핑 앤더슨이 복지국가를 유형화하는 데 있어서 젠더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
지와 돌봄의 제공에 있어서 가족의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부족하 다는 입장이다(Arts and Gelissen, 2002). 또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제 외되거나 진입하는 정도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다. 여성은 오랜 시간 전에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획득했다. 그러나 사회권과 관련해서 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사회적으로 자리매김된 젠더 역할 때문에 여 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Bulmer and Rees, 1996). 많은 페미니스트 저자 들에 따르면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 사이에 젠더 격차가 있다 특히 무급 노동의 경우 돌봄과 집안일에 있어서 그 격차가 크다. 따라서 이들은 이 러한 젠더 격차를 복지 유형화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Lewis, 1992; O’Connor, 1993; Orloff, 1993; Sainsbury, 1996; O’Connor et al., 1999). 사회적 돌봄과 관련해서 델리와 루이스(Daly and Lewis, 2000;
289)는 다른 스타일의 사회 정책이 사회적 돌봄의 핵심적인 요인들을 다 르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북유럽 국가들은 강한 제도화된 돌봄 서비스를 노인층과 유아들에게 제공한다. 반면에 지중해 복지국가들은 이러한 돌봄의 기능이 가족 내에서 사유화되어 있다. 독일은 종교단체나 자선단체와 같은 자발적인 서비스 제공자의 기능에 의존한다. 베버리지 (Beveridge) 성향의 복지국가들인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육아와 노인 돌봄 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다(Arts and Gelissen, 2002: 147). 육아에 대해서는 집단화(collectivization)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논 의들이 비록 실제 복지국가 유형화 분석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달리와 루이스는 사회적 돌봄이 유형화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 다. 시에로프(Siaroff, 1994)는 기존의 문헌들이 어떻게 젠더 불평등이 사 회 정책과 복지국가에 배태되어 있는 지에 대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좀 더 젠더 문제를 반영한 복지 국가 레짐의 유형화를 위 해서 그는 노동과 복지에 있어서 젠더 불평등 혹은 평등과 관련된 다양 한 지표들을 검증했다(Arts and Gelissen, 2002). 섹손베르그(Saxonberg, 2013)는 에스핑 앤더슨의 유형화 모델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의 비판은 탈가족화와 가족화와 관련된 지표들을 반영한 유형화의 연구들을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젠더 문제를 반영한 수많은
복지국가 유형화 연구들이 등장했지만 가족화나 탈가족화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 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들이 도출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스 트들의 핵심적인 주장이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 사이에서 남녀 간의 역 할의 차이를 없애는 거라면(Lister, 2003), 탈가족화보다는 탈젠더화 (degenderizing)를 반영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젠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 유급 육아 휴가의 수준과 국가의 육 아에 대한 지원을 꼽았다. 두 차원을 고려해볼 때 탈젠더화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진행된 국가들은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며, 반대로 젠더화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들은 오스트리아, 이탈 리아, 룩셈부르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었다. 미국, 호주, 영국 역시 젠 더화수준이 높은 국가들로 분류되었는데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육 아 서비스가 부족하며, 육아에 대한 공적지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셋째, 세 가지 복지 레짐의 유형화를 다른 정책 영역으로 적용했을 때 여전히 적절한 유형화인지에 대한 논의다. 에스핑 엔더슨이 제안한 세 가지 복지 레짐의 분류 기준인 탈상품화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 정규 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정책만을 고려하고 있다 (Esping-Andersen, 1990). 이 후 많은 연구자들은 소득보장정책 이외의 다양한 정책적인 측면을 반영하여 복지국가 유형화를 시도했다. 예컨대, 레진(Ragin, 1994)과 샬레브(Shalev, 1996)는 연금 혜택을 분석했으며 고 우프(Gough, 2001)는 사회 부조 정책(social assistance)을, 캥거스 (Kangas, 1994)는 의료 보험 제도에 대해 분석했다. 브루만(Vrooman, 2009)은 사회보장과 관련된 1990년대 중반의 54개 변수를 바탕으로 범주 형 주요인 분석(categorical 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을 실행한 결 과 에스핑 앤더슨의 세 가지 복지 레짐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다.1)한
1) 다만 네덜란드는 아웃라이어(outlier)로 정의되었다. 그 이유는 사회보장의 범 위는 사민주의와 유사하지만 보편주의의 수준은 사민주의 레짐 국가들과 비교 했을 때 매우 낮기 때문이다(Vrooman, 2009: 231).
편 사회서비스를 바탕으로 복지 국가 유형화를 실시한 학자들 중 일부는 복지 서비스 지출의 양상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세 가지 복지레짐은 유 효하다고 주장했다(Jensen, 2008). 다른 학자들은 부분적인 일치를 주장 하거나(Kautto, 2002),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했다(Bambra, 2007).
스토이(Stoy, 2014)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기존의 복지국가 유형화 분석 이 GDP 대비 지출 데이터만을 활용하고 있고, 사회서비스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서비스를 제외하고 분석을 진행하는 문제점이 있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규모를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유형화한 결과 에스핑 앤더슨의 세 가지 복지레짐 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넷째, 복지 국가 유형화에 대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진행 되었다. 우선 에스핑 앤더슨의 복지 레짐 구분의 핵심 변수인 탈상품화 를 둘러싸고 많은 비판과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탈상품화 지수를 구성한 이유는 상당히 다양한 복지제도들을 다룰 수 있을 수준의 지표들로 줄이 기 위해서다. 이러한 탈상품화 지수를 구성하는 데 있어 많은 논쟁들이 있었다(Castles and Mitchell, 1993; Bambra, 2006; Scruggs and Allan, 2006). 특히 지표 선택과 관련하여 어떠한 제도 혹은 변수를 선택하고 코딩을 어떤 방식으로 하며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는가를 두고 많은 논 쟁이 진행되었다(Barrientos, 2015). 예컨대, 캐슬스와 미첼(Castles and Mitchell, 1993)은 평균을 기반으로 탈상품화지수의 구성은 호주와 뉴질 랜드와 같이 사회 보조를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시스템의 특성을 축소시 킨다고 비판했다. 일부 연구들은 탈상품화 지수를 재규정하거나 향상시 키려고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스크럭스 등(Scruggs et al., 2014)은 탈상 품화지수를 개선하여 복지국가 33개국의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탈상품화지수를 포괄하는 관대성 지수(CWED2)를 만들었다. 관대성 지 수는 에스핑 앤더슨의 탈상품화지수의 개념적인 원리 혹은 기반을 유지 하고 있지만 지수의 일관성(consistency)과 민감성(sensitivity)은 다듬었 다.
다른 연구들은 에스핑 앤더슨의 비공식적(informal)인 지수 구성을 비